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건,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사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딜러/딜 : 게임에서 유래된 말로 공격하는 행위를 '딜'이라고 하며 그 행위자를 '딜러'라고 함. 남을 꼽 주거나 놀리면서 대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탱커/탱/탱킹 : 딜의 반대 편에 서서 몸빵을 하며 수비를 하는 행위자를 '탱커'라고 하며, 그 행위를 '탱' 또는 '탱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꼽이나 놀림을 당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딜과 탱
회사나 사람을 만나봐도 딜과 탱, 꼽 주는 사람과 (마지못해) 받아주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개그맨 중에서도 열심히 놀리는 캐릭터와 놀림 받으면서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리고 이 조합들이 죽이 잘 맞으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딜과 탱을 다루는 기본 대원칙
딜러 능력치보다는 탱커로서의 능력치가 높고 경험이 많은 글쓴이의 견지로는, 본인이 딜러 성향이 짙든 탱커 성향이 짙든 딜은 안 넣는 게 낫다.
대개는 딜러가 먼저 딜을 넣어서 문제가 된다. 당하는 사람은 하급자라서 또는 대화 분위기를 깨기가 싫어서 그냥 적당히 맞춰줄 수밖에 없게 되고 딜러-탱커의 조합이 탄생한다.
본인이 딜러 기질이 있다면 딜을 의식적으로 최대한 자제하고, 그 와중에 삐져나오는 모두가 유쾌한 딜만 그나마 허용해 보자. 반면 본인이 탱커에 가까운 성향인데 딜이 싫다면 단호하게 처음부터 거부해도 좋다는 점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1. 딜러의 딜이 명백히 웃음 목적이어야만 한다.
우선 탱커가 알아듣고 즉각 유쾌한 반응이 나와줘야 한다. 또 주위에서 듣는 사람도 명백히 '이거 까려고 하는 말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 실패다. 진짜 순수 웃음 100%만을 노린다는 생각으로 딜을 날려도, 이미 놀리는 것 자체가 불쾌한 분위기로 바뀌기 쉬운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2. 딜러의 딜이 탱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즉,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욕이나 비속어는 안 써야 한다. 또 개인적으로 고민을 나눴던 내용이거나 그 사람이 여기저기에 알리기 싫은 내용을 강제로 아웃팅 해서는 안된다.
3. 딜러가 딜을 통해 탱커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표출하거나 무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
딜러-탱커는 일종의 캐릭터 놀이여야 즐거운 수단으로만 끝난다. 만약 진지하게 놀리거나 무시하기 위해, 또 딜러가 본인이 더 나음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딜을 넣는다면 당하는 탱커뿐만 아니라 대화 분위기 자체가 망한다. 적어도 간신히 호흡기만 안 뗀 상태로 유지될 뿐이다.
4. 딜러와 탱커의 관계가 이미 돈독한 사이여야 하고, 그 관계를 제3자도 알아야 모두가 즐겁다.
상호 친하지도 않은 관계이고 잘 모르는 사이인데 갑자기 딜을 넣는다? 싸우자는 말 밖에 더 안된다. 또는 초장부터 딜러가 그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기싸움을 거는 것뿐이다.
5. 딜러라면 때로는 자기도 시원하게 당해줘야 한다. 자기는 딜만 넣고 탱을 하지 않는 내로남불을 보이면 안 된다.
때로는 딜러도 시원하게 당해줘야 한다. 그래야 억눌린 탱커의 욕구도 해소되고 관계가 지속된다. 만약 딜러가 딜만 넣고 탱을 당하자마자 정색을 하는 인물이라면 역설적으로 본인이 넣었던 그 딜이 진지한 꼽주기였음이 드러나는 셈이다.
자기 딜이 유머러스한 것이라면, 그만큼 자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딜을 당하더라도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웃어넘기지 못한다면? 본인의 딜도 유머가 아니라 진지한 놀림에 불과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6. 결국 딜러는 굉장히 유머러스해야 한다.
개그맨과 같이 공유된 맥락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웃길 수 있는 대단한 유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화 참여자들 사이에서 호감을 사면서 유머스러운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알 것이다. 모르겠다면 안타깝게도 유머스럽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최소 위 6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자. 그렇지 않다면 대원칙으로 돌아가서, 누구에게도 딜을 넣지 말자. 실패한 딜은 말실수가 되어 대화 분위기 흐리고 사과하기 바빠진다. 해봐서 안다. 더 최악은 본인의 딜이 실패한지 모르고 수습을 하지 않아서 주위 동료들을 잃어버리는 경우다. 이런 사람도 봐서 안다.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위 조건 모두 충족한 게 아니라면 당하는 사람이 관계 유지를 위해 열심히 (하지만 힘들게) 참아주고 있다는 점을. 뭐, 상급자 중에는 후배라면 당연히 참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딜만 넣고 탱은 용납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