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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Apr 12. 2016

아줌마가 하는 알바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실까요..?

 다음 달에 다시 알바가 잡혔다.

 예전 다니던 회사에서 새로운 전산을 도입하는 모양인데 그전에 테스트를 먼저 해보는 일이라 했다.

 많이는 말고 6명에서 8명 정도가 한 달 정도 투입되는 모양이고.

 페이도 나쁘지 않고 기간도 길지 않아 잠시 바람 쐬고 온다고 생각하면 딱 좋다.

 

 

 아이와 또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아침엔 아이보다 내가 30분 먼저 나가야 하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에 가기 전까지 1시간 정도를 혼자 지내야 하며.

 저녁에 학원을 끝마치고 돌아와 30분쯤 혼자 있어야 내가 도착한다.

 이 시간들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이에겐 정서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나도 그건 잘 알고 느낀다.

 

 

 아이보다 30분 먼저 나오기 위해선 아이의 아침을 미리 챙겨둬야 하고 그 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다.

 오후라도 집에 혼자 있는 걸 아직 무서워하다 보니 아이는 학원에 가기 전까지 밖에서 일부러 놀다 오거나. 집에 와도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불을 켜 놓을 것이다.

 저녁 30분 시간도 안타깝다. 아이가 가장 배고플 시간이기도 하고 껌껌해진 밖을 보며 엄마 어디쯤이냐고 계속 전화를 해댈 거다.

 

 

 

 그러니까. 이게 별게 아닌 게 아니다. 엄마 입장에선. 

 무척 안타깝고 신경이 쓰여 이런 알바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어쩐 건가 매번 망설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소리야!

 정신 차려!

 이거라도 시켜줄 때 해야 계속 알바라도 하지!

 어차피 지금 제대로 된 직장은 생각지도 못하니 이렇게 간간히 나가는 알바가 딱이긴 하다.

 게다가. 기존에 더 오래 해오던 멤버들이 있어 나름 경쟁이 치열하다.

 나는 그중에 새 멤버에 속하는데 운이 좋아 어떻게 끼게 된 것이지 대부분의 일은 기존 멤버들끼리만 한다고 한다.

 




 NHK 스페셜 제작팀에서 지은 <장수의 악몽 노후 파산>을 읽고 맘이 매우매우매우 불편해졌다.

 나는 노후에 관련된 책들에 관심이 많아 관련 문구가 보이면 1. 찾아 읽고. 2. 맘 불편해하고. 3. 잠시 정신 번쩍 차려 절약하는 삶을 살다 4. 에라 될 대로 돼라~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다."

 연금, 자택, 예금으로도 노후 파산을 막지 못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노후 파산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이 계속되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노후를 손에 넣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는 지금, 안전한 노후는 어디에도 없다....

 왜 최선을 다해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의 끝에 재앙을 맞아야 하는가?"


 "이 책은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직시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소개한 고령자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어떤 사람은 가정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노후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 노후 파산은 단순히 젊었을 때 게으르게 살았거나 '노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미래가 아닌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들은 매우 실직적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저 우리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열심히 일했고 빛나는 젊은 시절이 있었고 많은 추억이 있었다.

 독신으로 지내다 나이가 들어 본인을 돌보아 줄 누군가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결혼을 했다 이혼을 한 사람도 있고. 자식이 있었지만 자식이 먼저 떠나고 배우자마저 떠나 혼자된 사람도 있다.

 

 '부부가 같이 살아도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그렇다.

 지금은 옆에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는 혼자가 되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된다. 국민연금을 받던. 생활보호비를 받던. 본인이 스스로 움직이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삶을 꾸려나가지만.

 70대까지도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나이가 들고. 갖고 있던 예금이 바닥나고. 집마저 없어지고. 80대가 되어서는 몸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몸이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하면 절망적이다.

 겨우 식비를 대며 유지되는 삶에 병원비와 교통비는 치명적이다.(5평 월셋집이 한 달 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몸이 아파도 참고 병원에 가질 못한다. 그러면 몸은 더 망가지고 점점 거동이 힘들어지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근데 이 도우미의 비용이 또 만만치 않게 되므로 침대에 누워 꼼짝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아침 1시간 정도의 도움만으로 삶을 지탱하게 된다. 꼼짝을 못 하는 입장에 아침 1시간의 도움은 당연히 턱없이 부족하다.




 아... 다시 적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예가 책 속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읽고 나면 나처럼 갑갑해지겠지만.




 덕분에 정신은 번쩍 났다.

 내가 호강에 겨워 이렇게 봄나들이 다니며 책 보고 영화 보고 차 마실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이가 아직 엄마를 필요로 하니 옆에 있어줘야 해.. 도 실은 내가 좀 맘 편하게 집에 있어 보려고 잡은 핑곗거리 중 하나일지 모른다.

 어느 게 더 시급하냐고 따지자면. 그건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내 노후도 매우 중요하긴 하다.

 나는 꼼짝 못 하는 몸으로 좁아터진 집에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싶진 않다.




 예전에 PB로 일할 때 그저 지나가던 길에 상담하러 들어오신 젊은 남자 사장님이 있었다.

 그는 40대 초반의 사업가였는데 한눈에 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남성이었다.

 해오던 사업을 며칠 전에 16억이라는 돈에 팔았다고 했다.



 

 오. 대박이시네요!

 아니아니. 그분은 좀 매우 섭섭한 상태였다.

 실은 그 사업을 100억에 팔라고 해도 어림없는 소리 말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점점 커질수록 대기업들의 횡포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단다. 그래서 훨씬 낮아진 제안에도 어쩔 수 없이 팔수밖에 없었던 상황.

 아. 100억.

 


 

 입출금통장엔 이미 16억이 입금되어 있었다.

 쉼 없이 달려왔으니 잠시 휴식도 하고 싶고 아내와 두 아이들과 긴 휴가를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상담을 하고 싶어 오셨다고 하는데.

 쉼 이후에 다시 사업을 할 생각도 있긴 하지만.

 이 돈으로 혹시 남은 삶을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을지 감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두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초등 저학년) 미국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어 했다. 아내와 외국에서 1년 정도는 쉬다 올 생각인데 여행경비 및 생활비가 따박따박 입출금에 들어오면 좋겠고. 노후를 위해 연금도 생각하고 계셨다.

 당장 생활비. 아이 교육비. 노후까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장님. 좀 쉬시고 다시 일하셔야겠어요."



 당장 생활비와 여행경비, 노후자금의 일부(전부 말고 일부)까지는 내가 설계해 드릴 수 있었지만

 아이 한 명당 미국에서 공부할 경우 1년에 1억 정도의 경비가 들 테고.(대학만 이 정도인데 그 전 코스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면 당연히 더 들겠지요...)(유럽으로 대학을 보내면 좀 싸다. 5000만 원)

 두 명도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고 하면 그 두 배의 교육비가 든다. 이게 가장 큰 부담.

 (유학생 송금하시는 분들. 대부분 금액이 어마어마합니다.)

 

 우선 부부 각각 2억씩 연금상품에 가입.

 금리가 너무 낮아 이자지급식 투자상품 3억 5000으로 우선 몇 달 간의 생활비, 여행비 충당.

 입출금에 여유자금 2억.

 나머지 6-7억은 타 금융기관으로 흘러갔다. 아마 거기서도 상담이 진행됐던 거 같고. 거기서는 대부분 투자상품을 가입했다고 들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많은 지수가 반이상 하락했고 최근 투자상품 성적이 가히 좋진 않다.

 극단적으로 나빠진 상품도 꽤 있다.

 그 사장님의 자산 중에 꽤 많은 부분이 흔들리며 사라졌을지 모른다.

 혹시 그전에 부동산 쪽으로 돈이 이동했을 수도 있고. 다시 사업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결론은 이거다.

 16억 가지고는 젊은 부부의 생활비, 두 아이의 미국 유학(미국에 보내고 싶어 하셨으니), 노후까지는. 불가능했다.

 그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며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지탱해 줄 돈일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제껏 살아온 삶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리고 싶어 했고. 아이들에게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했다.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본인이 받은 그 이상의 교육이나 삶의 혜택을 누리게 하고 싶어 한다.

 항상 본인 이상이다. 본인보다 더 잘 살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다.




 그러니까. 로또 됐다고 섣불리 직장 관두고 그러면 안되는 거다.

 무슨 사업해서 대박 맞을 확률 높지 않고. 오히려 돈 개념 없어서 금방 써버리거나 날릴 위험이 매우 크다.

 (나는 개인적으로 20대는 복권을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갑작스러운 돈벼락은 젊은이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연예인들도 위태로워 보인다. 잘 관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가끔 개념 없는 허세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진짜.)

 


 그걸 내가 계산해서 관리하고 굴릴 줄 알아야 유지가 된다.

 10억대의 돈으로 남은 인생 떵떵거리며 살겠다고 하면. 아주아주 잘 계산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한 달 200만 원의 월급을 받더라도 꾸준히 뭔가 계속 들어오는 이 월급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정기예금 몇억을 보유하고 계신 분보다 한 달 350만 원 연금 받으시는 분들이 훨씬 안정적이다.

 진정한 승리자는 연금!

 내가 보기에도 그랬고 본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수긍한다. 웬만큼 돈 있으신 분들도 꼬박꼬박 연금 받으시는 분들을 제일 부러워한다.

 계속 줄어드는 예금을 보며 사는 게 생각보다 매우 초조하다.

 도대체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



 그건 뭐 개인 취향 아닙니까. 하시면.

 그건 또 취향대로 잘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나는 16억이~?

 없다.


 그래서 알바 나간다고. 저기 맨 앞에 밝혔다.

 애 무섭다고 징징거릴 거 알면서도 "정신 차려!"라는 심정으로. 꿋꿋이 알바하러 간다.

 그래도 쭉 쉬는 거보다야 뭔가 하는 게 낫겠다.

 

 지난번에는 저 비슷한 맥락으로 대출서류를 체크하고 넘기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대출 서류를 우리가 보고 나면. 그다음에 회계법인 쪽 알바생이 다시 보고. 도장 찍고. 사진 찍고 그랬다.

 근데 그 알바생 중에. 그 알바가 너무 잘 맞아 계속 그 일만 쫓아다니는 30초반의 남자도 있었고.

 회계법인 쪽 알바생(20명에서 30명 정도 된다)을 관리하는 30초반의 여자는 전직 은행원이었는데 은행 일보다 지금의 일이 좋고 적성에 맞아 재밌다 했다.

  어느 젊은 여자 알바분은 구글을 뛰쳐나왔단다. 적성에 안 맞아서. (아. 구글 적성 중요하군요. 연봉 1억 훌쩍 넘던데.)

 그래서 그 알바도 하고. 과외 알바를 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해마다 수능시험을 신청해서 봐본다고..  점수는 잘 나오나요. 했더니. 꽤 잘 나오죠. 했다.


 그 짧은 알바의 경험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 다양한 삶을 사는구나 싶었다.



 

 다시 돌아와서.

 도대체 내 노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 참 답이 없고 갑갑해지는데. 도대체 얼마의 돈이 있어야 충분한지 계산이 어렵다.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졌고. 상가나 아파트의 가치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갑자기 큰 병에 든다거나 생각지 못한 재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돈이 적든. 돈이 많든. 그 정도를 잘 측정하기가 어려우니. 다들 걱정을 한다.

 돈이 아예 너무나 많아 1년에 1억을 써도 50년은 더 살겠구나 하는 부자 말고는 대체로는 불안해한다.



 다른 내 또래 이들은 과연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고민하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내 또래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지금 당장 생활하기에 바쁘다.

 은행에 찾아오는 돈 많으신 분들 중엔 60대 이상이 절대적으로 많고 30대는 정말 보기 힘들고. 40대도 드물다.

 바빠서 안 오시나 했었는데.

 그들은 나처럼 한 달 벌어 한 달 살고 있는 세대들일 것이다.

 아님 집 담보대출 상환금으로 따박따박 월급의 적지 않은 부분을 적금처럼 뺏기고 있던가.


 (부모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을 예정의 사람들은 예외로 한다. 나 그들과 말 안 섞으련다.)



  


 



 


 

 그래도 말 나온 김에.

 정신 더 번쩍 차리고 싶거들랑.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를 같이 권한다.

 


 우연히 탄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의 한탄에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삶을 털어내 보니. 50대 두 남자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 하는 스토리의 책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교수이며 꽤 괜찮은 연금을 받게 될 안정적인 담보가 있지만.

 그의 딸은 아직도 해외에서 유학 중이며(대부분의 부모가 자신보다 자식을 더 좋은 교육으로 안내하고. 책임지려 한다... 그렇다니까.) 그 유학자금 덕에 마이너스통장 잔고가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집투기라도 좀 하셨으면 좋았을 걸. 집도 그저 그런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이고.

 그 외 재산 없음.  

 


 우리나라 현 50대 베이버부머 세대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역시. 매우 불편하다. 남 얘기가 아니다.

 그래도 읽고 인지는 해야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거 안 통한다.

 나중에 호되게 안 당하려면.

 모른척하며 미룰 때는 아니라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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