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가까이 살았던 집을 정리하며

다가오는 출산을 앞두고 복잡한 마음정리

by 온유

어느덧 이사를 하루, 앞두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이렇게 이사를 가는걸까? 내가 정말 저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일까?

내 예상에도, 계획에도 없던 동네인데 그곳에 갈 수 있는 것일까? 반신반의로 시작하게 된 이사.

계획에 없던 둘째의 임신과도 같이 이사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기 전, 20대의 나는 누가 보면 역마살이 낀 것 마냥 이사를 자주 했다.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도 학기가 바뀔 때마다 방을 바꾸고, 또 중간에 비어주는 기간이 필요하다보니 1년에 도합 4-5번은 짐을 싸서 포장하고 옮겼고,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자주.. 정말 셀 수 없이 옮겨다니며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예비신랑(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때 다들 나보고 '안정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줘서였을까,

신혼 때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 어떤 로망도 없었기에 들어왔던 집에서 6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보냈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자라고 나도 집에 대한 눈이 키워가면서 '우리집은 이랬으면, 이랬으면' 싶었던 마음들이 생겨 '이제는 이사를 가고 싶다' 라는 마음이 커졌지만, 한 번 이사를 갈까 했던 시기를 놓치니 또다시 무한정 대기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둘째를 임신했고,

이제 더 이상은 이곳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렇게 옮기게된 삶의 터전.


완전 새로운 동네. 완전 새로운 곳으로, 때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고,

중간중간 오는 어려움이 있기도 했고(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이도 많이 어려워하고 있지만..어쨌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도 이사지만 둘째의 출산도 곧인지라..

출산준비는 하고있냐, 라는 지인의 물음에 '허허허' 그저 웃을뿐...


첫째처럼 또 난청이면 어쩌려나.

G스캐닝 검사는 하면 좋을까, 하지말까(어차피 몇개 대표만 해당하고 청력검사 재검이 나오면 이번엔 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올라갈거고 거기에서 또 할거니까, 불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이 머리가 엄청 크다고 하는데 혹시 자폐는 아니겠지?

뭐 이런저런 불안감과 걱정들을 마음 한켠에 쌓아두고..


그래도 며칠전 꿈에서 빛나는 여러가지 형형색색의 수정들이 줄지어진 골목을 걸었을 때(그동네 특산품?.. 관광지?였던듯) 비가 내리며 수정들이 너무나도 밝고 빛나게 반짝거려서 입을 벌리고 쳐다봤던 꿈이 태몽이겠거니...

그렇듯 밝고 빛나고 또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겠거니 스스로 위안도 해보고,(남편한테 말하면 아직 벌어질 일이 아니니 애먼 걱정하지 말라 잔소리하겠지)


첫째는 새로운 유치원이 기존에 다니던 곳보다 많이 좁고 답답할텐데 괜찮을까, 친구들도 완전히 다 새로운 친구들인데 그 사이에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며칠 다니다가 울고 안가겠다고 매달리는건 아니겠지, 다시 예전 유치원으로 돌아간다고 하는건 아니겠지,

마음한켠 올라오는 엄마의 불안감도 떨쳐내보고..


이사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순간은 내 인생을 전반적으로 회고 하고 있던 나...


회색빛 가득했던 10대,

참으로 애쓰고 애썼던 20대, (그 애쓴만큼의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더 힘들었고 몸도 마음도 많이 축났던 시기)

이제서야 좀 자리를 잡아가는걸까 싶었던 나의 30대.


30대의 나는 20대의 나 보다 나은 삶을 살았었기에

그래도 앞으로의 날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으로

지금의 복잡한 마음들을 정리해본다.


비록.. 내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 전에도 지금도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니,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

성경말씀처럼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발걸음을 이끄시는 이는 여호와 하나님이시기에

나에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보다 항상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주시리라 믿는다.


새로운 곳에서,

또 더 나은 삶과 시간을 살아가는 것은 바로 '나'이기에.

그 나은 삶을 만드는 것또한 '나'이기에. 내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다시 한번 의지불끈. 힘을 내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물나게 힘들지만, 감사한 일도 많은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