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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Dec 13. 2022

난청 아기를 말이 빠른 아이로 키울 수 있었던 이유

경도난청 판정을 받은 아기가 두돌이 지난 후 말이 빠른 아이가 되었다.

우리 아기는 태어나서 신생아 청력선별검사결과 재검을 받았고, 대학병원에서 정밀청력검사 결과 양측 40db의 경도난청 판정을 받았다. 생후 6개월부터 보청기 착용을 시작하여 지금도 매일같이 아침에 눈을 뜨면 보청기부터 착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생아 1000명 중 3~5명은 난청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난청을 진단받고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있다. 난청이라는 것은 단순히 잘 듣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0~36개월의 아기들에게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자극이 뇌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특히 생후 12개월까지의 언어자극은 필수적이다. 처음 아기를 대학병원에 검사를 위해 진료를 받았을 때, 전문의께서 생후 12개월까지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하나도 주지 않으면 그 아이는 평생 말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해주셨었다. 그만큼 태어나서 언어를 제대로 듣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꼭 권장해 주셨었다.


특히 경도난청인 경우 겉으로 보이는 소리 반응은 정상 아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홀해지기 쉽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소리에 대한 반응이 제대로 된 언어에 대한 반응인지, 단순한 소리에 대한 반응인지 구별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이 함정아닌 함정이다. 우리들도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밖에서 말을 하면 물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가 나는 것은 알고있지만 정확히 어떤 소리인지는 모르는 것 처럼, 난청이 있는 경우 아이들의 소리 반응은 어떤 소리가 나는 것에 대한 반응일 수 있지만 그것이 정확한 언어에 대한 반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히 경도난청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중력, 학습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었다.


우리 아이는 언어 발달에 있어서 타고난 조건 자체가 매우 불리했다. 그러나 그 불리한 조건을 알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난청아이 카페에서 공유된 영상을 하나 보았다.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고등학생, 대학생이 된 아이들의 유튜브 영상이었는데 그 중 한명은 특히나 발음이 정말 정확하고 말을 잘 했었다. 그 비결이 자신의 어머니가 성대결절이 생기도록 하루 8시간 동안 매일 책을 읽어주었다는 것이었다. 언어 발달에 가장 좋은 것은 성인과의 대화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같이 독박육아가 많은 시기에 미디어가 아닌 실제로 성인들의 대화를 하루 종일 아이에게 들려주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나는 친정도 시댁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남편과 내가 오롯이 육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른들의 대화를 계속해서 들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책 육아를 시작했다. 태어난지 50일이 되었을 때, 제대로 색 구분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아이에게 인지발달 그림책을 보여주며 그림책 하나, 하나 읽어주었다. '토끼, 코끼리, 사자'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주며 아이가 보든 말든, 듣든 말든 계속 꾸준히 보여주며 책을 읽어주었다. 그 결과 27개월이 된 지금은 매일 아침 스스로 책을 가져와서 자기 혼자 책을 펴보며 중얼 중얼 거리며 읽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에게 먼저 책을 가져와 '읽어줘'라고 이야기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나 생후 몇개월 되지 않은 아이를 붙잡고 계속 책만 읽어줄 수는 없었다. 언어발달에는 미디어 소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전화 찬스를 많이 사용했다. 다행히 평일 낮 시간대에 통화가 가능한 친구 몇명이 있었고, 돌아가면서 그 친구들과 하루에 1~2시간 정도 수다 통화를 하며 아이와 함께 있었다. 그렇게 통화를 많이 하고나면 유난히도 옹알이가 부쩍 늘어나는 아기였다. 옹알이를 하면 거기에 계속 눈을 마주쳐주며 반응해주고 '오~ 그랬구나~' 혹은 '이러했는데 너는 이랬었어?' 라고 하며 대답해주고 꾸준한 상호작용을 해주었다.


아이가 돌이 되었을 때 나는 출근을 시작했고, 연장보육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적어진 만큼 나의 마음은 많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은 작지만 더 많이 집중해주고,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동요도 불러주면서 율동도 같이 하며 지치고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최대한 즐겁고 행복한 에너지로 지내려고 노력했었다.


그 결과, 19개월부터 대학병원에서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언어 평가를 받는 중인데 처음에 갔을 때는 19개월 시기에 18개월 발달이라는 측정을 받았지만, 24개월에 갔을 때는 딱 평균 점수를 받았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합쳐서 평균이기 때문에 남자아이 중에서는 빠른 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1~2개월이 지나니 말이 금새 더 트여서 오늘 아침에도 스스로 '곰이 크레파스 꼭 안고 있어.' 라고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서 이웃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아이가 말이 빠른 편이네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기도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아이는 언어 발달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속에 있었다. 그러나 언어 발달은 타고난 조건보다 양육자의 태도와 노력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4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보청기 센터에서 소리 테스트를 함께 해주시는 언어치료 선생님께서도 아이의 언어 발달은 난청 여부보다 부모의 노력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던 적이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많은 아이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부모와 독박 육아를 하다보니 요즘은 말이 느린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자신의 때에 맞춰서 말이 트이고 말을 하며 잘 지내고 자라겠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언어치료를 받고있는 아이들이 많다. 


말이 느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발견하기 전에, 더 어린 시기에 부모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 말이 빠르지는 않더라도 제 때에 맞게 언어발달이 이뤄진다면 아이와 부모와의 의사소통도 더 원활하게 지낼 수 있고, 그만큼 우리 아이의 성향에 맞게 잘 대해줄 수 있는 좋은 장점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보다 아이들의 언어 자극에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얀 백지와도 같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가 노력한다면 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는 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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