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 Apr 30. 2016

내가 자주 가는 곳

대체로 서점. 가끔 도서관. 항상 카페.


 내가 아침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살고 있는 집에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좀 어둡기 때문.

 기본적으로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는 뭔가 의욕이 상실되고 만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라는 책에 소개된 작가의 책상인데. 제가 딱 바라는 모습입니다. 앞에 창이 있고 나무가 보이고 햇볕이 들어오는...


화장은 하지 않아도 샤워 후 머리는 제대로 손질을 하고-내 머리는 지난번 그 미장원 사건으로 인해 태운 머리를 솎아내고 솎아내다.. 말 잘 듣는 중학생 남자아이 머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좀 길렀지만- 편한 옷차림에 편한 신발을 신는다.

 그저 내가 맘이 편안해지는 곳을 향해 그날그날 맘 내키는 곳으로 나간다.

 

 

 

 어느 날은 집 앞의 공원 안에 있는. 천정 높고 넓은 그 카페일 수도 있고.

 대체로는 서점.

 가끔은 도서관.




 롯데몰 4층에 있는 반디 앤 루니스엔 오픈 시간쯤에 가야 한다.

 사람이 없기도 하고.

 서점 안 카페에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카페 밖으로 보이는 석촌호수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잠실교보는 갈 때마다 왠지 뭔가 구조가 부산스럽다.

 그래도 자주 가서 책을 보곤 하는데.

 옆에 있는 토스트 가게가 의외로 되게 맛있고.

 붙어 있는 카페 커피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바로 위층에 다양한 여성의류가 할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필요할 땐 적당히 둘러보기도 한다.

 그 위층에 있는 새로 생긴 한식뷔페는 항상 사람이 많아 아예 포기.

 

 

 강남 교보도 역시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는 사람이 뜸한 편이고.

 지하에 있는 폴바셋에서는 꼭 아이스라테를 시켜놓고 다이어리나 책을 편다. (여긴 이상하게 뜨거운 커피가 맛이 없다)

 배가 고파지면 옆 건물 지하로 들어가 항상 가는 그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가족과 같이 갔을 때는. 정문 앞 큰길 건너 40년 된 추어탕집에 가기도 하는데 딸아이가 항상 입을 샐쭉거린다.

 

 

 광화문교보는 넓고 아기자기 볼 것도 많은데 뭔가 끼니를 때우기가 항상 애매하다.

 광화문 교보에 간 날에는 인사동을 한 바퀴 돌고 삼청동으로 건너가 식사를 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삼청공원 숲 속 도서관.




 예전부터 맘이 심란하고 지칠 때면 일부러 휴가를 내서 찾아가 앉아 있곤 했었다.

 이 곳은 유일한. 진정한 나의 힐링공간이다.

 

 

 아기자기 삼청동의 가계들을 지나. 줄 서서 먹는 유명한 수제비집에서 감자전과 수제비를 먹어치우고.(혼자 가서 앉으면 남자 사장님이 좀 눈치를 주셔서. 눈치껏 두 가지를 시킵니다. 제가 절대 많이 먹는다는 거 아님)

 

 

 알록달록 예쁜 꽃무늬 소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옷과 가방을 둘러보자면. 어김없이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시고 아는 체를 해주신다.

 넉넉해 보이는 기분 좋은 여사장님은 6개월 만에 찾아갔을 때도 나를 단번에 알아보셨었다.

 아이와 같이 갈 때도 아이가 많이 컸네요.. 하며 인사를 건네셨는데.

 사장님은 가게가 여러 개라 어쩌다 삼청동점에 나와 일을 하시는데. 그때마다 내가 오곤 했다고 했다.

 어. 나는 갈 때마다 항상 사장님이 계시길래 매일 이 가게를 지키시는 줄 알았는데.

 묘한 인연이네요. 사장님.

 

 

 밥도 먹고 소품 구경도 하고. 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약간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삼청공원이 나오고.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공원의 입구에 다다르는 순간.

 숲 냄새가 난다.

 

 숲이다!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이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숲 속 도서관의 모습이 보인다.




 맘이 설레고 편안해지며 행복해진다.

 나지막하고 자그마한 도서관.

 멀리서 보면 그저 작은 카페 정도의 크기이고. 옆으로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나무로 새로 짜서 만든 커다란 흔들 그네와. 푸르른 나무가 하늘 높게 뻗어 있다.

 나는 저절로 어깨를 한껏 피고 깊은숨을 고르며 이미 행복해져 있다.

 

 

 평일의 이른 시간. 도서관 안에 사람은 많지 않다.

 중앙에 위치한 카페에서-인근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신다고 함-커피를 한잔 시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 나는 정말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 간절한 맘이 인다.


 이런 숲 속 같은 곳.

 숲 속 같은 마당에. 앞에는 아이가 뛰 놀 놀이터가 있고. 나무는 푸르고. 공기는 상쾌하며.

 온 벽에 큰 창문이 있어 사계절이 보이는. 커피 향이 가득한.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그마한 물길도 있고. 산이 있고.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무가 더 울창해지면서 정말 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드는.


 이런 곳이 있었구나. 정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내가 항상 앉는 자리
또 다른 자리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이 곳은 내내 한산하고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끔 어쩌다 사람들이 여럿 모여 모임을 할 때가 있었는데. 시끌시끌했던 그 모임 사람들이 얄미워 살짝 째려보기도 했었던.

 (혹시. 이 글을 보고 한번 가볼까~ 하시는 분들. 한 번씩만 가보시면 안될까나요.. T T  실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는데.

 몰라보게 바뀌어져 있어서 좀 놀라웠고. 그러나 역시 좋았다.

 날씨도 너무 좋고.

 전시도 너무 좋고.

 예쁜 배낭도 하나 샀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도 들어와 있어 다음에 올 때는 좀 시간을 넉넉히 갖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아지트로 등록.

 


 




작가의 이전글 어느 평범한 주말 오후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