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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Feb 29. 2024

(웃으면서) 옷 샀어?

그럼 옷을 사서 입지 주워 입냐

파트 회의를 위해 모였다. A 직원이 그동안 못 보던 옷을 입고 온 모양이었나 보다. B가 묻는다.


- (웃으면서) 옷 샀어요?

-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아니에요~ 원래 있던 옷이에요.


못 보던 옷을 입고 온 사람에게 하는, 웃으며 하는 옷 샀냐는 질문은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1. 문자 그대로, 헌 옷이 아니라 새 옷을 샀냐라고 질문하는 의미

2. 못 보던 옷 입고 온 거 보니 오늘 좀 꾸미고 왔네? 최근에 옷 샀어?

3. 새 옷인 거 같은데 이쁘다, 잘 어울린다.


1번의 의미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회사에 다닐 정도면 자기 옷 사입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사 입지 않으면? 주워 입거나 물려 입거나 기부받아 입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옷 주워 입었냐고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 옷을 칭찬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3번처럼 드라이하게 이야기해 주면 된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옷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가장 좋은 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고, 굳이 말하겠다면 (그 사람이 회사에만 처음 입고 온 헌 옷일 수도 있으므로) 새 옷인지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냥 "옷 이쁘네요."라고 하면 족하다.


위 대화 상황에서 반응하는 사람이 약간 정색하듯 웃으면서 답한 것은 아마 2번처럼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면 모르는데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옷 샀냐고 물어본다면 호의로만 들리지 않는다.


저 대화 상황으로 회의실 참석자들 모두가 (적어도 겉으로는) 호호 웃고는 있는데, 그 질문을 들었던 당사자나 옆에서 듣던 나는 뭔가 불편했다.


그래서 굳이 내 개인적인 경험담을 덧붙였었다.


“제 이야기긴 한데, 이전 회사에서 누가 제가 안 보던 옷 입고 가니까, 웃으면서 옷 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답했어요. : 그럼 옷을 사 입지 주워 입어?”


다들 빵 터지고 그렇게 상황 종결이 되었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역시 매번 어려운 것은 화자와 청자 사이의 그 경계선이다.



Image by StockSnap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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