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지 않고 싶어 다시 찾은 개인주의
책은 그냥 소재일 뿐, 책 내용을 요약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쓰려고 한다.
그래도 이 책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면, 크게 1부와 2부가 나뉘는 책인데 본인은 정확히 1부만 두 번 읽었다. 2부는 판사인 저자가 법관으로서 겪은 경험담을 주로 쓴 부분으로, 한번 더 읽을 정도의 구미가 당기진 않았었다. 책 제목 그대로의 개인주의자로서의 선언은 주로 1부에 담겨 있으며, 1부를 강추한다.
처음 읽을 때는, 직장 생활을 하며 꼰대 같은 문화가 싫어 일종의 도피성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왜 우리 사회에는 개인주의가 희소한 거지? 뭐 이런 것까지 남의 것에 대해 다 간섭을 하고 관심을 갖는 것인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글이 궁금해서 읽었다. 읽고 나서는 씁쓸해하며 다음 한 줄 평을 어디에 끄적거린 기억이 난다.
'개인주의는 선언해야만 하는 무엇인가 보다.' (너무 흔해서 선언하지 않아도 되면 좋을 텐데...)
두 번 읽을 때는, 내가 문득 꼰대화되어 가는 느낌이 들어서 반성의 차원에서 다시 읽었다.
사람을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아니, 고칠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살인을 하자, 도둑질로 생계를 꾸려 나가자와 같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금지되는 사항들을 행하거나 주장하는 게 아니라면 다양성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당하기 싫었듯) 꼰대가 안되고 싶다. 그냥 무작정 시대가 꼰대를 조롱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개인주의자로서 늘 고민되는 점은, 다양한 생각들 중에서 무엇을 정해서 공통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가라는 질문을 할 때이다. 다양한 것들 중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과제이다.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좀 무겁다면, 쉽게 접근 가능한 개인주의자의 생각 방법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문유석 판사도 [자유론]에 빚지지 않고는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실제 읽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주의 사상에 대해 [자유론]을 빼고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문유석의 이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다. 거꾸로 읽어도 순서는 무방하지만 [자유론]은 전혀 어렵지 않은 책이니 추천한다. 개인주의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자유'가 등장해서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근대 이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아주 친한 짝꿍이라서 입문 수준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그냥, 10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굴지의 제조 대기업 신입사원 최종 면접장. 철학과 출신이라고 역시나 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충 이런 질답이었다.
- 철학 책 중에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저는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고 그 생각들이 경쟁할 때 더 나은 방향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답변 뒤로는 더 이상 질문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는 선배에게 조인트 까이는 회사 문화라고 한다. 못 가길 천만다행이고 다른 책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의 많은 것들을 대변해 주는 책이 바로 떠올라서 (그렇기 때문에 떠올랐지만) 또 다행이었다. ‘자유’는 그 회사 문화의 주적임이 틀림없을 테니깐 말이다. 이처럼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