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3)

8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쓴 소설.

by 김동준

8년 전.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졸업여행을 가게 되었다.


무척 가기 싫었던 여행이어서, 당연히 안 가야지 생각했지만, 당시 학과장님이 제가 많이 존경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저를 보내 달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갔다.


그래도 의미 있는 상황을 보내고 싶었던 아해는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인 [제주 4·3]에 관심을 가졌다.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전쟁'에 구토를 느끼며, 본 글은 여전히 아해이고, 지금도 아해인 필자가 풋풋 했을 때 쓴 글임을 밝힌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질문과 답. 글을 쓰며 필자의 머리를 참 괴롭게 했었음을 밝힌다.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괴물이 되지 않게 노력하게 만드는 이 글을 몇 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


2. 광 기


동수는 어머니, 아버지가 죽은 뒤, 험난한 세월을 살았다. 1945년 9월, 동수의 괴성이 산을 울리고 난 뒤, 그는 시체가 쌓여있던 웅덩이에서 멍한 표정을 하며 올라왔다. 사람이 걷는 건지, 허수아비가 걷는 건지 다리를 질질 끌면서 힘없이 걸었다. 하지만 동수의 눈빛만은 달랐다. 그의 눈빛은 뜨거운 햇빛 아래, 오랫동안 굶은 맹수의 눈이었다. 어떻게든 잡아먹어야 살아야 한다는 그 눈이었다. 그러면서 동수는 혼자 중얼중얼했다. “개새끼들..다 죽여버리겠어.” 터덜터덜 아무런 목적 없이 걷던 동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앞을 보니,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자기 집을 보았다. 그제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수네 집은 친척이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부모님 두 분 다, 형제자매가 없었다. 그렇기에 동수는 혈혈단신으로 험난한 인생을 앞으로 살아가야 했다. 동수는 숨이 막혔다. 왠지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오고, 머리는 핑 돌았다. 의지할 곳은 집 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타버렸기 때문이다. 동수는 그나마 타지 않은 마루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그리고 밤새 울다가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동수를 툭툭 쳤다. 동수는 따뜻한 빛을 느끼며 말했다. “엄마” 하지만 금세, 현실을 깨달았다. 동수는 딱딱한 바닥에 누워있었고, 그 앞에는 엄마가 아닌, 어떤 사내가 서있었다. “아야, 일어나봐라, 딱 나는 성대라고 한다. 딱 보니 인민위원회 놈들이 이렇게 한 것 같은데 니 우리랑 같이 안 가려오?” 동수는 대답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유 당신이 누군지 알아간, 내가 가제!” 그러자 성대가 말했다. “우리도 너랑 똑같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인민 위원회 놈들에게 싹 다 죽었다간!” 그리고 이어서 성대가 말했다. “여기서 있다가, 또 인민 위원회 빨갱이 놈들한테 걸리면 죽는 거야” 그러자 뒤에 있던 민수가 이어서 말했다. “여기를 떠나서 남한으로 내려가자, 거기는 인민 놈들이 없다고 안 하간, 가면 우리한테 잘 왔다고, 밥도 주고 집도 주고 한다고 안 하간, 그리고 남쪽은 우리 가족들 죽인 빨갱이 놈들을 엄청 싫어하고, 그 놈들 죽여도 아무 말도 안한다고 안 하간, 얼른 일어나라 같이 가자.” 동수가 대답했다. “그려, 가자우, 남한으로 같이 가자우.” 동수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외롭고, 누구에게 의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동수는 겉옷 한 벌과, 속옷 여분들을 챙겨서 피가 묻은 흰 돌담 앞에 섰다. 그리고 그들 무리들에게 위로받으면서 집을 떠났다. 그 이후로, 동수는 아버지의 피가 묻은 흰색 돌담을 다시 볼 일은 없었다.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난 지, 근 일주일이 되었다. 그들은 씻지도 않고, 냄새는 얼마나 고약한지 산 시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버릴 거야’라는 생각만 하고 걸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그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바로 남포 항구였다. 성대가 말했다. “여기여. 여기가 목적지오. 드디어 도착했다간, 내가 배를 빌려놨으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라우, 내 얼른 찾아오리니” 그리고 성대는 배를 찾으려고 나갔고, 다들 숨어있었다. 한 30분이 지났을까. 성대가 돌아왔다. “저기 보이는 배를 타고 다 숨어야한다간, 날래 날래 타서 쥐 잡아먹은 것처럼 조용히 하고 있다간!” 근 40여 명이 되는 무리들은 일사천리 움직였다.


<다음 화 계속>

작가의 이전글돌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