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4)

8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쓴 소설.

by 김동준

8년 전.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졸업여행을 가게 되었다.


무척 가기 싫었던 여행이어서, 당연히 안 가야지 생각했지만, 당시 학과장님이 제가 많이 존경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저를 보내 달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갔다.


그래도 의미 있는 상황을 보내고 싶었던 아해는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인 [제주 4·3]에 관심을 가졌다.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전쟁'에 구토를 느끼며, 본 글은 여전히 아해이고, 지금도 아해인 필자가 풋풋 했을 때 쓴 글임을 밝힌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질문과 답. 글을 쓰며 필자의 머리를 참 괴롭게 했었음을 밝힌다.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괴물이 되지 않게 노력하게 만드는 이 글을 몇 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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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곳에는 인민위원회 놈들이 넘쳤다. 왜냐하면 상부에서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남한으로 내려간다는 소리를 듣고 많은 병력들을 남포 항구에 배치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니, 40명이 한 번에 우르르 지나가는데 눈에 안 띄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겠는가. 역시나, 40명의 무리들이 배 쪽으로 뛰고 있을 때, 인민위원회 놈들이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누기야, 다들 안 멈추간?” 그 소리를 들은 성대가 소리 질렀다. “배를 출발시키라우! 그리고 동무들을 날래 뛰라우!” 모두 남한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했기에, 다들 미친 듯이 배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민위원회 놈들은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 총소리는 비가 쏟아지듯 계속해서 들리고, 비명소리 또한, 맑은 하늘 아래, 역설적으로 흘러넘쳤다. 다행히 동수는 40명 중에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총을 맞지 않았다. 뒤를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는 누구보다 남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빨갱이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에, 특히 자기 부모님을 죽인, 효성이를 죽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신의 보금자리와 밥을 위해서이다. 결국에 그는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뒤를 바라보았다. 처참했다. 모두 쓰러져서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동수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성대가 쓰러져있던 것이다.


성대는 다리에 총을 맞았고, 가슴팍에도 한발 맞아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었다. 동수는 그 모습을 보며, 울었다. 왜냐하면, 일주일 동안 그 어떤 사람보다 자신을 챙겨주고, 위로해 줬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가는 배를 멈추고 뛰어가서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현실적이 아니라, 자기가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동수는 생각했다. 그래서,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성대를 봤을 때, 성대는 소리쳤다. “다들 잘 가라우 동무들, 날 기억해달라우, 이 빨갱이 놈들 전부 죽여달라우, 남한 가서 잘 살라우!” 그리고 인민위원회 놈이 뛰어와 성대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총을 쐈다. 그러자 배는 눈물바다가 되었고, 육지는 쥐가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렇게 배는 계속해서 떠나갔다. 성대의 시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육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수는 멀어져 가는 북녘땅을 바라보면서, 펑펑 울었다. 성대, 부모님,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지쳤는지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배는 망망대해 위에 있었다. 뱃가죽이 등가죽과 붙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린 그들. 당연히 배에는 모두가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로 혼이 나가 있었다. 성대가 죽은 뒤에 사람들은 누가 앞으로 우리를 이끌지 생각하며 토론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견이 맞춰지지 않자, 모두 포기하고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그 순간 동수는 혼자 있었다. 그리고 그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만 다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문제인지 생각하며, 훌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깊게 생각했다. 왜 이럴까. 내 삶은 왜 이렇고, 내가 뭘 잘못했는가. 끊임없이 심연 속으로 빠져가고 있을 때, 한 줄기 빛이 그를 비췄다. 빛은 이렇게 말했다.


‘동수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전부 공산당, 인민위원회 놈들이 다 죽인 것이야.’ 이러한 동수에게는 희망적인, 그리고 비극적이며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수는 그 목소리만 들었다. 그 목소리를 잡은 그 순간 동수는 소리쳤다. “동무들, 이게 뭐하는 것이간! 다들 정신 차리야, 남한으로 가자. 가서 인민군, 빨갱이 놈들 다 죽여버리고, 우리도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니간! 이렇게 살라고 성대 성이 자기 목숨을 버렸간? 다들 일어나서 힘을 내라우!” 갑자기 매가리가 없었던 동수가 그렇게 말하니 모두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생각해 보니, 동수의 말이 맞았다. 저 끝에서부터 환호가 들리기 시작하여서, 온 배를 휩쓸리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외쳤다. “동수야, 네가 우리를 이끌어라!” 그러자, 원래의 동수라면 왜 그러냐며 너스레를 떨며 앳된 얼굴로 거부하겠지만, 누구보다 결연한 표정과 목소리로 배의 짐들 위에 올라서서 소리를 질렀다. “빨갱이들 다 쏴 죽여 버리자!” 모두가 그 말을 듣자 전보다 큰 환호성으로 소리쳤다.


<다음 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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