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금요일 오후, 유치원에서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으니 기관지염이라는 소견.
그 다음주 잡혀있던 가족여행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원도 가족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정말 감사하게도, 다행히도.
숙소 예약 4일전 취소가 되어 제일 처음 걸었던 예약금의 10%만 남기고 추가금과 나머지를 환불받을 수 있었다. 딱 하루 차이.
만약 아이가 하루만 늦게 아팠어도 몇십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100% 날리게 되었을텐데,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어찌저찌 보냈던 여름휴가.
상태가 많이 심하진 않은것 같아 당일치기로 가까운 바다도 다녀오고
집에서 쉬기도 하고 그렇게 방학을 보내었는데,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토하는데 계속 연거푸어 구토를 하는 아이였다.
다행히 이른아침시간이라 소아과 접수를 할 수 있었고,(주말은 낮부턴 당일 진료는 접수가 이미 마감되어 불가능하다)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내내 38도-39도의 고열을 보이는 아이.
다행히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지만 체온을 잴 때마다 보이는 숫자는 나의 마음을 참 무겁게 만들었다.
월요일 오전 급하게 입원하게 되었다.
아....
입원한 병원이 시설이 좋지 않다고 익히 듣긴했지만,
다행히도 준특실이 자리가 있어서 그곳에 들어가긴 했지만(다인실이 아님에 감사)
북향에 곰팡이 냄새와 70%가 넘는 습도. 쾌쾌한 냄새. 화장실 가득한 습기와 냄새..
가뜩이나 비위가 약하고 밤새 간호와 글작업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잤던 터라 너무 우울하고, 심란했다.
안되겠다 싶어 보일러와 에어컨 동시 가동. 집에서 작지만 강한 제습기를 가져와 틀어놓으니
습도가 떨어지고 그나마 있을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화요일,
균 검사 결과. 마이코플라즈마 균이 나왔고
클로스토리듐균이 나왔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클로스토리듐균이 나오면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나 격리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1인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해서
준특실에서 급하게 1인실로 옮기게 되었다(2만원만 추가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음날 퇴원이라 1박이긴 하지만 그래도,15만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는게 어디인가.
그런데 1인실에 왔는데 에어컨 날개 가득, 보이는 곰팡이..
세상에...
폐렴, 기관지염으로 입원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에어컨에 바로 보이는 새까만 곰팡이들이라니...
머뭇거리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 바로 간호사실에 말씀드렸고,
다행히 바로 닦아주어서 많이 사라졌다(생긴지 얼마안된 곰팡이들었나보다)
물론 바로..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ㅠ
그래도 딱 하룻밤이니까...
컨디션이 많이 안좋고 병원생활이 고단했는지 2일째날 밤
8시 30분도 안되서 자긴 피곤하니까 잠들어놔야겠다며 누은 아이는 10분만에 잠들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너무 힘들고 답답하고, 화가나고, 짜증나는 일도 참 많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들도 많았다.
아이의 입원이라고 말씀드리면 너른 양해해주시는 사장님,
생각보다 빠른 퇴원,
제습기와 작은 선풍기로 총동원해서 그래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던 순발력,
격리로 인정받아 입원비를 지원받게 된 사실,
바로 옆 24시간 마트와 스타벅스가 있어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자유,
이렇게 또 나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여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대학생 시험기간인것 마냥 잠을 쪼개서 자다보니
피곤함이 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또한 이겨내고
이번 한 주도. 이겨내고 버텨보자.
하루, 하루 이겨내고 또 이겨내면
쌓이고 쌓여 먼 미래가 되었을 때는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