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마냥 착하게 살라고만 알려줘도 될까
착해요, 사람 좋아요, 배려 잘해요 같은 겉만 좋은 말들
스스로 착하게, 사람 좋게, 배려하며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들한테도 착하게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아들이 약삭빠르게 행동하고, 눈치를 살살 보며 자기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 가려고 거짓말을 시도하는 걸 보면 오히려 흐뭇할 때가 있다. 왜 흐뭇하냐면, 사회 생활하면서는 착하고 사람 좋고 배려해 봐야 자기가 힘든 경우가 오히려 많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아빠는 스스로의 착한 모습이 때로는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어서 문제다.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고 더 좋은 평가 등을 얻기 위해 사람을 구워삶아가는 행태들을 본다. 사람 좋고, 착하고, 배려해 봐야 본인이 얻고 싶은 것을 원하는 수준으로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피자가 한정적이고, 모두 제 조각의 크기를 키우고 싶어 할 때 양보는 있어서는 안 된다. 양보와 배려도 장기적인 전략일 수 있다. 지금 조금 떼어내고, 추후에 더 큰 보상을 받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놓치면 다시 기회가 돌아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본다. 땡길 수 있을 때 땡겨야 한다.
또 어떤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도 상황이나 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물어보려 한다. 그렇게 배려를 실천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눈치를 보느라 못 물어본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며 웃는다. 나도 그냥 막 묻고 듣는 사람 기분 상관없이 그냥 이야기하면 되나? 그러면 이렇게 혼자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을까? 막상 질문 내용이 별것도 아니었거니와, 그 사람도 뭐 별 뜻 없이 한 말이라는 것은 알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착해요, 사람 좋아요, 배려 좋아요 같은 말은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지, 사회생활에서는 굳이 중요한 말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다. 인사도 굳이 먼저, 열심히 할 필요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해야겠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동료들과 착하게 지내고, 먼저 배려하라는 자기 계발 조언 등은 거의 본 적이 없거니와 인기도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착하고, 사람 좋고 배려 잘하면서도 본인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것이려나? 아들에게도 마냥 착하게 살라고만 말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느낀다. 본질은, 내 문제지 아들 문제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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