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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Dec 18. 2023

내 주위에도 나르시시스트가 있을까?

나르시시스트들의 10가지 공통점

첫 회사와 지금 회사에서 모두 나르시시스트를 만났었다. (둘 다 하필이면 같은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회사 내 몰락까지 지켜보았다.


내가 그들로 인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공감을 바라는 글을 써볼까 하다가, 감정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생하게 느꼈던 것들을 떠올려야 해서 다시 괴롭힘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글은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은 나르시시스트들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나 스스로를 포함하여)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공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나르시시스트들로 인해 피곤을 겪는 사람보다는 아직 나르시시스트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단순한 숫자 계산 아래, 어떤 사람이 나르시시스트인지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를 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겪어 본 나르시시스트들은 서로 다른 회사에 있음에도 놀랍게도 많은 공통점을 드러내었다. 각자에게서만 발견된 모습 말고, 소름 끼치게 둘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모습만 추렸다.


주의 1. 엘리베이터에서 남들 다 조용한데 혼자만 시끄럽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옆사람과 하던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수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만원이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옆사람의 옷차림이나 우스꽝스러움을 보고서 지적을 하며 난감하게 만든다. 자기가 상황을 통제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리라.


주의 2. 남을 꼽주거나 놀리면서 웃기는 '유머'를 구사한다


남을 놀리는 방식이 유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 사람을 옭아매려고 한다. 꼭 엘리베이터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주의 3. "우당탕 탕탕탕탕"


이 소리는 출퇴근 시간에 그 사람 책상에서 나는 소리다. 주위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안하무인이기 때문에 책가방을 놓거나, 운동 기구를 갖다 놓거나 움직일 때 요란한 소리를 낸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그 사람이 출퇴근을 하는지, 어디 자리를 비우고 회의를 다녀오는지 모두 알 수 있다.


주의 4. 새로 만난 사람에게 자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을 회사에서 이루었는지 본인이 설명한다


당연히 겸손함이 없다. 어필을 은근하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 팀에서, 이 조직에서 가장 잘났으니 너도 나를 배워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자기편으로 꼬드긴다.


주의 5. 자기 사단을 만들고 싶어 한다


본인들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정도는 파악한다. 그러므로 언제라도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 똘마니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세를 불려 나가서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새로운 파트로 분리를 해 나가려는 목적을 갖는다.


주의 6. 회사 일도 자기가 제일 잘하고, 일 아닌 것들도 자기가 가장 잘한다


회사 일은 기본이고, 운동도 가장 잘하고 술도 제일 잘 알고 잘 먹는다고 꼭 여기저기 티를 낸다.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집-회사만 반복하는 바보라고 여긴다.


주의 7. 자기가 잘하는 것을 같이 하기 좋아한다


취미 생활을 혼자서 잘 안 한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꼭 회사 안에서 자기 사단의 똘마니들과 같이 하면서 자기를 찬양하게 만든다.


주의 8. 물어보지 않은 것도 이미 알려주고 있다


회사 일도, 운동도 같이 재밌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꼭 지적하고 알려주면서 자기의 우위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자기 존재의 밑 빠진 독을 채운다.


주의 9. 회사가 자기의 업무 기여도를 100%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업무 시간에 남들은 눈치 보느라 못하는 딴짓도 서슴없이 하고, 법인 카드를 개인적으로 쓴다. 그리고 그것을 크게 감추지도 않는다.


둘의 정확한 표현은 좀 달랐지만, "나는 그래도 되니까."라고 육성으로 말하더라.


주의 10. 다른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꼭 자기를 드러낸다


"너는 내가 봐도 잘한다."


물론 타인에 대한 평가는 주관의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그 사람의 수준을 자기가 승인해 줄 권한은 없다. 회사 조직장이 아니라면 말이다. 또 회사 일에 대한 것이 아니면 그것은 또한 조직장의 소관이 아니다. 잘하는 게 있으면 아래 같은 한마디면 충분하다.


"너 이거 잘한다."


그들에게는 자기가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또 남이 잘하는 그 무엇도 '자기보다는 못났지만 그래도 좀 하네.'에 가깝다. 명백히 남이 더 나은 것에 대해 치켜세우는 경우에도 자신이 평가자라는 점을 꼭 드러낸다. 칭찬도 피평가자보다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인 셈이다.



아무쪼록 나르시시스트들은 교정이 불가능하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해할 필요 없다. (첫 회사에서 처음 만났을 땐 그를 이해해 보려고 나르시시스트 관련 책도 3권이나 읽어 봤었는데, 메커니즘은 이해가 되어도 그 사람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건 여전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삶이 피폐해진다. 결국 몰락하겠지만, 몰락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회사는 언젠가 그만두게 되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위의 주의사항들이 발견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나르시시스트라고 말하긴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서 위의 10가지 사항들이 모두 발견된다면, 그는 나르시시스트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이들을 만나면 샤워할 때나 잠자리에서, 그들에게 당했던 생각에 문득문득 짜증이 올라올 수 있다. 또 사무실에서는 웃음을 잃고, 말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부디 꼭 피할 수 있으면 피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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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Mohamed_Hassan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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