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들 앞에서 행다行茶하기

다도 수업 09. 떨리는 손으로, 흘려보내기

by 미도
dado99.jpg

브런치 작가는 작가의 서랍 안에 글을 넣어두고 매만지다가 적당한 때에 글을 발행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발행한 글은 서랍 속 글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나 또한 그때 비로소 '나'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그 글을 온전한 하나의 글로 바라볼 수 있다.


다도 자리에는 차를 우리는 주인인 팽주(烹主)와 손님인 팽객(烹客)이 있다. 실습 시간에 나와 도반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돌아가며 팽주를 맡는다. 처음 팽주를 하는 도반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을 때, '떨릴 수 있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팽주 자리에 앉아서 행다(行茶)를 할 때, 마음과는 다르게 내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아! 도반들 앞에서 팽주가 되어 차를 대접하는 건 또 다른 일이구나!'


그 자리에 앉아보기 전까지 나는 내 손이 떨릴 줄 몰랐다. 집에서 혼자 실습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 뒤로 나는 집 안의 주먹만 한 인형들을 팽객 자리에 늘어놓고 실습을 했다. 우습게 보일 수 있었지만, 시선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했다. 인형들 앞에서도 팽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렇게 작은 시선을 경험하며 조금씩 담담해졌다.


그 후로 팽주 자리에 앉을 때는 행다에만 집중하려 했다. 왜 떨리는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 '나'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처음'이라는 생각, '잘하고 싶어'라는 생각...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때 생각은 사라진다. 생각은 언제나 과거 아니면 미래니까. 눈앞의 글에, 눈앞의 차에 마음을 다하면 생각은 사라지고 마음은 충만해진다. 순리대로 했다는 고요한 만족감. 그래서 담담하게 서랍 속 글을 꺼낼 수 있고, 도반들 앞에서 행다를 할 수 있다.


서랍 속 글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나는 더 이상 쓸 힘이 없고, 글은 제 스스로 살아가고자 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그냥, 지금, 할 뿐이다. 글도 행다도, 내 생각 없이 흘러간다.





*행다(行茶) : 차를 내는 일련의 동작

매거진의 이전글금요일엔 손톱을 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