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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Jan 03. 2024

눈치 많이 보는 사람의 입장

눈치를 안 보고 싶지만,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내 이름을 "철수"라고 하자. 정확한 앞뒤 사정이 기억나진 않지만, 다음은 실제로 들은 말이다.


"철수님은 눈치를 많이 보시네요!"


가벼운 회식 자리였는데, 순간 주위가 엄청 조용해졌다. 놀라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놀랐다. 이런 말을 한다고... 근데 틀린 말이 아닌 걸 어떡하나!


"네 맞아요ㅎㅎ 근데 다들 눈치 많이 보지 않나요?"


순간 주위 사람들의 안도의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 같다. 또는 나 스스로, 상황 악화 안 시키고 잘 넘어갔다고 뿌듯. 그런데, 이어진 답변.


"저는 눈치 하나도 안 봐요!"


웃으면서 눈치 좀 보셔야 할거 같다고 받아치려다가 말았다.


사실이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예민과 한 세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덜 보게 되었다.


그래서, 눈치를 많이 본다는 거야? 적게 보게 돼서 다행이라는 거야?


눈치를 많이 보든 말든 사람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 내가 눈치를 본다는 건 사실이니 그걸 거부할 것도 아니다. 대신 너무 눈치를 많이 볼 때는 너무 피곤하고 진이 빨렸기 때문에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도 좋다는 정도로 답을 할 수 있다.


예민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지만, 또 그렇다고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뒤에 숨긴 싫다. 만약 아예 아무것도 안 하면 눈치 안 봐도 되는 면에서는 오히려 편안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 자문한 결과, 나서고 부딪히고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보지 말자. 결국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적고 금방 잊더라. 그러면서 점점 눈치를 덜 보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회식 자리에서 눈치를 많이 본다고 이야기 들었던 배경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랬을 거다. 티타임이든 회식 자리든 가만히 조용히 있는 스타일은 아니고 이왕이면 나와 함께하는 그 자리가 더 즐거울 수 있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농담을 하게 되고, 우스운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 내 말이 적절한지, 반응은 괜찮은지 눈을 열심히 굴렸으리라. 또는 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글에서 똑같은 말도 어렵게 풀어서,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처럼) 부연에 부연을 거듭하는 게 마치 눈치를 보느라 말을 고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좋다. 최소한의 염치와 자기 스크리닝을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라도 만족이다. 그리고 그냥 원래 이렇게 살아와서 딱히 막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술만 좀 들어갔다 하면 눈치를 개나 줘버려서 문제다. 반성한다.



지금까지 보신 바와 같이, 이 글의 글쓴이는 눈치를 많이 보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하니,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구독과 라이킷을 부탁드린다.



Image by dooder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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