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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Mar 29. 2024

30명이 모인 단톡방이 불편하다면

단톡방을 통해 엿보는 권력 구조

부서원들이 모두 모여있는 단톡방에서의 여러 상황들이다.


1. 단톡방에서 팀장이 전 직원 멘션을 걸어서 공지 사항을 전달한다. 또 특정 직원 멘션으로 업무 진행 사항을 묻는다. 자연스럽다.


2. 단톡방에서 팀원이 전 직원에게 회식장소를 공지한다. 자연스럽다.


3. 단톡방에서 팀원이 동료 팀원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는다. 부자연스럽다.


4. 단톡방에서 팀원이 동료 팀원에게 업무 진행 상황을 묻거나 공유한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1) 둘만 업무를 공유하고 검토하는 사안이라면 개인 메시지가 더 적절하므로, 부자연스럽다.

(2) 업무 내용을 팀원 여러 명이 같이 공유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럽다.


5. 단톡방에서 팀원 몇 명이 함께 개인적인 잡담을 나눈다. 부자연스럽다.


여러 가지 상황이 가능하다. 다 나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위의 자연스럽고, 부자연스러움을 나눈 기준이 되는 단톡방에 담긴 권력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좋고 나쁨의 차원이 아니다.


1. 팀 단톡방 내 최고 선임자인 팀장은 단톡방과 개인 메신저 간의 구분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부하든, 후배를 호출해서 이야기를 편하게 한다. 단톡방이 자기 개인 공간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또 어떨 때는 팀원 전체가 참고 차원에서 아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으므로 개별 팀원과의 업무 논의를 단톡방에서 진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수도 있다.


2. 팀장이 개인적인 잡담을 단톡방에 할 수 있다. 해도 괜찮다는 아니다. 그나마 팀장이니까 가능하다. 암묵적 전제는 회사 단톡방은 잡담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의 팀원들은 팀장의 잡담이나 농담에 반응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3. 그런데 만약 어떤 팀원이 농담도 날리고, 톡방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바로 팀의 권력 실세다. 우리나라의 실세는 삼성전자 총수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지만, 삼성전자 총수는 죽을 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팀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바뀌더라도 그 팀원은 이동하지 않는 한, 계속 실세다. 따라서 그 사람하고 친해지든지, 아니면 그 사람 앞에서 조심하든지 해야 한다. 실세가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여럿이 무리 지어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4. 마지막은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은 대다수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최소한으로만 참가를 할 뿐 먼저 참여하고 싶지도 않은데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업무 이야기도 단톡방을 통해 소통하기가 조금은 민망하다. 하지만 대다수가 단톡방을 이용하니, 그 분위기에 적응은 해 나간다.



꼭 회사 단톡방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창들이든, 동호회든 여럿이 모인 사적인 모임의 단톡방이라면 대개는 상황이 비슷할지 모른다.



Image by macrovector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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