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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Oct 19. 2023

키보드 소리의 법칙

사무실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왜 거슬릴까

이 법칙은 자기가 이 회사에서 더 중요한 직급에 있고, (직급과 무관하더라도) 스스로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수록 사무실에서의 키보드 소리가 커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키보드 소리'는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그냥 그 사람이 내는 자기의 (물리적) 존재감을 표출하는 모든 소리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소리'가 커지게 되면 주위 사람은 소리 주인의 존재감을 느끼고 불쾌해진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 주어진 파티션을 넘어서는, 공간 침범이라는 반칙 또는 무례함을 범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나를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에 닿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믿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령 본인보다 상급자 거나 조심해야 할 사람 앞에서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개발자가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가끔 엄청난 키보드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대충 키보드가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적축, 갈축 등등. 그중 기억나는 제품 소개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타건감은 좋은데 소리가 크기 때문에 타이핑할 일이 적은 관리자 급에게 추천하는 키보드입니다." 분명 (키보드) 소리는 주위에 공해가 되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차라리 하급자들은 조용한데, 상급자가 시끄러운 거면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관료적인 조직 특성상 또는 한국적인 나이 서열 문화 상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신경 쓰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하급자면서, 상급자 앞에서도 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경우는 골치 아파진다. 본인이 상급자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이 정도는 상급자에게 티를 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인데, 이 맥락은 관료/나이와는 다른 종류여서 굳이 이해해보고자 하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에 합의된 사항이 아닌 그 사람 혼자만 강요하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리 주인이 의도적으로 소리 내는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필적 고의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소리 나는 물건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본인의 행동으로 소리가 나는 것은 자기도 들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소리'는 존재감이 강해 타인에게 큰 불쾌감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소리 안 내려고 조심하는 게 억울해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Image by Jay Zh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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