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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Feb 03. 2023

육아기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2월 1일부터 육아기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나는 현재 기간제(3년)이면서도 교육공무원급의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만 5세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경우 24개월 동안 하루 2시간 단축근무를 하는 특별휴가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나에게 이러한 복지제도가 있으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네이버에서 직장과 관련된 내용들을 검색하다가 누군가의 블로그에 잘 정리가 되어서 그 글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내가 찾았던 블로거가 일하던 곳에서는 대부분 많은 분들이 육아기 단축근무제도를 이용했다고 했지만, 지금 나의 현 직장에서는 나와 같은 조건에 근무하는 사람 중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본 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유연근무를 이용해 육아를 위해 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일찍 퇴근한다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계약직이고, 전화업무와 학생 응대업무가 많은 장소이기 때문에 단축근무제도를 알면서도 이것을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기는 참 어려웠다. 먼저 같이 일하면서 나에게 호의적인 직장 동료에게 이야기하였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반대할 것이라며 걱정을 표하였다. 미혼이 대부분 이거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였어도 자신들은 다 회사에 나와서 일을 했던 시대의 사람들이 많고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것은 참 어려웠다.


그래도 언제까지 내가 이곳에서 일할 지 아무도 알 수 없고, 1년이란 시간 동안 9to6 근무를 하며 업무를 겪어보니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하거나 부족한 업무는 주말에 재택을 하면서라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오후 4시 퇴근과 함께 사무실 전화는 내 핸드폰 연락처로 돌려놓는 조건으로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확실히 2시간 일찍 퇴근을 하다보니 업무량이 원래 꽉 차 있는 시기이기라 더더욱 근무시간에 여유가 없는 것도 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일해야하고, 주말엔 집에서 작업할 수 있는 일거리를 챙겨가서 아기가 낮잠을 자거나 일찍 육퇴를 하면 일을 해야 기한 내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해가 밝게 떠 있을 때 중간에 당당하게 '내일 뵙겠습니다.'를 외치며(비록 내 핸드폰으로 전화는 오기 때문에 퇴근길이나 집에와서 육아를 하며 전화를 받고 있지만) 퇴근을 하고 평소보다 일찍 온 나를 반겨주는 아이의 환한 웃음을 보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이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비록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앞에선 웃고 뒤에선 나를 욕하고 흉볼지라도, 괜찮다. 우리 아이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다면. 엄마와 떨어져있는 시간이 많아 매일 '엄마, 좋아.' '엄마, 사랑해.' 라고 하며 애교부리며 내 손을 부여잡고 자신의 얼굴에 닿게하며 엄마에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아기를 볼 때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픈 엄마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 


최근 뉴스에서 건강보험료가 심각한 적자이기 때문에 인상안을 두고 1안과 2안을 의논중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저출산과 노령화에 따라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지출은 늘지만 수입은 줄어들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고 했다. 이처럼 저출산은 한 사람,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부모급여를 준다고 하지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보다 점점 아이들이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생이 되면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고 대학교 등록금만해도 4년을 합치면 몇천만원이다. 어린 아이를 키울때도 맞벌이 부부는 주변에 도움받을 친정 또는 시댁 등 다른 사람의 손길이 없으면 아기가 아픈 순간이 많은데 그런 순간들을 대비하기엔 정부 제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개강을 하고 그러다보면 지금의 단축근무가 더 많은 눈치와 나에대한 화살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눈치와 화살을 어찌 감히 아이의 유년기시절 부모가 함께 있으면서 사랑을 채워주는 시간과 비교할 수 있을까. 저출산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정말 아이를 낳고 마음껏 일을 하고 복지제도를 활용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적인 문화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 마음을 모두가 다 공감할 수 없겠지만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그런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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