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 수업 07. 굳이, 새끼손가락을 내려보아요
그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 도반들과 내가 찻잔이나 다구를 들 때면, 우리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새끼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곤 했다. 보통 여성들이 자주 하는 동작이라 생각했는데, 남자 도반들조차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를 보신 선생님께서는 "새끼손가락을 내리고 다섯 손가락을 차분히 붙여 다구를 잡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하지 말라니 더 하고 싶은 아이처럼, 한동안은 새끼손가락 마디마디가 꿈틀거리고 간질거렸다.
이 일은 10년도 더 된 기억 하나를 불러왔다. 내 불교 공부의 시작으로 각인된 '통도사 수련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배운 대로 이동할 때 손을 모으고(차수叉手) 앞사람을 따라 조용히 걷고 있었다. 입은 다물고 있었지만, 눈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연꽃과 개울물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때 스님께서 나 들으란 듯이 말씀하셨다. "두리번거리지 마세요. 시선을 한 곳에 두세요."
새끼손가락을 드는 것, 걷는 중에 두리번거리는 것, 그리고 찻자리에서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는 것.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마음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걸까? 사실 일상 속에는 "그거 좀 하면 어때서" 혹은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반문하게 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다도나 수행도 마찬가지다. '차 한 잔 마시는 데 형식이 꼭 필요할까?', '마음공부를 꼭 해야 할까?', '꼭 머리를 깎고 출가까지 해야 하는 걸까?' 같은 의문들 말이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은 것을 '굳이' 해본다. 굳이 해보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지금까지 해오던 습관을 바꾸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밖으로 향하던 몸짓을 안으로 거둘 때, 마음도 따라 안으로 거두어져 내면을 비춘다. 방향을 안으로 바꾸려면 먼저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 습관을 바꾸는 훈련은 의지와 반복된 연습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곧 마음공부이고 '수행'이다.
새끼손가락을 올리지 않으니 마음도 손가락을 따라 정갈해짐을 느낀다. 허공을 향하던 새끼손가락도 함께 찻잔의 온기를 감싸 쥔다. 이제는 새끼손가락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 되었다. 훗날 누군가와 차를 마시다 그가 자연스럽게 새끼손가락을 올린 모습을 본다면, 슬며시 미소 지을 것 같다.
아- 익숙하던 것이 낯설어지고 낯설던 것이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 선禪 공부라던 말씀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