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히로 Sep 10. 2018

읽는 자소서와 읽지 않는 자소서의 차이

내 자소서 100% 읽게 하는 법

채용공고가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하루에 한 개 이상 자소서를 써야 하는 살인 일정이다. 자소서를 잘 써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막상 쓰다 보면 자기 합리화가 시작된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긴, 이제 와서 갑자기 자소서가 확 좋아질 수 있을까?


가능하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자소서가 좋아지는 방법이 있다. 정말 경쟁력 있는 자소서를 쓰는 방법, 바로 잘 읽히게 쓰는 것이다. 서류합격의 확률을 가장 확실하게 높이는 방법이다. 구분을 잘 해야 하는데, 임팩트 있게 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쓰는 것이다.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술술 읽히는 자소서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읽기가 어려우면 안 보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평범한 내용도 술술 읽히면 읽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잘 읽히게 쓰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잘 읽히게 쓰는 것은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편집'의 영역이다. 죽어 있는 당신의 자소서를 지금부터 간단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보고자 한다.


죽은 자소서를 다시 살리시며...

 

잘 읽히는 게 왜 중요한가?


자소서를 읽는 사람은 '인사담당자'이거나 '현직자'이다. 결론은 어쨌든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채용'이 주된 일은 아니다. 각자의 일이 있고, 그 와중에 여러분의 자소서를 읽게 된다. 그게 참 어렵다.

서류전형 기간은 약 2~3주 정도 된다. 요즘 지원자는 대략 1만 명 이상이고, 자소서는 최소 2,500자 이상이다. 2,500자면 약 A4용지 2페이지. 


1만 명 × A4 2P = 20,000페이지, 소설책 100권 정도의 분량이다.

자소서가 소설책 100권 정도의 분량으로 나오는데, 이것을 많아야 10명 이내의 사람들이 읽는다.


그냥 상상만 해보면 된다. 공자, 논어, 맹자 같은 책 열댓 권을 2주 간 꼼꼼하게 읽으면서 동시에 평가까지 하는 모습을. 재미없는 것은 둘째치고 글 자체가 잘 읽히지 않으면 굳이 읽지 않는다. 아직 너무 많은 자소서가 남아 있으니까. 그 안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 있더라도 읽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첨삭을 해보면 잘 읽히지 않는 자소서의 비중이 약 70% 이상이다. 그 얘기인즉슨, 잘 읽히게만 써도 내 자소서는 30% 이내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웬만한 스펙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이다.


그리고 자소서는 하나의 보고서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강점이 있다'는 것을 2페이지로 명확하게 보고하는 것. 회사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보고서를 못 쓰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소서가 잘 읽히게 쓴다는 것은 여러분의 역량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탈락!


읽히는 자소서는 잘 쓴 보고서와 같다


결국 자소서는 보고서처럼 만들어야 한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바로 알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직장인의 방식이다. 


그래서 만든 나의 십계명이다. 자소서를 다 쓴 후에 편집하는 과정에서 마치 보고서를 다듬듯이 한 번씩 수정하면 된다.


1. 첫 문장은 두괄식이다.
     → 직무역량을 묻는 문항에는 '내가 잘하는 것'을 가장 먼저 쓴다
     → 지원동기를 묻는 문항에는 'ㅇㅇ이 좋아서'를 가장 먼저 쓴다
     → 입사 후 포부를 묻는 문항에는 'ㅇㅇ을 하고 싶다'를 가장 먼저 쓴다


2. 첫 문장은 뒤에 나올 내용을 예상할 수 있게 쓴다.
     
     e.g1. ㅇㅇ에서 ㅇㅇ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ㅇㅇ의 문제가 있었는데 ㅇㅇ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런 책임감을 바탕으로~
     e.g2. 저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이 역량으로 성과를 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ㅇㅇ의 문제가 있었는데 ㅇㅇ으로 해결했습니다. 

     → 예상하고 봐야 잘 읽힌다. 예시1을 읽는데 읽는 내내 '창의성'에 대한 내용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책임감이라고 하면 당황스럽다. 반대로 예시2는 경험이 뭔지 몰라도 책임감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 가독성은 확 달라져 버린다.


3. 첫 문장은 짧게 쓴다.
    → 첫 문장이 길면 시작부터 안 읽힌다. 특히 2줄 이상 넘어가면 정말 안 읽힌다.


4. 엔터(줄 바꿈)를 생각보다 많이 친다.
    → 오른쪽에 공백이 많으면 잘 읽힌다. 기준을 잡는다면, 대략 200 자당 1번 정도가 적당하다. 500자면 3번, 800자면 4번, 이런 식이다. 이유는 2가지.

   첫째, 요즘 사람들은 책을 잘 안 읽는다. 블로그, 포스트, 페북, 기사 등 간단한 소모성 글에 익숙하므로 그런 형식이 잘 읽힌다.
   둘째, 회사에서 보고서를 많이 본다. 그러니까 줄 바꿈에 익숙하다.


5. 쉽게 쓴다.

    e.g1. 증명함으로써 → 증명하여
    e.g2. ~을 이용함으로써 → ~으로
    e.g3. ~을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  → ~은 너무 큰 비용

    → 어려운 말 쓰지 말고 무조건 쉽게 풀어써야 한다. 무조건.


6. 단어와 주어를 맨 앞으로, 수식어는 자제한다.

    e.g1. She clearified that all she did was vote against the appointment of either of two candidates to a vacant council seat, believing neither candidate was quailifed to sit as a coincilor

    이렇게 주어가 어딘지도 모르게 수식어만 많으면 읽는 게 어렵다.
   
     e.g2. 제게 주어진 상황이나 업무 역할과 관련된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합니다.

    이렇게 주어가 어딘지도 모르게 수식어만 많으면 읽는 게 어렵다.
     수식어를 떼면 "상황이나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로 줄어든다. 과연 위에 있는 수식어들이 정말 필요했을까? 여러분의 자소서도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
   
    → 어려운 말 쓰지 말고 무조건 쉽게 풀어써야 한다. 무조건.


7. 공감 가는 내용을 많이 쓴다.
     → 공감 가는 게 잘 보인다. 연애 얘기도 괜찮고, 요즘 유명한 스포츠 얘기도 괜찮다.


8. 회사가 쓰는 용어를 쓴다.
     → 익숙한 게 잘 보인다. 마케팅은 마케팅 용어를 많이 쓰고, 이공계도 전문용어 많이 써도 괜찮다. 요즘은 현직자가 검토를 많이 하니까. 영업은 마케팅 용어를 쓰면 된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막 쓰지 말고, 현직자 인터뷰, 직무 인터뷰 채용 설명회, 캠퍼스 리쿠르팅 등을 부지런히 다니며 '단어'를 모아라.


9. 쉼표를 적재적소에 쓴다.
     →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쓰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이 길어진다면 쉼표로 끊어 읽게 하자.


10. 소리 내어 읽어본다.
     → 의외로 읽을 때의 리듬감이 중요하다. 직접 읽어봐라.

 

잘 읽히지 않나?


 그리고 신뢰 가는 자소서


자, 당신은 이제 내 자소서를 읽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간혹 스스로 열심히 쓴 자소서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간혹이라기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거짓말 혹은 과장되게 쓰는 사람들이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다독였습니다.

매주 책을 한 권씩 읽습니다.

매일 점주들을 찾아, 설득을 했습니다.

 

자소서는 원래 태생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글이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이건 아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게 쓰는 순간, 여러분이 쓴 다른 진실된 말들도 모두 거짓이 된다. 단 한 개라도 과장되게 쓰면, 나머지 내용도 과장이 되고 거짓말이 된다.

그러면 안 읽는다.

왜냐, 어차피 뻥이니까.

 

원래 자소서는 그렇게 색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경험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생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는데 집중해라. 얘가 이런 경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그 경험을 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혹은 살짝만 뉘앙스를 바꿔도 좋다. 바꿔볼까?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다독였습니다.

→ 팀장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지만, 맡은 책임이 있기에 팀원들을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면서 오히려 저의 마음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제가 배운 것은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늘 내가 리더라고 생각하며 일을 해왔습니다. 그럴 때 제가 늘 120%의 발휘해 왔기 때문입니다.

 

매주 책을 한 권씩 읽습니다.

→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습니다. 

 

매일 점주들을 찾아, 설득을 했습니다.

→ 매일 한 명의 점주씩 돌아가며 찾아가 설득을 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수월하게 소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왜 경험을 거짓말을 하고 과장되게 쓸까?

특별한 경험에 집착하거나,

경험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집착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된다. 일단은 솔직해져야 한다. 사실을 적는다. 단, 이 사실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포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변명하지..?부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의 자소서는 그냥 거짓말이 되고, 그것을 읽는 우리에게 그런 자소서는 정말 잘 보인다.


믿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솔직해져라.


오늘의 마지막 조언은, '자신을 믿을 것'.

 

내가 강의 때마다 몇십 명의 학생들에게 똑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이 중에 한 명을 내가 뽑는다고 가정할 때, 누가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어려운 얘기다."


정말 어렵다. 누가 정말 일을 잘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일을 해봐야 하는 것이다. 스펙도, 경험도, 성격도, 또 그 밖의 모든 것을 검토한다고 해도 누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 같이 뽑는 입장에서는 그저 객관적으로 뽑을 만한 기준들을 하나하나 정해 놓고 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바로 채용의 프로세스다.

 

그러니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여러분도 막상 이 일을 하게 되면 실제로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스스로도 가늠이 안 될 것이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저 믿는 것'이다. 그래야 그 확신을 보고 우리가 당신을 뽑을 이유가 생긴다.


자신을 믿어라.

 

취업은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옆사람보다 부족해도,
더 많이 어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전 01화 서류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