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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Feb 15. 2024

밀란 쿤데라, [삶은 다른 곳에]; 그때는 젊음

삶은 다른 곳에 있다고 꿈꿔봤던 젊은 시절

주의! 이 글은 책의 요약이나 일반적인 줄거리가 아닙니다. 그냥 소설 중 맘에 꽂힌 부분을 바탕으로 글을 썼을 뿐입니다. 또는 쓰고 싶었던 글을 이 책을 핑계로 쓰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설의 주인공 야로밀처럼, 나도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꿈꿔 봤던 적이 있다. 이제는 삶은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데, 야로밀을 만나보니 삶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음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섹스를 할수록 나는 더 혁명을 하고 싶고, 혁명을 할수록 나는 더 섹스를 하고 싶다라는 말이 소르본 대학교 어느 벽에 있었는데 (...) (p. 304)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새로운 것'에 대한 야로밀의 엄청난 열망(이 '새로운 것'의 신앙)은 다름 아니라 아직 겪어 보지 못한 그 상상할 수 없는 짝짓기가 동정의 소년에게 불러일으키는 열망, 추상적으로 그려본 짝짓기에 대한 열망일 따름인 것 같다. (p. 319)


나의 대학 시절은 술뿐만 아니라 시위와 집회로 시작되었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사회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목소리를 여전히 내는 게 주류인 시대라고 착각했었다. 아직도 사회에 부조리가 얼마나 많은데! 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이 사회의 현실에 의해 얼마나 가려져 있는 것인가?


열심히 도로에 나가 외치고, 소위 "좌파" 총학생회 선거본부원이 되어서 강의실에 들어가 우리 후보를 홍보하고 노래에 맞춰서 춤도 추고 그랬었다. 개표날 꼬박 밤을 새우며 개표 현장에서 낙선 결과를 받아 들고, 또 잠깐 잤다가 그 추운 날 또다시 집회에 나섰던 기억이 난다.


참 젊었다. 물론 그때의 그런 행동이 젊었기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위와 집회 현장에서의 강렬한 에너지는 젊은이에게 특히 잘 어울렸던 것은 틀림없다. 내가 꿈꾸는 그 모습이 꼭 실현되길 강렬히 원했고 그런 삶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고, '삶은 다른 곳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 에너지가 넘치던 젊은이는 더 이상 아니다. 이전처럼 내가 원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그것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융통성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젊은이는 (...) 우주의 안전함과 단일성에 대한 향수를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으며, (...) 어른들의 상대성의 세상 앞에서 불안을 (또는 분노를) 느낀다. (...)
어른들의 세상은 절대성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인간의 그 무엇도 위대하거나 영원하지 않음을 (...) 잘 안다.  (pp. 361-362)


나의 작은 목소리가, 도로에서의 외침이 세상을 하나씩 바꾸는데 일조하길 바랐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면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것에 내가 기여한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확실히 안다. 예를 들어, 가족이 그렇다. 그리고 지킬 것도 많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지금도 열심히 사회운동을 하는 친구가 있다. 여전히, 본인을 뛰어넘어 더 큰 높은 곳의 이상을 좇는 사람을 보면 숭고한 뜻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나마 계속 응원한다.



* 참고 문헌

밀란 쿤데라, [삶은 다른 곳에] (방미경 역, 민음사, 2011)


Image by Duncan Shaff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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