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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28. 2023

육아기 단축근무는 권리인가, 배려인가.

단축근무는 근로자의 권리인가, 관리자의 배려인가.


필자는 워킹맘이다. 교육공무원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여 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경우 1일에 2시간, 24개월의 근무기간까지 육아기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근무를 하던 중 네이버 검색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입사할 때 대학본부의 조교채용 담당자도, 같이 근무를 하는 분들도, 행정실 담당 직원도 그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또한 내가 사용을 하게 되면서 교수들도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2월부터 2시간 단축근무를 사용하게 되었고, 3월 새로운 학부장으로 나의 관리자가 바뀌게 되었다. 학부장은 복무관리 결재권자로 한편으로는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 일들이 있었던 날 다음달 연차사용과 함께 2시간 단축근무를 결재해달라고 하였을 때 나는 이런 답변을 받았다.


단축근무가 권리라고 생각하나요? 이건 배려예요. 내가 당신을 배려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내가 배려해주고 있는거예요.


배려. 관리자의 배려였던가. 관리자의 배려라는 것은 단축근무에 대한 권리가 관리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장은 중간관리자 입장으로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 엄밀히 말해 급여를 주는데 있어서 결정권자 또한 아니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제도를 사용하는 것은 나의 권리가 될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불편할 것은 무엇이고 불편하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 2시간 단축근무를 쓴다고해서 내가 더 노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단축근무를 사용해도 나의 업무양은 조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동일한 양의 업무를 2시간을 단축하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더 높은 강도로 일을 하게 된다. 때로는 근무시간 내 정해진 기간에 끝낼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남아서 오래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사람들은 단축근무는 근로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그런 말들에 신경쓰지 말라고 나에게 이야기 하지만, 중간관리자인 결재권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고 계속 나를 붙잡고 단축근무를 이야기하며 이걸 꼭 써야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였다. 그리고 나의 모든 실수를 다 하나, 하나 꺼내어 놓으며 당신은 이렇게 일을 잘, 못하고 있는데 이게 다 단축근무 때문이 아닌가. 라는 말을 하였다.


그래... 사람이 100% 실수없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 또한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최근들어 여러 일들로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업무와 심리적인 부담감을 받음으로 힘들었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실수들도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2시간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계속 불려가서 '다음 학부장에게 조교가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업무 전환을 하는 것은 어떤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겠는가' 라고 계속 이야기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대상포진에 걸렸다.(급히 병가를 써야해서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말해도 괜찮냐는 안부 한 마디 하지 않는 관리자였다.)


처음에는 업무 전환을 거부했지만, 그 이후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불편하시다면 저는 업무 전환은 충분히 괜찮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였다. 그런데, '그 때 내가 업무전환을 이야기했을 때 싫다고 했잖아요.' 라는 말을 도대체 내가 왜 들어야 하는걸까. 나는 분명 그 이후에 업무전환도 충분히 괜찮으니 고려하시고 결정하라고 말씀드렸고, 본인께서 괜찮다고 결정을 내리셨음에도 맨 처음에 내가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축근무를 한다고 해서 9to4 근무를 하면서 일을 내동댕이 친 것도 아니고, 일이 많을 때는 8시 출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5시 퇴근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8시 출근해서 6시가 다되어 퇴근을 하기도 했다. 단축근무를 사용할 때 4시 이후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고, 때로는 6시 이후 카톡으로 업무 관련 내용을 물어보는 연락들이 온다.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자의적인 선택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경제 독립을 했기 때문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대학원을 마치고, 정말 쉼없이 여러 회사들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일들을 겪었던 나였다. 그때 정말 별 일들을 다 겪었어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힘들지 않았고 그야말로 존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축근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내 마음이 무너져내리고 너무나도 서럽고 슬픈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결혼을 하였고, 아이를 낳았고, 어린 아이를 육아하면서 회사에 나와 일을 하며 2시간의 단축근무를 사용함으로 그것이 내게 큰 약점인것처럼 모든 사사건건, 그 일이 왜 그렇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모든 잘못과 책임을 내게 다 넘기며 '단축근무를 사용하니까 그런거지'. '단축근무를 권리가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듣는 2023년의 현실.


나는 정말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육아기 단축근무는 근로자의 권리입니까. 고용주의 배려입니까. 202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은 어떠한 생각을 하시고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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