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츠 Nov 20. 2023

회사 내 불륜이 주위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방법들

도덕적인 불쾌감은 물론이요, 실질적인 악영향이 크다

회사 경력이 조금 되어가다 보니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접하게 된다. 그중 불륜도 그렇다. 전 회사에서나, 지금 회사에서나 보기도 하고 소문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통상 불륜 문제 되는 이유는 불륜 양 가족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데 문제가 먼저 있다. 불륜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가 회사에 찾아와서 난리를 피울 수도 있다. 그런데 유책 배우자가 뒷수습을 위해 잦은 휴가를 갑작스레 사용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제 3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불편할까?


우리는 똥을 보면 더럽고 냄새가 나서 불쾌하다. 그러한 비도덕적인 행위를 보고서 불쾌해지는 감정은 너무나 당연해서 그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한다. 대신 회사에서 조직 전체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방해되는 지를 돌아보려고 한다.


1. 정보의 불균형


대개는 상급자-하급자의 불륜 관계가 많다. 내가 하급자인 경우 정보가 나에게 오지 않고, 그 둘 사이에서만 먼저 공유가 된다. 서로 상부상조하며 회사 돌아가는 상황 파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랑 믿을만한 사람과 어떤 정보를 같이 공유하고 상황에 대한 인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긴 하지만) 함께 키워나갈 동지가 생긴다는 것은 보탬이 된다. 반면 그들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감도 들거니와, (때로는 중요한) 정보를 제때 적절히 공유받지 못하여 조직 전반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2.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 가능성


둘이서는 서로 무조건적인 편이다. 업무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고, 토론을 하는 중에 설득이 필요하지 않은 내 편이 있다는 건 회사 생활에서 큰 자산이다. 서로 친밀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편이 되고, 동일한 의견에 찬성한다면 업무 논의와 의사 결정 과정이 비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륜뿐만 아니라 형-동생 같은 사적인 관계가 문제인 이유이기도 하며, 형-동생 관계에 대해서도 곧 다뤄볼 예정이다.)


3. 병목 현상 발생


둘이 약간 다툰 것 같은 날이 있다.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내가 집에서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제 3자가 우리 부부를 본다면 느껴질 차가운 공기가 흐른다. 또 그 둘에게서 업무적 병목 현상이 생긴다. 둘이 바로 한마디면 끝날 일인데 이상하게 돌아간다. 티타임을 해도 맨날 붙어 앉던 둘이 따로 앉는다. 지랄 났다.


4. 하, 이것도 소외감이라고 해야 되나?


회사에서 어떤 우스꽝스럽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둘 중 한 명만 그 상황을 보았어도 나중에는 꼭 두 명이 다 알고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괜히 소외되는 것 같고 위축되어 짜증 난다. 피해 의식일 수도 있지만, 꼭 나에게뿐만 아니라, 그 둘은 똘똘 뭉쳐 외로운 처지에 놓인 다른 직원을 바보로 만들더라. 그러면 그 직원은 괜히 그 둘 앞에서 위축되는 듯 보인다. 또 일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끌고 가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련자 및 조직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여기서도 병목이 발생하는 셈이다.


5. 당사자의 언행에 따르기가 어려움


불륜 당사자가 나와 연관된 상급자라면 일말의 존경심 또는 선배에 대한 주의 집중력이 사라져서 업무 지시가 좀 와닿지 않는 느낌이 든다. 뭔가 같이 일하기가 꺼려진다. 특히 주위 사람에 대한 업무 내용 이외의 자세, 태도, 성격 등을 평가를 하면 자기나 잘하지 무슨 평을 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팍 들었다.


6. 바가지는 한 곳에서만 새지 않더라


불륜을 할 정도이니 다른 부분에서의 도덕 기준도 많이 낮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레이 존을 잘 이용한 애매한 부정행위,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에서 비롯된 회사 전반적인 내부 통제의 강화. 내부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에 별문제 없이 잘 지내던 사람들의 회사 생활이 팍팍해짐. 이어진 애사심의 하락. 이런 흐름들도 직접 겪어 보았다.



쓰고 나니 더러운 똥을 보고 불쾌해진 것과 아예 무관한 것들은 아니어 보인다. 인터넷상의 불륜 글을 보면 항상 자기들만 모른다, 회사 복사기도 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왜 자기들만 안 들킬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안 들키라는 게 아니라, 불륜을 처음부터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이 글은 결코 전달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아쉽게도,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도 않거니와 한가하게(!) 브런치로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시각을 읽으러 들어 올 리가 없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이 글을 보시고서 혹시 제가 누군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더라도 저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 혹시 이 이야기가 본인 이야기 같더라도 이것은 한 사람, 한 커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Image by R-region on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369 슬럼프 그리고 그 이후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