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소아과는 부족해지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들 말한다. 정부에서 이런 대책, 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현실에 부딪혔을 때 정부의 지원 정책이나 사회적인 문화는 아직도 힘들고 또 너무나 힘들다.
올해 2월달부터 단축근무를 사용해서 4시 퇴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날이 밝을 때 퇴근하는게 마냥 좋았지만 점점 일이 바빠질수록 4시 퇴근을 하는게 쉽지 않다. 3시 30분이 되었을 때 업무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고, 내가 4시 퇴근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4시 이후에 업무 연락이 많아지다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에게 일 때문에 연락한 사람들도, 서로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분위기가 쌓여가는 것 같다.
본인이 학부장으로 있을 당시 학과사무실에서 일하는 조교가 마음대로 연차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독감에 걸려 열이 38도까지 오르는대도 학과사무실에 나와서 자리를 지키라고 했다는 교수가 있다. 그 교수가 현재 학장이란 위치에서 내가 단축근무를 사용하는걸 최근들어 알게되며 지금 학부장에게 쓴소리를 했나보다. 요지는 왜 전체교수들에게 메일을 돌려 단축근무 사용을 허락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학부장에게 한번 듣고, 학부장이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또 전달받아서 들으니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원래 육아기 단축근무제도가 있는지 모른 상태로 입사를 했고, 일을 하다가 복지제도를 알게되어 사용한 것이지만. 그들이 인사권한자가 될 수도 있지만 또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에는 그들의 허락을 구하는 조건은 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반대를 하더라도 내가 사용하겠다고 하여 단축근무를 신청했을 때, 그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속 신청하며 다니겠지만, 마음만큼은 편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오후 4시 퇴근을 하다보니 회사에서 오는 압박감이 점점 느껴져 힘이 들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하원해서 아기를 만났을 때 엄마를 보고 환히 웃어주는 미소에 힘을 다시 내어보지만 씁슬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9 to 6 근무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줄어든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근무시간일 수 있지만 워킹맘에게는 참으로 길고도 긴 시간이다. 집에서는 아이에게 아침에 헤어져서 저녁에 만나야 하는 미안한 마음이 없을 수 없고, 회사에서는 각종 눈치를 보며 견뎌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하루 2시간의 단축근무로 단축한 시간 속에서 똑같은 양의 업무를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더 여유가 없고 더 힘이들지만 그만큼 아이와 엄마에게 있어선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서 또 많은 힘을 내야하고, 많은 것을 견뎌야 한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 문제를 직접적인 본인의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사회에서는 문제라고하지만 개인에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많은 제도를 늘여가고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각박하고,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며 사회활동을 하며 그 시선을 이겨내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 부담해야한다. 언제쯤이면 워킹맘이 더 당당한 시대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그런 시대와 사회가 오는 날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