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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Oct 25. 2023

칭찬받고 기분 나빴던 이유

칭찬은 때로 불편하고 폭력적일 수 있다

칭찬은 때로 불편하다. 나에겐 거의 매번 불편한 것 같다. 까닭은 칭찬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구조가 대부분 상하 구조이며, 위에서 아래를 대상으로 칭찬을 할 때는 그 칭찬의 대상이 되는 행동 등이 계속 유지되길 원하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고 그것이 칭찬자의 생각과 맞아 발생하는 칭찬은 좋다. 그러나 어쩌다가 벌어졌고 그것으로 인해 칭찬이 발생한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행동일지라도 그것이 어떤 칭찬의 대상이 되고자 했던 것까지는 아니라면 여전히 불편하다.

야 너 그거 잘했어.라는 말에는 야 너 계속 그렇게 해. 그래야 나와 우리 모두한테 좋아. 가 함축되어 있는 것처럼 들려 내게는 아직 칭찬받는 것이 불편하다. 좋다는 판단을 나보다 선취해 버리고선 내 생각의 틈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해야 할지.

다른 사람의 어떤 행동 또는 무언가가 잘했다고 느껴진다면 그냥 고맙다고만 하면 되지 않을까? 이쯤 되니 참 세상 불편하게 산다는 생각도 든다.

- '17년도에 썼던 글, <불편한 칭찬>


"야 철수 일 잘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철수보다 윗 또는 강한 사람일 확률이 100프로에 수렴할 것이다. 단지 철수라는 이름을 반말 투로 불렀기 때문은 아니다.

칭찬을 하는 행위에는 칭찬자-피칭찬자의 권력관계가 따라 나온다. 그리고 그 권력차이가 클수록 더 효과적인 칭찬이 될 것이다.

칭찬이 폭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피칭찬자가 자기 그대로 서가 아니라 칭찬자의 의도와 워딩에 맞게 행위 등을 자발적인 범위를 넘어서까지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17년도에 썼던 글, <칭찬의 폭력>


그렇다고 당연히 모든 칭찬이 불편하고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칭찬 하나를 들어도 그냥 듣지를 않았던 모양이다. 2017년이면 4년 차에 한창 부서에서 적응하고 일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건방져지고 처음으로 업무에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하던 때였었던 것 같다. 칭찬을 받아도 그냥 일을 더 주기 위해 말로만 칭찬하는 거 같아서 싫었던 감정이 묻어나는 글이다.


최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어떤 상황에 대해 A임이 확실함에도 지속적으로 B라고 주입을 시킴으로써 실제로 B라고 믿게끔 만들어 교묘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행위를 말한다. 더 자세하게 다음을 참고해 볼 수 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38864&cid=43667&categoryId=43667


통상 가스라이팅은 부정적인 방법(대표적으로 거짓말)으로 타인을 조종하는 경우를 뜻하지만, 칭찬도 가스라이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나 보다. 실제로 자식 육아 방법에 칭찬("00이는 엄마 말 잘 듣네")을 잘 이용함으로써 자식 스스로가 실제보다도 더 엄마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만들고 그 태도를 유지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착한 가스라이팅'을 활용해 보라는 지침이었다.


칭찬은 쉽게 생각하면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 칭찬이 불편했던 이유는 칭찬 이후에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는 이후에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이 더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칭찬도 없이 일만 주는 회사도 엄청 많다. 그것에 비하면 당연히 양반이다. 또 그 칭찬에 반감이 간 이유는 그 일이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봤기 때문일 수가 있다. 아니면 싫어했던 상사가 칭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칭찬 듣기 너무 좋다. 이 각박한 생활 속에 서로 말이라도 이쁘게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남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종종 오기도 한다. 고백하건대, 내가 하는 칭찬에도 순도 100% 칭찬만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칭찬은 관계를 부드럽게 해 주고,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 도움 되는 좋은 수단임이 확실하다. 세상에는 겉으로도 나쁜 게 많고, 의도적으로 나쁘게 하는 사람도 참 많다. 순진할 수 있지만 착하고 보기 좋은 것들에는 조금은 마음을 더 열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칭찬을 하는 입장에서도 자기 뜻에 맞게 남을 이끌려는 의도를 조금 덜고,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을 해보자.



Image by athree23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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