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에게 여러 번 당해 본 한 사람의 이야기
[이전 관련 글] 내 주위에도 나르시시스트가 있을까?
대학교 동아리, 첫 직장, 지금 직장에서 각각 1명씩 총 3명의 나르시시스트(이하 "주인공". 이들은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가 자신을 위한 무대이자 수단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과 같다.)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의 끝이 썩 좋지 못하게 관계가 끝났다.
왜 이렇게 내 삶에 '주인공'이 잘 나타는 거냐며 주위에 한탄하기도 했었는데, 내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자기 연민이나 죄책감에는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3명의 주인공. 매번 잘 만나고 거의 매일 연락을 하고 가깝게 지내다가, 결국 멀어지고 다시 연락하지 않게 되는 같은 단계를 거쳤다.
결혼도 하고, 애 아빠에, 직장 생활도 10년을 했는데도 대학교 때 겪었던 그 고민을 되풀이하는 스스로가 조금은 한심해졌고, 반성하게 됐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생각해 보고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성격과 사교 관계 측면에서 나르시시스트와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자기 주위에 유독 자주 나르시시트가 꼬인다 싶으면 이 이야기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자기가 힘든 구조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지도.
1. 혼자서도 잘 지내지만 남들과 같이 지낼 때 더 즐겁다. 일상적으로는 관계 맺음이 귀찮고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면이 있어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적절한 텀으로 제대로 된 관계 속에 있다면, 그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안다. 남과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집단에서 내가 기여한 바가 높을 때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는 습성을 지녔다.
2. 그런데 먼저 남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또는 귀찮아서 안 하다 보니 더 못하게 되었다. 혼자서 하는 취미에 시간 보내는 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줘야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는데 귀찮다. 그러다 보니 먼저 (자신의 나르시시스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손을 내밀어주는 주인공의 손을 잡는 게 관계를 맺어 가는데 편하다.
3. 이렇게 시작된 관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발톱을 다 드러내기 전까지는 좋다. 잘 챙겨주고, 또 외롭지 않게 이것저것 같이 하게 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도 자기의 세를 불려 가려면 따르는 사람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산다.
4. 그러다가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고, 인생 전반에 대한 조언과 자신에 대한 일종의 충성심을 요구하는 듯한 테스트를 하기 시작한다. 또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아니, 언행이 가볍고 거칠어진다. 그래도 참게 되는데, 그들이 회장/사수/팀장이라는 지위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조직 내 직상위자와 멀리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나를 지키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또 무엇을 함께 하자고 하면 거절을 잘 못하고, 분위기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도 이러한 상황을 부추겼다.
5. 시간이 지나 결국 파국을 맞는다. 세 주인공 각각과 표면적으로 관계가 틀어진 계기는 제 각각이다. 하지만 틀어지기 전부터 그들을 경계하고 멀리하게 되는 때가 꼭 찾아왔다. 조직의 가치와 같이 즐기는 취미를 넘어, 인생 전반에 대한 (요청하지 않은) 조언과 (조언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비난이 등장한다. 동시에 본인은 완벽하다고 강조한다. 주위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나기 때문에 자기를 따라야 자기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너를 위해서'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고마워하고 충성을 다 해야 마땅한 것이다.
6. 최근 몇 달 전 3번째 주인공을 손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쓸쓸하고 외롭다는 이유로, 관계 형성에 조급함을 느끼면 안 될 것이다. 내 변화 없이 (무의식 중에라도) 다시 주인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에 대한 물음은 아직 열려있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다. 당장은 취미 생활을 레벨 업시키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까지가 주인공과의 만남 전, 중, 후의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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