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7)

8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쓴 소설.

by 김동준

8년 전.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졸업여행을 가게 되었다.


무척 가기 싫었던 여행이어서, 당연히 안 가야지 생각했지만, 당시 학과장님이 제가 많이 존경하는 분에게 연락하여 저를 보내 달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갔다.


그래도 의미 있는 상황을 보내고 싶었던 아해는 그 당시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라는 섬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인 [제주 4·3]에 관심을 가졌다.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념 전쟁'에 구토를 느끼며, 본 글은 여전히 아해이고, 지금도 아해인 필자가 풋풋 했을 때 쓴 글임을 밝힌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질문과 답. 글을 쓰며 필자의 머리를 참 괴롭게 했었음을 밝힌다.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괴물이 되지 않게 노력하게 만드는 이 글을 몇 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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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 정


동수는 한 8개월 전부터 4월 3일 제주남로당 사람들이 봉기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상부에서 동수에게 보내는 신뢰가 대단했기 때문이고, 그만큼 사안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동수는 싫었다. 왜냐하면, 동수에게 있어서 바다는 좋은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잃고, 성대까지 잃고 난 뒤에, 혼자서 괴로워하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4개월 전쯤에 부하들끼리 말하는 소리를 듣고 당장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이유는 동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원수인, 효성이가 제주 남로당의 간부라고 하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제주도를, 동수는 효성이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간다고 상부에 보고를 했다. 상부에선 당연히 반겼고, 그다음 날 바로 출발했다. 동수는 효성을 죽일 생각에 손이 떨렸다. 누구보다 기다려왔던 순간이었고, 그 생각으로 고된 훈련들을 참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남로당 사람뿐 아니라, 도민들 상당수가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들은 1947년 3월 1일 행사 때, 부상당하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 파업에 참여를 한 사람들이 군인들과 경찰의 폭정에 참지 못하고 올라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동수는 선동당해서 올라간 좌익들이라고 치부했다. 왜냐하면, 제주도민들을 죽이다 보면 효성이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도착한 첫날부터 그를 죽이기 위해, 중턱에 있는 사람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4개월이 흘렀다. 길었고 참혹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동수는 선선한 제주바람에 자신을 맡겼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 있던 기사가 차를 멈추고 동수에게 말했다. “대장님! 여기가 상모리임둥!” 동수는 모자를 쓰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 내려서 앞을 보니, 검정 돌담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동수는 아무도 없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수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만족한 듯 부하들에게 말했다. “어서, 마을 사람들 불러 모으간!” 그러자 서북청년단원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한 30여분이 지났을까 마을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다들 모여들었다. 다 모였다고 그쪽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노인이 말했다 “우리한테 왜이러괌. 우린 아무것도 모르젠.” 그러자 동수가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신들 사정 아니간!” 그리고 서북청년단들에게 동수가 말을 했다.


“자! 남편이 없는 가족들을 다 앞으로 끌어오리라! 그리고 자식이 없는 노인들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전부 앞으로 불러모으간!” 그렇게 청년단원들이 인원을 솎아 내니깐, 23명이 모였다. 그리고 동수가 외쳤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 돌아가라! 근데, 혹시라도 남로당 놈 잡아서 너희들과 관련된 소리가 나오면 다 죽여버리갔으!” 그러자 불려 나가지 않은 주민들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번뜻, 동수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지나갔다. 동수는 한번 씩 웃었다. 그리고 자기 부하들에게 말했다. “오늘 상부에게 마을 두 개는 돌아보라고 말했으니, 중모리 사람들도 어서 데리고 오라. 날씨도 보니, 우중충 안하간? 한 번에 끝내버리자우!, 그리고 지금 가고 있는 간나들 날래 다시 오라우!” 돌아가는 사람들은 한숨 돌렸다가, 갑자기 청천벽력 한 소리가 들리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전부,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니 동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검지를 세워서 까딱까딱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중모리로 몇몇의 서북청년단원들은 출발했고, 동수와 함께 몇몇은 남아있었다. 동수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오늘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중모리 사람들 기다리려면 저 저 간나들이 얼어 죽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간? 반동분자 새끼들 말고 멀뚱히 서있는 저놈들 데리고 가서 땅을 파라우!” 그 말을 듣자마자, 동수의 부하들의 몇몇은 총을 들고 가족들의 소재를 모르는 23명을 조준하고 있고, 나머지 부하들은 나머지 사람을 데리고 반대편에 검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공터로 삽과 곡괭이를 들고 갔다. 반대편에서는 곡괭이와 돌이 부딪쳐서 나는 쇳소리가 나고, 운동장에서는 23명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수는 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서, 멀리서 트럭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동수가 말했다. “아들아 어서 준비들하간!” 동수의 소리를 듣자마자 남아 있던 서북청년단들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때마침 반대편 공터에 있었던 서북청년단원들이 동수에게 소리쳤다. “대장님 여기 땅 다팠습니다우!” 동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날래 뛰어오라우” 동수는 자기가 그린 그대로 모든 것이 되고 있음을 기뻐했다. 중모리에는 주민들이 별로 되지 않아, 트럭 2대로 마을 전체인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그들도 상모리 사람들과 똑같이 가족이 있는 사람들과 소재가 불분명한 사람들로 나뉘었다. 그리고 난 뒤에 동수가 소리쳤다. “자 날래 전부 다 반대편으로 가자우!” 반대편 공터로 도착한 무리들은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를 보았다. 왠지 모를 오싹함이 주민들 모두를 휩쓸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서북청년단원들은 가족의 소재가 불분명한 자들을 구덩이 앞쪽으로 배치시켰다. 그리고 서북청년단들은 미친 듯이 총을 쐈다.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고 하자, 동수도 권총을 꺼내서 도망가는 사람들의 등을 쏘기 시작했다. 그날, 48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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