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끝내지 않는 법

불편한 온도를 버티는 것

by 소하

초콜릿 템퍼링이라는 작업이 있다. 초콜릿을 녹이고, 온도를 차갑게 내리고, 다시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안정적인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 너무 빨리 식히면 얼룩이 생기고, 너무 오래 놔두면 굳어버린다. 그 사이의 온도를 오래 버티는 것이 핵심이다. 불편하지만 아직 끝내지 않는 것. 어쩌면 관계를 깊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그것인지도 모른다. 불편한 온도를 견디는 것. 그런데 루이는 그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불편해지기 전에 먼저 끝냈으니까. 늘 좋게,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물두 번째 세션. 루이가 지안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지안이 결국 팀 이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리고 어느 날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왜 갑자기 거리를 뒀냐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미안하다고 했어요. 설명 없이."


"지안이 어떻게 했어요?"


"괜찮다고 했어요. 그냥."


"그 다음은요?"


"...어색했어요. 전처럼 편하지 않았어요. 근데 그렇다고 끊어지지도 않았고."


"그 어색함을 어떻게 했어요?"


"...그냥 있었어요. 예전 같으면 제가 먼저 정리했을 것 같은데."


"정리한다는 게 어떤 거예요?"


"좋게 마무리하는 거요. 서로 웃고 끝내는. 불편한 게 남지 않게."


"근데 이번엔 그렇게 안 했어요?"


"...네. 그냥 두었어요. 어색한 채로."


어색한 채로 두었다는 말. 나는 그것을 받아 적으면서 잠깐 멈추었다. 루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낯선 일인지를 나는 안다. 불편함을 끝내지 않는 것. 정리하지 않는 것.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않는 것. 루이는 오랫동안 관계를 아이싱하듯 마무리해왔다. 겉을 매끄럽고 반질반질하게 만들어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게. 그런데 오늘은 그냥 두었다. 아이싱 없이. 속이 보이는 채로.

나는 물었다.


"어색한 게 지금도 남아 있어요?"


"...조금요. 근데 이상하게 그게 더 실제 같아요."


"실제 같다는 게 어떤 느낌이에요?"


"진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요. 지안이랑 사이에. 매끄럽게 끝냈으면 그냥 없어진 것처럼 됐을 것 같아요."


진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루이가 처음으로 불편함 안에서 진짜인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완벽하게 정리된 것 안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루이는 그것을 오래 몰랐다. 혹은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안전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으니까.

세션이 끝날 때 루이가 말했다.


"저 요즘 한 걸음씩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나요."


"어디서 들었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자꾸 생각나요. 한 걸음씩이면 되는 것 같다고."


한 걸음씩. 나는 그 말이 루이 안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루이가 스스로 찾아낸 것. 불편한 온도를 처음으로 버티고 나서 얻은 것.

초콜릿 템퍼링은 온도를 오래 버티는 것이다. 너무 빨리 식히면 얼룩이 생긴다. 루이가 관계에서 처음으로 온도를 버텼다. 어색함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 안에 진짜인 것이 있었다. 매끄럽게 끝냈다면 볼 수 없었을 것.



기록: 스물두 번째 세션

루이가 어색한 채로 두었다고 말할 때, 목소리에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고, 안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있었다는 것. 해낸 것이 아니라 그냥 있은 것. 그 차이가 중요하다. 루이는 오랫동안 해내려고 했다. 오늘은 그냥 있었다. 그것이 더 깊은 것이다.




참고 문헌 · 11

¹³ Rogers, C. R. (1961). On becoming a person. Houghton Mifflin.

로저스는 진정한 관계가 불완전함과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에서 깊어진다고 보았다. 매끄럽게 마무리된 관계는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가 없다. 루이가 어색함을 정리하지 않고 둔 것은 처음으로 관계에서 깊이를 허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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