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것들
어느 해 봄이었다. 작업실 창문 너머로 꽃이 피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잠깐 멈추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봄 눈처럼 녹아드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 그날 루이가 들어왔을 때 나는 그 꽃 얘기를 했다. 루이도 창밖을 봤다. 그리고 말했다. '봄이 오면 냄새가 달라지죠.' 그 말이 의외였다. 루이가 계절의 냄새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
열아홉 번째 세션. 루이가 어머니 얘기를 꺼냈다.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루이는 아버지 얘기를 했고, 오빠 얘기를 했고, 자신의 얘기를 했다. 어머니는 늘 배경이었다. 부엌에 있었고, 냄비 소리를 냈고, 그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가 처음으로 앞으로 나왔다.
"어머니가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자주 연락하세요?"
"자주는 아닌데요. 이번엔 좀 오래 통화를 했어요."
"어땠어요?"
"...이상했어요. 어머니 목소리가 작았어요. 예전보다."
어머니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말. 루이는 그것을 말하면서 창밖을 봤다. 봄꽃이 있는 쪽을. 나는 루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그 말이 루이 안에서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빛 아래에서 달라 보이는 것처럼 작아진 목소리가 루이 안에서 뭔가를 바꾸고 있었다.
루이가 계속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목소리가 커지는 밤에 어머니는 늘 부엌에 있었다고 했다. 냄비를 저었다고. 루이는 다락방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달그락달그락. 그 소리가 있는 동안은 어머니가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고. 그 소리가 멈추면 불안했다고.
(달 그 락 달 그 락)
루이가 말했다.
"어머니도 힘드셨겠다 싶었어요. 그때."
"그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네. 이상하게 그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자신이 힘들었을 때는 타인이 보이지 않아요. 자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니까."
"...어머니도 그랬겠구나."
어머니도 그랬겠구나. 루이가 그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달라졌다. 딱딱하지 않았다. 오래된 잼 병의 뚜껑이 아주 조금 돌아간 것 같은 소리였다. 아직 열리지는 않았지만 풀리기 시작한 것.
세션이 끝나고 루이가 나갔다. 나는 창밖을 봤다. 봄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였다. 나는 그날 루이가 처음으로 어머니를 한 사람으로 바라봤다는 것을 생각했다. 두렵거나 무거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처럼 힘들었던 사람으로. 그것이 작은 것 같아도, 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냄비 소리가 있는 동안은 괜찮았다. 그 소리가 어머니의 존재를 알려주었으니까. 루이는 오래도록 그 소리를 통해 어머니를 느꼈다. 직접 보지 않고, 직접 말하지 않고. 냄비 소리 하나로.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언어였다.
기록: 열아홉 번째 세션
루이가 어머니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루이는 어머니의 변화를 느꼈다. 느낀다는 것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 외면하거나 두려워하던 존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 어머니의 목소리가 작아진 것이 루이 안에서 무언가를 열었다.
참고 문헌 · 09
¹¹ Bowlby, J. (1973). Attachment and loss, Vol. 2: Separation. Basic Books.
볼비는 아이가 주 양육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 시각만이 아니라 청각, 냄새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냄비 소리로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던 루이의 행동은 안전기지를 청각으로 추적하는 애착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