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처럼 편안한 사람

처음으로 원하는 것을 말했던 날

by 소하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어떤 세션은, 시작하자마자 안다. 오늘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것을. 루이가 열네 번째 세션에 들어왔을 때가 그랬다. 걸음이 달랐다. 아주 미세하게. 평소보다 조금 덜 조심스러웠다. 자리에 앉으면서 겉옷을 벗었다. 루이가 세션 중에 겉옷을 벗은 것은 처음이었다. 작은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 적었다. 루이가 말했다.


"저 요즘 이런 생각 해요. 공기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공기처럼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람. 의식하지 않아도 거기 있는 사람.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막상 없으면 숨이 차오르는 그런 사람. "


이번엔 먼저 꺼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하듯 꺼냈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면서 잠깐 멈추었다. 공기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루이가 원하는 것을 말한 것은, 내가 기억하기로 이것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루이는 자신이 힘든 것을 말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했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원한다고 했다.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지금 루이씨 삶에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루이씨한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도, 루이씨가 허락을 안 해줄 것 같아요."


"...무슨 말이에요?"


"가까이 오면 루이씨가 먼저 거리를 두잖아요. 상처받기 전에."


"..."


"그게 티가 나요?"


루이는 그 질문을 하면서 처음으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부끄럽거나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인 것에 대한 낯섦. 마치 다락방 안에서 소리를 내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소리가 누군가에게 들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 짓는 얼굴. 나는 그것이 그저 좋았다. 그 낯섦이, 다음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세션이 끝나고 루이가 나가면서 말했다.


"누군가가 대수롭지 않게 평범하게 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특별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특별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 그 안에 얼마나 오래된 갈망이 들어 있는지를 나는 안다. 다락방 안에서 발소리 죽이고 앉아 있던 아이가, 가장 원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는 것. 그냥 거기 있어주는 것.


공기는 있을 때는 모른다. 없어지면 그제서야 알게 된다. 루이가 원하는 사람이 그랬다.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데 없으면 숨이 막혀오는 사람. 그런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루이는 오늘 처음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기록: 열네 번째 세션

공기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루이의 말을 받아 적으면서, 나는 내가 베이커리를 했던 이유를 생각했다.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오면 편안해지고, 없어도 되는데 없으면 뭔가 빠진 것 같은 공간. 루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그것이 조금 달랐다. 그리고 그 다름이 루이가 아직 얼마나 외로운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참고 문헌 · 07

⁹ Bowlby, J. (1969).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Basic Books.

볼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안전기지(secure base)로서의 타인을 필요로 한다. 안전기지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언제든 거기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는 존재다. 루이가 원하는 '공기 같은 사람'은 어린 시절에 가지지 못했던 안전기지에 대한 갈망이다.

이전 07화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