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손톱을 깎아요

다도 수업 08. 금요일의 작은 리추얼

by 미도




도반이 행다(行茶)를 할 때, 손톱을 유심히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나 스스로 행다를 할 때 제때 안 깎은 손톱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손톱에 때라도 끼어있다면 그 순간부터 행다에 집중이 안되기 시작한다. '아아, 손톱 밑에 까만 거 때 아니라 흙인데... 도반들이 오해하면 어쩌지!' 묻지도 않은 변명을 속으로 하기도 했다.


그 후로 금요일엔 손톱을 깎는다. 손톱을 깎으며 내일 수업을 생각한다. 다도 수업의 시작은 토요일 10시지만 그 시간에 선원에 가 앉아있기만 한다고 수업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 동안 매일 다도 실습을 하려고 노력하여 거의 매일 성공한 주도 있고, 어떤 때는 딱 한번 그것도 금요일에, 내일 수업에 가야 하니까 겨우 한 주도 있다. 다도 실습은 혼자 하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빠르면 삼십 분. 그러나 그 삼십 분이라는 시간을 매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일상에 아직 자리잡지 못한 30분은 다른 일들에 치이고 밀린다. 더구나 시간도 필요하지만 공간도 필요하다. 집 한자리에 다도 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라면 실습을 위해 다구를 매번 꺼내고 넣어야 한다. 나 역시 지금은 작게나마 공간을 마련했지만, 수업 초반에는 책상 위나 식탁 위에 다구 짐을 풀었다 쌌다 했다.


선생님은 "하루 한번 차 앞에 앉으라."라고 당부하셨다. 스승의 말을 실천하려고 애쓴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고, 일상의 리듬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토요일 수업에 지난 6일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 앉아있는 내가 싫다. 마치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처럼, 불안하고 우왕좌왕하며 도반들과 마주 앉아 있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이, 혹은 어쩌다 보니 실습을 못한 날이 있더라도 자책하며 괴로워하거나, 그 원인을 찾아 탓하는 것은 더더욱 우리 수업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바쁘지 않았던 날에도 차 앞에 앉지 못한 날이 있었다. 앉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에도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것에 마음을 뺏겨 그 시간을 미루었다. 정작 시간이 있을 때는 차 앞에 앉지 않아 놓고, 이런저런 일로 바쁠 때에는 오히려 '다도 실습해야 하는데...' 하며 이것 때문에, 저것 때문에 못 했다고 마음속으로 탓하고 있었다. 해도, 하지 않아도 하루는 살아지기에 차 앞에 앉는 일을 내 일상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방심과 자책을 오가는 마음을 다독이고 훈련하며 '이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를 공부하는 걸까?' 생각하는 나를 보며 옅은 미소가 피식 번지기도 한다.


금요일 저녁에 손톱을 깎고 있노라면— 방심과 자책, 두 마음을 다 알아차리고 내려두며, 내일 다도 수업을 준비하는 담담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새끼손가락을 치켜들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