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 수업 09. 떨리는 손으로, 흘려보내기
브런치 작가는 작가의 서랍 안에 글을 넣어두고 매만지다가 적당한 때에 글을 발행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발행한 글은 서랍 속 글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나 또한 그때 비로소 '나'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그 글을 온전한 하나의 글로 바라볼 수 있다.
다도 자리에는 차를 우리는 주인인 팽주(烹主)와 손님인 팽객(烹客)이 있다. 실습 시간에 나와 도반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돌아가며 팽주를 맡는다. 처음 팽주를 하는 도반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을 때, '떨릴 수 있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팽주 자리에 앉아서 행다(行茶)를 할 때, 마음과는 다르게 내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아! 도반들 앞에서 팽주가 되어 차를 대접하는 건 또 다른 일이구나!'
그 자리에 앉아보기 전까지 나는 내 손이 떨릴 줄 몰랐다. 집에서 혼자 실습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 뒤로 나는 집 안의 주먹만 한 인형들을 팽객 자리에 늘어놓고 실습을 했다. 우습게 보일 수 있었지만, 시선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했다. 인형들 앞에서도 팽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렇게 작은 시선을 경험하며 조금씩 담담해졌다.
그 후로 팽주 자리에 앉을 때는 행다에만 집중하려 했다. 왜 떨리는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 '나'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처음'이라는 생각, '잘하고 싶어'라는 생각...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때 생각은 사라진다. 생각은 언제나 과거 아니면 미래니까. 눈앞의 글에, 눈앞의 차에 마음을 다하면 생각은 사라지고 마음은 충만해진다. 순리대로 했다는 고요한 만족감. 그래서 담담하게 서랍 속 글을 꺼낼 수 있고, 도반들 앞에서 행다를 할 수 있다.
서랍 속 글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나는 더 이상 쓸 힘이 없고, 글은 제 스스로 살아가고자 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그냥, 지금, 할 뿐이다. 글도 행다도, 내 생각 없이 흘러간다.
*행다(行茶) : 차를 내는 일련의 동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