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지키는 아이러니한 방법
언제부턴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가끔 하게 된다.
"저는 직장인의 본질은 시간 팔아서 돈 버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을 하게 되는 배경을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상황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시간 팔아서 돈 버는 것'만' 하지 않고 다르게 직장 생활을 해보려고 했는데 모종의 사유로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그래 나 직장인이었지. 뭘 더 바라겠어.'라는 뉘앙스에 가깝다. 모종의 사유에는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
열심히 하던 프로젝트가 고꾸라졌을 때, 하기 싫거나 예상치 못했던 업무를 받아서 하게 됐을 때, 원치 않은 부서 이동을 하게 됐을 때, 동료와 맘이 맞지 않고 트러블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일을 해나가야 할 때 등 기타 내 맘에 들지 않는 직장 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서.
이 문구는 [부의 추월차선]을 읽으면서 보았던 내용이다. 직장인과 다른 본질을 지닌 경우는 사업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기의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번다기보다는 자기의 시간과 무관하게 돈이 돈을 낳는 상황을 만들어 둔 사람이다. 그래서 직장인이 아닌 사업가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은 지 꽤 됐지만 직장 생활 10년 하면서 얻은 거라곤 오히려 그 '직장인의 본질'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많다는 점이다. 직장 초년차 시절은 저러한 '모종의 사유'가 주어지면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걸 해볼까 등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몇 번의 어리숙한 시도 이외에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었던 기회를 낚아 채지 못한 지금에 와서는 본질을 체화하여 살고 있다.
그래도 이 본질을 되뇔 때 현재의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곤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이다. 그 본질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서 그 본질에 갇히지만 그것을 떠올려야 위안을 받는다-. 결혼, 육아 등 여러 층위의 현실의 틀 안에서 내게는 직장 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고, 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서 가정에까지 안 좋은 기분을 들고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러한 본질이라도 인식하고 내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번 다시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Image by Anna Dziubinsk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