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쓴 소설.
8년 전.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졸업여행을 가게 되었다.
무척 가기 싫었던 여행이어서, 당연히 안 가야지 생각했지만, 당시 학과장님이 제가 많이 존경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저를 보내 달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갔다.
그래도 의미 있는 상황을 보내고 싶었던 아해는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인 [제주 4·3]에 관심을 가졌다.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전쟁'에 구토를 느끼며, 본 글은 여전히 아해이고, 지금도 아해인 필자가 풋풋 했을 때 쓴 글임을 밝힌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질문과 답. 글을 쓰며 필자의 머리를 참 괴롭게 했었음을 밝힌다.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괴물이 되지 않게 노력하게 만드는 이 글을 몇 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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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모두 생기를 찾았고, 눈 또한 맹수같이 돌아왔다. 그렇게 동수를 중심으로 하여서 사람들은 모여, 뱃사공에게 남한으로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뱃사공은 배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회색 돌담으로 둘러싸인 2층 건물이 있는데 거기 2층으로 가면 당신들을 받아주는 남한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에게 가면 바로 집과 먹을 것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드디어 망망대해를 벗어나서 육지가 보였다. 뱃사공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기가 인천항이라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동수는 모두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말했다. 밤새도록 동수가 생각한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남한 사람들도 인민 위원회와 똑같지 않을까, 혹시라도 똑같은 놈들이라면 어떡하지, 북쪽 놈들도 남한 사람 출신 인간들을 수탈하고 몰수했다는 것을 들었는데 남한 놈들도 똑같진 않을지, 우리를 빨갱이로 몰아붙일지 않을지, 이러한 의심 속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짜서 결국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정신 똑바로 챙기고, 우리는 절대 인민위원회 놈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들을 증오한다는 것을 말하간!” 모두를 살리고 싶은 동수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모두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배가 부둣가에 도착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내렸다. 분명 결의에 찬 눈빛이었지만, 내리는 그 순간 그들은 너무 행복했다. 인민위원회 놈들과 떨어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한 얼굴, 모두 즐거운 얼굴을 가지며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걸었다. 하지만 동수는 그러지 않았다. 진짜 여기서도 갑자기 누가 튀어나와서 비극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숨 막히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스러웠다. 누구보다 무거운 표정으로 그는 걸었다. 그리고 뱃사공이 말한 그 건물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았다. 저 멀리 2층 건물이 보이고, 회색 돌담이 힐끔힐끔 보였다. 보자마자 거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건물로 가는 길에 들리는 라디오에서는 미국의 군정정치에 대해서 귀가 따가울 만큼 찬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원회들의 활동과 소련의 만행들을 이야기하는 라디오들이 섞여서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동수는 들리지 않았다. 아직 2층에 있는 그들을 만났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 건물과 회색 돌담이 확실하게 보였다. 그리고 다가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회색 돌담은 동수를 반겼고 동수는 돌담을 힐끗 쳐다보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층 문 앞에서 서서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끼익” 그리고 차가운 얼굴을 가진 사람의 차가운 서울말이 들렸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동수가 대표로 말했다. “북에 있는 남포에서 온 사람들이요.” 그러자 차가운 말투와 차가운 표정들이 사라지고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아이고, 그렇습니까. 어서 들어오시지요. 저는 여러분들을 보살필 김경석입니다. 어서들 들어오시지요.”
모두가 자리에 앉자마자 위에서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초콜릿이 등장하고, 바나나가 등장하였다. 이런 것이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자마자 경석은 뿌듯한 표정으로 미제라고 말하려고 했고, 말보다 빠르게 사람들은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다. 경석은 어색한 상황 속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기쁘게 먹고 있는데 한 명이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을 보았다. 역시나 동수였다. 경석은 동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동수가 말을 하였다. “우리는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오.” 그러자 경석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국가가 원하는, 국가가 하라는 대로 하시면 되십니다. 더 자세한 것은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말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자유를 즐기시죠.” 동수는 찝찝한 답변에 못마땅했지만, 대답했다. “알겠소” 그날 밤, 사람들은 이때까지 씻지 못했던 불편함을 맑은 물에 다 씻겨버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배부르게 밥을 먹으니 쏟아지는 잠에 이른 시간에 모두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동수는 어떻게든 잠을 참고, 경석이 어떤 일을 꾸미지 않을지 경계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지는 못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