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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May 07. 2024

“아빠, 키즈카페에서 친구 사귀고 싶다.”

아들 덕분에 내 사교성도 키운다

5월 어린이날 연휴. 키즈카페를 웬만해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3일 중 2일이나 비가 오는 바람에 안 갈 수는 없었다. 아들과 단둘이 가게 된 키즈카페.


아들이 혼자서 시설들 점검 차원에서 한 바퀴 순회하고 오더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한다. 아이스크림 한 숟갈 뜨더니 하는 말.


- 아빠, 키즈카페에서 친구 사귀고 싶다.

- 아 그래?


그렇게 혼자 놀러 다시 스테이지로 복귀하는 아들. 조금 놀다 보니 심심한가 보다. 같이 놀자고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돌아온다. 몇 번 같이 숨바꼭질도 해주다가, 같이 놀기 좋은 무리들을 발견! 아쉽게도 한 살이 어리다. 아들도 몇 살이냐고 묻더니 그새 김이 빠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단둘이서만 새로운 시설을 탐험하며 놀기에는 이미 신선함이 떨어져서 결국 그 무리에게 다시 접근해 본다. 아들보다 한 살 어린 두 명(다섯 살!)을 적으로 삼고, 아빠/아들이 한 팀이 되어 서로 쿠션으로 힘 겨루기를 해본다. 깔깔깔.


아 보람차다. 이렇게 잘 놀아주는 아빠라니. (내가 자신들의 아들들과 놀아주는 동안, 저 둘의 부모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나는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겠지.) 동갑 친구와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나름 만족한 모양이다.


아들 덕분에 아들보다도 더 어린 분들께, 감히 같이 놀자고 제안을 해보았다. (아들은 나름 자신이 형이라고, 그들과 노는 걸 썩 내켜하진 않았지만 나 스스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합리화해본다.) 그래도 그들 부모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키즈카페에서 가끔 한눈 판 사이 아들이 오늘 처음 본 다른 가족 테이블에 앉아서 과자 먹는 모습을 본 게 몇 번 된다. 그럴 때마다 나도 아들 덕분에 그들 부모와 멋쩍은 이야기를 좀 나눌 수밖에. 하하하.



아들의 사교성이나 활발함을 유지하고 키우는 데에는 부모가 선뜻 나서고 민망해하지 않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래, 네가 친구가 생겨야 아빠도 혼자 좀 쉬고, 너도 재밌게 놀 수 있을 텐데. 친구 사귈 수 있을까? 선뜻 그러자고 말 못 해서 미안해. 아빠는 너보다 이런 게 괜히 왜 힘든 건지 몰라. 그래도 너 때문에 아빠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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