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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Jan 15. 2024

임홍택, [2000년생이 온다]; 그런데 7080은?

7080 이야기를 00년생에게 굳이 들려주려 하지 말자

[90년생이 온다]에 이어 [2000년생이 온다]도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읽게 되었다. 자신보다 더 어린 다른 세대에 대해서 각자 나름의 어렴풋한 견해는 있을 것이다. 또 꼰대라면 이미 자기의 견해를 주입시켜 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객관적인, 심도 깊은 논의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글은 90년생이, 00년생이 어떤지 요약하는 글은 아니다. 그보다는 ‘9000’의 이야기는 주목받는데 비해, ‘7080’의 글은 잘 보이지 않고 왜 주목을 받지 못하는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대략 현재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이들(임원 미만)이 70년대생부터 90년대생이 대부분이고 00년대생이 진입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80년대생도 10년 남짓 회사 생활을 해 나가며 대리 과장 차장 등 실무의 척추를 담당하고 있는 나잇대이다. 7080은 이미 열심히 구르고 구르는 중이다. 그러다 9000을 마주하며 자신들과 다름에 대해 충격을 받고 해석이 필요한 상태에서 위의 책들은 요긴하게 읽힌다. 저자 말대로 이해되지 않더라도 알 필요는 있다.


두 권을 읽고 나니, 의문이 드는 점. 왜 7080만 9000에 대해 읽어야 돼? 9000이 기존 회사원 선배 세대들과 문법을 익혀야 하는 것도 인지상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에게도 실제 그런 요청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의 강연 현장에서 [60년생이 온다]나 [70년생이 온다] 같은 책을 써달라는 요청은 적게 잡아도 수백 번 넘게 들어봤다. 이렇게 요청하는 사람들은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를 한 번쯤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하지만 이러한 대응이 과연 문제 해결이 얼마나 실용적인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 [70년생이 운다]와 같은 책들이 출간됐다. 하지만 눈에 띌 만한 갈등의 해결 혹은 해결책을 얻어가지는 못했다. 이런 식의 해결책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효과 이상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 같다. (pp. 239-240)


역시나 이런 생각은 흥할 리가 없다. 스스로 반성 중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지 생각해 보자.


1. '책'을 내달라는 것부터가 꼰대스럽다. 9000이 책을 많이 읽겠느냔 말이다. 생각을 전달하고 싶으면 최소한 그들이 주로 접하는 매체를 통하자. 설득을 하기 전에, 우선 메시지가 가 닿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책이 아니라 최소한 유튜브 영상이어야 한다. 책을 냈다간 죄다 라면냄비 받침대나 불쏘시개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000도 안 사보고, 7080도 안 사볼 텐데 어디서 팔릴 책일지.

 

2. 9000이 7080을 배우고 싶어 할까? 아니면 재테크에 관심이 많을까? 9000에게는 자기들이 배우고 싶은 면모를 가진 사람이면 나이와 세대가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정보가 없어서 선배들의 회사생활 방식에 관심이 적은 게 아니라,  한정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 중 자기가 원하는 모습만 좇아 배워가는 것이다. 또 과거보다 회사 생활, 그리고 지금 이 회사의 상대적 중요성이 조금 떨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80년대의 후반의 끝자락에 태어난 나도, 돈 없이 회사 직급만 갖춰서 빌빌대고 꼰대질하는 사람보다는 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적당하더라도 차라리 경제적 여유가 있어 마음 씀씀이가 넓은 사람이 되는 게 낫다고 볼 정도이다.


3. 백번 양보해서 9000이 7080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치자. 또 그들이 접하는 채널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하면, 무슨 이야기를 알려줄 수 있는가? 7080을 포함한 기성세대의 이야기는 사회에 만연한 주류 담론이어서 일단 신선하지가 못하다. 그래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기존 담론이라도 전해주고 싶어 한다면 그것이 바로 꼰대일터. 모였던 9000 다 도망가버릴 것이다. 하나마나한 재미도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00년생은 차치하고, 최근 5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90년대 중반 언저리 직원들과 업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회사 생활 방식과는 다른 면모를 맞닥뜨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고,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만인 듯해서 억울하다 싶었다. 그런데 위의 발췌에서 처럼 진지하게 요청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눈살이 찌푸려져 바로 반성하게 되었고, 그래서 쓴 글이다.


당연히 쉽지는 않다. 그런데 쉽지 않은 건 세대의 다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아무리 동년배여도 달라서 쉽지 않다. 분명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향성은 있을 거라 이러한 책도 큰 도움은 된다. 하지만 편의주의적으로 책 한두 권 읽고 그들을 다 이해했다고 치부하지 말고, 계속 같이 업무 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료가 되어갈 것이라고 본다. 반대로 한두 권의 책으로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주입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니, 긴 시간을 두고 겪어볼 일이다.



* 참고 문헌

임홍택, 2000년생이 온다 (도서출판 11%, 2023)


Image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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