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좋은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 Apr 17. 2016

나와 비슷한 사람은 항상 책 속에만

<보통의 존재>는 매우 좋더군요.


 이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이다.

 읽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당신은 나와 비슷하군요.

 어이~ 반갑긴 한데.

 또 책 속이군.



 


최근 대학로에서 했다는 팬들과의 자리에서 누군가가 이석원 작가에게

 

 "이석원 작가님과 똑같은 성격의 여자는 어떠세요? "

 

 라고 질문을 했다는데 그의 대답은.

 

 "저와 같은 사람은 특히 여자는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했단다.

 

 하하. 나도 나와 비슷한 남자는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아. 아. 안된다고.. 나는 병원까지는 갈 수가 없어. 애가 있다고.. 그저 상담 정도는 받아 볼 의향은 있지만 것도 돈이 비싸대서 나 스스로 어찌해보려고 책 읽으며 맘 공부하는데.

 그래. 지금은 괜찮다고 믿고 대충 넘어가자고~ 하는 심정이 됐다.

 

 

 

 

 내가 한참이나 찾고 있었던 나와 비슷한 사람이.

 또 책 속에서 발견되다니.

 근데 이번에는 꽤 반갑다. 실로 오랜만에 꽤 비슷한 종족이다.

 어이~ 하며 아는 척을 하고 싶지만.

 만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

 이런 종족은 또 서로 만나고 그런 거는 싫어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대화를 하게 되면 난 항상 내가 정말로 관심 있고 얘기하고 싶은 건 들어줄 만한 친구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친구들의 이야기도 내겐 관심 밖의 것들이었어요. 그것은 나이를 먹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이 비슷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처럼 어려운 일이었죠. 그래서 늘 고민했던 것은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가. 나와 동류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여기 한 명 있습니다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친구가 많지 않은 사람들은 세상에 일종의 사교의 룰 같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방식들이 도통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여기거나 그 의도 또한 순수하지 않게 여겨 회의에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원치 않는 상황을 견뎌내야만 친구가 생기고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인가'하는 고민 속에 때로는 노력을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체념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작가님은 그럭저럭 친구가 있으신 듯하던데요. 저는 진짜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쭉 혼자 지내는 걸 편하게 생각해서 그 흔하다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나는 고 3 때 우리 반 아이들 이름이 단 한 명도 생각나지 않는다. 얼굴은 그럭저럭 몇 명 떠오르지만.

 같은 반에 앉아 성적 순서대로 내신등급이 나뉘는 그 상황을 나는 잘 견디지 못했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당연히 책상에 앉아 시험공부를 했었는데 어느날부턴 가는 내 책상 위의 천장이 나를 향해 내려왔다.

 점점 밑으로 내려와 나를 눌러버릴 것 같은 극심한 공포.

 

 그런 압박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께 자퇴를 하면 안 되겠냐고 말씀을 드렸었다.

 혼자서 어떻게든 공부를 해보겠다고.

 아버지는 별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시며 슬쩍 나를 달래시곤 말았는데.

 나는 정말이지 그 내려오는 천장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그럭저럭 성적을 유지해오던 나는 그 망할 고3 때 내신을 엄청나게 깎아먹고 말았다.

 

 

 어찌 보면 나는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약한 인간일지 모른다.

 그 뒤로도 자주 다들 견디며 그럭저럭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나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예민해져 있기가 일쑤였다.

 

 

 

 

 

 "길 위에서.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는 게 없었다. 그저 돌아다녔다.

 그러다 멈춰 서선 도시의 어느 한 구석인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다시 차를 몰고 배회하는 것.

 그게 나의 방황의 전부였다.

 분명 나의 생에 무언가 엄청난 결핍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구멍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아니 채우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시절은 너무도 오래 계속되었고 나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언제나 그냥 쳐다보는 사람으로, 그저 지켜보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나도 딱 저랬었는데.

 무작정 돌아다니고. 하염없이 바라보다 다시 무기력하게 걷고.

 내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학생 시절로부터 지금까지.

 나는 무작정 저렇게 잘 돌아다니곤 한다.



 어릴 적에 내가 자주 가던 곳은 한강이었다.

 집에서 가깝지도 않은 한강에 굳이 버스를 타고. 걷고. 찾아가서는.

 한 없이 강을 바라보다 돌아오곤 했다.

 지금처럼 근사하게 꾸며진 한강이 아니었다.

 저녁이면 드문드문 꺼진 가로등에 음침하기까지 했던 그곳을 무서워하면서도 이끌리듯 가서 앉아있다 돌아오곤 했다.

 나는 무슨 인생에 크나큰 시련을 겪었던 것도 아니었고, 차마 돌이킬 수 없는 실수 같은 것도 해 본 적 없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왜 그리 감정의 늪에 빠져 한없이 우울하기만 했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누군가와의 경쟁구도에 있을 때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 구조가 아닌가 싶다.

 미숙하던 나는 스스로 그걸 컨트롤하지 못하고 약간의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어떤 날.

 같은 반 친구가 누군가와 쪽지를 주고받다가 그걸 밑으로 툭 떨어뜨렸었는데.

 수업시간 중에 선생님께 들킬까 봐 얼른 주워 옆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근데. 거기. 내 이름이 있었다.

 

 "야. 너 왜 그러냐. 온수처럼 염세주의자가 되려고 그래?"

 

 앞 뒤 상황은 모르겠고.

 그저 나를 빗대어 얘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지극히 염세적이었고.

 그게 애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읽고도 그저 별생각 없이 쪽지를 전달해주고 말았는데.

 

 

 쉬는 시간에 그 쪽지를 보냈던(쓴) 아이가 나를 복도로 데리고 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를 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내 쪽이었는데.

 아. 괜찮아. 나 염세적인 거 맞아. 기분 안 나빴는데... 

 

 

 재수생활과 동시에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어찌 됐든 꽉 막힌 학교 안에서의 공동생활은 끝이 난 거였고.

 옆 친구를 경계하며 경쟁해야 하는 그 지긋지긋한 내신도 끝이 난 거였다.

 내려오던 천장이 멈쳐졌다.

 나는 그 전보다 훨씬 자유로웠고 공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원하던 학교가 있었고 그 학교를 목표로 다시 열심히 임해볼 수 있었다.



 다시 수능이 치러지고.

 아버지가 원하시던 학교와 내가 원하던 학교에 원서를 넣고.

 나는 결과를 기다리며 신나게 놀러 다녔는데.

 아버지가 원하시던 학교에는 붙고. 내가 원하는 학교에는 '대기자'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내 앞에 몇 명의 학생이 '포기'를 해주면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후보'라는 얘기였는데.

 그게 더 안타깝고 서러워서 거실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참 안타깝게 날 쳐다보고 계셨는데.

 끝내 3수는 허락하지 않으셨고 아버지가 원하시던 그 대학에 가라고 하셨다.

 

 

 학교에 가긴 가야 했고.

 역시 다시 학교생활이라는 게 시작되자 나는 다시 자발적 외톨이가 되어 강의실에 가 앉아있기는 했었다.

 학교가 집에서 멀어 한 시간반쯤이나 걸렸는데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배가 고파지곤 했다.

 그럼 난 조용히 뒷문으로 나가 지하 학생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다 먹고 이제 올라가야지 할 때쯤이면 둘셋 짝지어 도망 나온 동기들과 마주쳤다.

 "너는 왜 맨날 혼자 나와 밥을 먹냐? 여기 좀 있어봐봐.."

 동기들도 내가 신기한지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이제 동기들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돌아와서.

 내 저런 얘기들을 작가님이 듣는다면.

 "어라 당신은 나와 좀 다른데?"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 나와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그건 뭐 내 맘이니까.

 

 

 

 어떤 말들에 그렇게 공감이 갔었냐면.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오던 것과 똑같은 말도 여러 군데.

 

 

 자신에게 선물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어른. 이라던가.


 '처세'라는 걸 잘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가족 간의 상극'을 쿨하게 인정하는 거.


 바다를 산에 비해 쓸쓸하고 무서우리만치 적막하게 보는 것.


 친구의 대박에 맘 한구석 한 10%쯤의 질시의 감정을 느꼈던 거.


 "저, 화난 거 아니거든요." 하고 변명하는 거. 그러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


 수면내시경.

 허영만 화백의 말.


 광화문의 교보문고.

 서점에 대한 느낌. 자유롭고. 평화롭고. 안식처고. 매력적.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항상 느낀다는 거.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까지 38년이나 걸렸다는 거.


 "나는 짝사랑은 안 해. 쥐약이거든."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는 법은?

 없다. (없다고! 없더라니까!)

 

 "더 이상 형광등을 켠 채 잠들지 않아도 되게 해 줄 머리맡에 켜놓을 작은 스탠드 하나."

 


 쓰다 보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으니 베스트셀러가 됐겠지. 참.... 싶지만.

 뭐 나는 스토커는 아니고.

 단지 비슷하게 느끼니까 반갑다고.

 

 당신..

 

 .

 .

 .

 .

 아니고 작가님.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