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할 수 있지만 가난을 되물림해주고 싶지는 않다.
추석명절이다.
이번 명절은 개천절, 대체휴일까지 정말 긴 연휴가 되었다.
원래 추석 연휴에 친정에 2박 3일 다녀오려고 했는데,
친정엄마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었고.
2박 3일을 온전히 집에서만 보내야 하다보니 더 길고, 부담되는 명절이 되었다.
추석연휴 당일에 친정집에 내려가기로 되어 있어서
시댁에 명절 전에 방문하기로 해서 토요일 점심을 함께하게 되었다.
아들의 사정을 알고 난 이후부터 내게 참 '네가 고생이 많다.' 하며
당신이 묻지 못하는 아들의 안부를 내게 물으시는 어머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5층 빌라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당신의 아들은 약하니 나보고 8kg가 넘는 아기를 안고 올라가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가 남동생 아끼는 모습도 이러진 않을텐데.
피곤하고 힘들지만,
어쩌다보니 하루도 쉴 수 없는 업을 본업으로 하게 되었다.
육아에 시간을 안쓸 수 없고, 체력적인 한계도 있다보니 일이 계속 밀리기도 하고..
둘째가 아프고 여행하는 동안은 나도 좀 쉬자~ 하고 정말 쉬었더니,
쉰대로 뚝 떨어지는 수입들.
연말 웃기 위해 다시 올리고자 아득바득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 노트북 앞에 앉아본다.
며칠 전 혈뇨가 나와서 병원에 가서 이상없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어제 잠을 또 못자서 그런가 또 혈뇨가 나왔다.
명절이 끝나면 신장내과로 가서 엑스레이라도 촬영해봐야할까..
몸이 점점 나이가 든다고 무리하면 무리하는대로 반응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메도 불구하고 친정에 갔으면 모를까, 집에 있는 동안은 더 쉴 수 없기에.
누군가 내게 왜 그렇게 쉬지 않고 하느냐 물어보면
나이들어서 가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지금 당장은 큰 부족함이 없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이 열심히 해야할 때이고,
아이들이 다 커서 장성한 후에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아득바득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된다.
시댁에서 반나절있으면서 가난이란게 죄는 아닌데,
부족함이란건 사람을 짜치게 만드는 것 같다.
저녁먹고 가라고 아구찜을 급히 주문하셨는데,
둘째 분유와 기저귀가 다 떨어져서 집에 가야한다고 가는 발걸음,
집에가서 먹으라고 싸주신 전과 아구찜...
누구 코에 붙이라고 줬는지도 모를 정도의 양...
그냥 이렇게 챙겨줄거면 아예 안주시는게 더 나았을텐데, 하는 마음.
시댁에 가서 식사할 때 생긴 나의 습관 중 하나가
출발하기 전 밥을 미리 챙겨먹는 것이다.
가서 아이 챙기다보면 밥이 입으로 넘어 가는지, 코로 넘어가는 지 알 수 없기도 하지만
식당가서 주문할 때 항상 부족한 양이 나오는데, (내가 밥을 많이 먹는 편이기도 하지만)
먹다보면 양껏 먹을 수 없어서 항상 배가 고프기 때문.
명절 당일날에는 남자들은 넓은 상에서 편하게 양반다리해서 밥을 먹으면서
여자들은 작은 다과상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불편하게 먹어야 하다보니 평소보다 적게 주어진 밥 양을 허겁지겁 먹고 일어나야 하다보니
내게 생긴 일종의 생존습관이다.
(배가 고프면 인내심이 짧아지고 화가 올라오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상대를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도 어머님과 함께 장보러 가신 아주버님.
돌아오는 길에 1리터 커피 하나 사갖고 오시더니 홀라당 혼자 빨대 꽂아 드시고...
내가 들어가서 인사해도 받아주지도 않던데 그냥 날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하셨나보다.
쓰다보니 명절 하소연이 된 느낌.(사실은 맞다 ㅋㅋㅋ)
본인 집에 가서 같이 밥먹고 그걸 체해서 머리 아프다며 골골대고
집에와서 드러누운 남편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우리 아들들이 자기 집에 왔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주고 싶은데,
내 마음처럼 될 수 있는 일일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딸이 없어서 너무너무 아쉬운데 셋째를 낳으면 딸이 될까?! (그런데 셋다 아들이면...... 셋째는 없다. 주어진 아들 둘을 잘 키우자.)
이제 다시 일하러 가자.
지금의 몸부림이 언젠가의 결실이 될 것임을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