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패턴 앞에서
같은 레시피로 구워도 매번 다르게 나오는 빵이 있다. 환경 때문이다. 습도가 달라도 다르고, 밀가루 브랜드가 달라도 다르고, 그날의 온도가 달라도 다르다. 오랫동안 베이커리를 하면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레시피를 완벽하게 따른다고해서 완벽한 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재료와 환경이 만나는 방식이 결과를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도 상황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그런데 루이는 오랫동안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방식만 써왔다. 그래서 늘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열여섯 번째 세션. 루이가 민준 얘기를 꺼냈다. 대학 동창. 2년째 연락이 끊긴 친구였다. 루이가 먼저 거리를 뒀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민준이가 제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멀어졌어요?"
"부담스러워서요. 저도 모르겠어요, 왜인지."
"민준씨가 어떻게 걱정했어요?"
"자꾸 물어봐요. 괜찮냐고. 밥은 먹었냐고. 잘 자냐고."
"그게 왜 부담스러웠어요?"
"...대답을 해야 하잖아요."
대답을 해야 하잖아요.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걱정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걱정은 선물이 아니라 숙제다.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대답해야 하는 숙제. 그리고 루이에게 괜찮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써서 지쳐버린 언어였다. 자꾸 써야 하면 지친다. 루이는 민준의 걱정이 싫었던 게 아니었다. 그 걱정에 응답하는 자신이 지쳐버리는 게 두려웠던 것이었다.
나는 물었다.
"민준씨에게 괜찮지 않다고 말한 적 있어요?"
"...없어요."
"그러면 민준씨는 루이씨의 진짜 상태를 본 적이 없는 거네요."
"..."
"루이씨가 보여주지 않은 사람을, 루이씨는 떠나보낸 거예요."
루이는 한참 침묵했다. 나는 기다렸다. 이런 침묵은 무언가가 닿는 시간이다. 반박하거나 넘어가는 대신 그냥 그 말 안에 앉아 있는 시간. 루이가 그렇게 앉아 있었다. 오래.
루이가 말했다.
"그게 대부분의 관계 같아요. 저한테."
대부분의 관계.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면서 루이가 얼마나 오래 혼자였는지를 생각했다. 보여주지 않은 채로 관계하는 것. 그것이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외로운 방식이다. 아무도 진짜 나를 보지 못한다면, 아무도 진짜 나를 좋아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진짜 나를 좋아한 적 없다면 진짜 내가 좋아함을 받을 만한지를, 알 수 없다.
같은 레시피로 구워도 매번 다르게 나온다.
환경이 달라서다.
루이는 오랫동안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방식만 썼다.
그래서 늘 같은 결과가 나왔다.
레시피를 바꿀 용기.
그것이 지금 루이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기록: 열여섯 번째 세션
루이가 보여주지 않은 사람을 떠나보낸 거라고 말했을 때, 루이의 눈가가 잠깐 움직였다. 울 것 같다가 참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오래 참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눈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울지는 않았다. 다만 눈가가 움직였다는 것. 그것이 오늘의 전부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참고 문헌 · 08
¹⁰ Rogers, C. R. (1961). On becoming a person. Houghton Mifflin.
로저스는 진정한 관계가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을 통해 깊어진다고 보았다. 자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유지되는 관계는 표면적인 연결일 뿐이다. 루이가 민준을 떠나보낸 것은 사실 진짜 루이가 거절당하는 것을 미리 막으려 한 자기 보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