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쓴 소설.
8년 전.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졸업여행을 가게 되었다.
무척 가기 싫었던 여행이어서, 당연히 안 가야지 생각했지만, 당시 학과장님이 제가 많이 존경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저를 보내 달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갔다.
그래도 의미있는 상황을 보내고 싶었던 아해는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인 [제주4·3]에 관심을 가졌다. 7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전쟁'에 구토를 느끼며, 본 글은 여전히 아해이고, 지금도 아해인 필자가 풋풋 했을 때 쓴 글임을 밝힌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질문과 답. 글을 쓰며 필자의 머리를 참 괴롭게 했었음을 밝힌다.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괴물이 되지 않게 노력하게 만드는 이 글을 몇 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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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1. 비극의 시작
동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쏟아지는 피곤함에 바로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꿈을 꿨다. 그 꿈은 동수의 기억에서 가장 잔인하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1945년 9월, 한반도 서북지역인 황해북도 동수네에선, 고기를 삶는 냄새와 막걸리를 마시며 신나게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노인은 마을이 떠나가게 고래고래 ‘대한독립만세’를 불러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수는 자기 아버지가 마을사람들 모두를 초청하여 잔치를 열었고, 자기 아버지는 민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사실에 뿌듯하였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마을에서 돈도 많고 힘이 있는 양반 출신인 동수네 아버지는 일본인에게 정기적인 세금, 갑자기 달라고 하는 공납을 꼬박꼬박 낼만큼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일본 관리들의 뒷주머니에 돈을 넣어 줄만큼 여유가 있는 형편이었다. 그렇기에 동수네 집은 강점기에도 다른 집들보다 편하게 살았다. 그렇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동수네 집을 보는 시선은 당연히 나빴고, 눈치가 빠른 동수네 아버지는 독립이 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밤낮 머리를 굴려가면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를 생각했다. 골똘히 고민해서 나온 생각은 굶거나 힘든 마을사람들을 초대하여 독립을 축하하는 잔치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리고 순수한 동수는 아버지의 이러한 의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동수는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노인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의아해하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슬금슬금 다가갔다.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평양을 러시아 사람들이 점령하고 바지사장으로 어떤 사람을 세우려고 한다든디 그게 누구였드라.. 아이고 그건 잘 모르겄고, 이게 무슨 일이여라” 그러나,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이 문제인 마을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사장이면, 우리는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학교 다니는 옆집 순심이 누나의 말을 듣고 모두 화기애애 웃으면서 잔을 기울이고, 고기를 먹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흘렸을까. 집집마다 장기자랑 시간이 펼쳐졌다. 저기 산 중턱에 사는 공실이, 그리고 동수와 항상 같이 다니는 진성이형, 그리고 동네에서 춤을 잘 춘다고 소문난 동수가 좋아하는 춘심이가 춤을 추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차례가 왔다. 당연히 그 순서는, 오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동수의 차례였다. 빗자루를 들고 노래를 시작하려는데, 아뿔싸, 첫 음부터 목이 나가버린 것이 아닌가. 동수의 얼굴을 그 어떤 붉은 꽃보다 붉어졌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동수네 부모님들도 “남사시럽다. 얼른 들어오라카이”라고 말을 하면서 아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며, 곤란해하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재미를 느꼈다. 이에 상처받은 동수는 빗자루를 집어던지고 다시 들어왔다. 그러자 어른들과 부모님은 다시 동수의 이름을 외쳤고, 동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음 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