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되는 무해한 순간
날도 풀렸다. 역시 아들이라 그런지, 또 워낙 울음소리도 크고 힘도 셌던 아이였던 터라 온 세상이 자기의 놀이터다. 그런데 찻길까지 놀이터 삼게 할 수 없으니, 또 벚꽃 구경 같은 거는 하기 싫어하니 동네 놀이터를 자주 가게 되곤 한다.
지난 주말도 아들과 둘이 동네 놀이터에 나섰다. 아는 친구 하나도 없지만 얼마나 붙임성이 좋은지 금방 호구조사에 같이 놀자고 다가가더니, 내리 몇 시간을 논다. 토요일에도 3시간, 일요일에도 3시간을 놀이터에서 놀다가 온다.
예전 같았으면 죽을 맛이었을 시간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시간 동안 계속 안아주고 옮겨주고 내가 직접 놀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노는 거 구경하고 다치지는 않는지 다른 친구와 다툼이 생기지는 않는지만 잘 지켜보기만 해도 되어 좋다. 가끔 놀아주고 대응해줘야 할 때도 아직 물론 있긴 하지만.
"아,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 순간 즐겁고 하하 웃으며 뛰어가는 저 모습이 부럽다."
육성으로 와이프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들과 놀이터에 가면, 그 모습을 주구장창 볼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무해한 기분이다.
날씨 좋은 봄날 밖에 나가 아들의 즐겁고 환한 웃음을 계속 보고 있으면, 마치 캠퍼들이 불멍 하면서 힐링한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그래서 유행이었구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떨 땐 내가 아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아들이 나를 매일매일 위로한다는 기분도 든다. 아들의 순수한 웃음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또 내가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