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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03. 2019

#25. 콘텐츠로 말하는 공간

2018년 11월 21일. 온더레코드 weekly

 온더레코드가 있는 공공일호에 와본 적 있나요? 작년 이맘때 쯤엔 텅 비어 있었던 벽돌 건물이 사람들의 일상으로 채워지기까지 1년. 공공일호를 기억하는 여러분에게는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거꾸로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온더레코드의 많은 자료들과 프로그램, 코워킹 스페이스의 사람들, 라운지에서 열리는 이벤트들. 결국 우리는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과 이 공간만의 특별한 경험과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다름을 만드는 것, 바로 콘텐츠입니다.

 제주도의 둘째 날은 새로운 배움이 가득 찬 온더레코드를 생각하며 콘텐츠로 말하는 공간을 둘러봤습니다. 책방을 넘어 동네를 엮는, 소심한 책방과 놀러 가듯 걸으러 가는 호텔, 플레이스 캠프 제주그리고 버려진 벙커를 클림트의 그림으로 채우는, 빛의 벙커입니다. 공간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의 힌트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 주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매니저들의 캐릭터를 따라가보세요!

온더레코드에서
황혜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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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점은 ‘소심한 책방이 말을 건넨다’는 것이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을 이루는 벽면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분명한 곳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어린 아이의 시선을 담은 동화책이 놓인 선반, 골목마다 ‘백구’와 ‘나비’가 가득한 제주에서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수필집이 줄 서 있는 책장, 21세기를 사는 여성과 인간으로서 가져야하는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도서가 가득한 테이블. 각 코너를 마주할 때마다 개성이 뚜렷한 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간판 없이, 설명글 없이도  그것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큐레이션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것의 정체가 분명하도록 만드는 능력이자, 누구든 직접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기술이 아닐까요. 온더레코드에서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야할지 고민해봅니다."



"책방 곳곳에 책방 주인의 한마디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소심한 통신. 작은 매거진 같았습니다. 작아서 여행내내 제 주머니에 있어서 들락거리며 작은 시간의 틈새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책방 지킴이들의 이야기부터 신간소개까지 나뉜 카테고리 안에서 알차게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온더레코드 위클리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은 ‘한 달치의 콘텐츠가 쌓였다.’였습니다. 단순히 콘텐츠들을 소개하다 제 목소리를 실어 보내게 된 순간은 ‘생각을 쌓은 시간이 9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쌓인 생각과 자료가 글이 되는 것은 어려워서, 오랜시간 동안 읽는 사람을 계속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머리 속에서 주고받은 문답이 매주 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책방을 닮은 작은 소식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책을 다루는 공간지기로서의 동질감과 공간의 이야기를 담은 첫번째 소식지의 떨림이 기억나서 인 것 같습니다. 서가 사이에서 발견한다면 하나 챙겨서 틈틈이 읽어보세요. 책방의 여운이 공간 밖을 넘어서도 계속 될 거예요." 


"구석구석 놓인 책에 집중하다 고개를 드니 종달리 지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심한 책방은 제주시 동쪽 끝 마을인 종달리에 있습니다. 작고 평화로운 이 마을은 육지에서 이주한 분들과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고루 섞인 동네라고 합니다.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정감 있는 시골 풍경과 개성있는 가게들을 번갈아 가면서 마주칠 수 있는 재미있는 동네에요. 그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이유는 ‘종달리 사람들'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응원함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이 지도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생긴 가게들도 포함돼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동네 친구들을 챙기는 소심한 책방의 세심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종달리 지도를 보며, 온더레코드 입구에 펼쳐 놓은 실험의 지도가 떠올랐습니다. 교육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실험을 지속해온 팀과 새롭게 등장한 개성 있는 팀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게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이 ‘새로운 배움을 만드는 사람들'로 서로를 인식하고 응원하면 좋겠고 새로운 친구들도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더 세심하고 다정한 온더레코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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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6 (주차는 '수상한 소금밭'이나 네비를 따라오다 보이는 정자 옆에 해주세요. 골목이 많이 좁아요.) 

- 여는 시간 : 10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 12시부터 1시까지 (때때로 쉬기도, 심야책방을 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먼저 확인하세요)

- 유용한 tip : 책방으로 가는 길의 넓은 갈대밭이 예뻐요. 책방을 구경한 뒤엔 주변의 작고 맛있는 식당이 많으니 들러보세요.


소심한책방 더 알아보기



 세 매니저는 두 번째 날 종달리에서 서둘러 빛의 벙커로 떠났습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살리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를 시작하지 않아 안에서 분주하게 작업하는 모습만 바라보다 와야 했습니다. 뉴스레터를 보내는 지금은 '빛의 벙커 : 클림트전'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어둡고 텅 비었던 곳이 빛으로, 그것도 클림트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전시는 11월 16일부터 2019년 10월 27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로 오랜 시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가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국가 기간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입니다. 축구장 절반보다 큰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되었습니다. 빛의 벙커는 1층 단층 건물로 가로 100m, 세로 50m, 내부높이 5.5m에 달하며 내부에는 넓이 1㎡의 기둥 27개가 나란히 있어 공간의 깊이감을 한층 살립니다.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C의 쾌적한 온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 내부에 벌레나 해충이 없습니다. 절대 소리 차단으로 방음효과가 완벽하여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전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 국가기간 통신시설이 제주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될 미디어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로 다시 태어납니다." (출처 : 빛의 벙커 홈페이지 http://bunkerdelumie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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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19-22 (도로에서도 좁은 길을 따라 꽤 올라간답니다. 이정표를 잘 따라가세요.)

- 여는 시간 :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입장마감은 오후 6시. 동절기에는 1시간씩 일찍 마감하고 닫습니다.) 

- 유용한 tip : Baum 커피 박물관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커피 한 잔해도 좋아요. 


빛의 벙커 더 알아보기


"서울에서 ‘플레이스 캠프 제주’를 계획에 넣었을 땐, 내심 ‘가면 볼 것이 있을까? 요즘 힙하다는 호텔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착해 처음 만난 풍경은 숙소 창문이 늘어선 건물이 아닌, 길이었습니다. 길 양쪽에는 카페, 편집샵이 있고 그 끝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습니다. ‘호텔을 발견했다.’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건물 사이를 헤매다 보면 끝에서야 광장을 둘러싸고 숙소 건물이 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어두운 골목 끝에서 펼쳐지는 넓고 밝은 광장을 발견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광장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작은 축제들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광장이 여행의 종착지이기도 하고 시작점이기도 해서 광장 사이를 이어주는 길을 따라 많은 상점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도 그런 길과 광장을 품은 작은 도시를 닮았습니다. 길을 채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거예요." 


"플레이스 캠프는 공간의 콘셉트나 브랜딩도 멋졌지만, 러닝팀이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함께 한 일과 시간에 대해 꼼꼼하고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온더레코드는 베스트셀러나 올해의 OO 상 수상작보다 ‘나 같은 사람’이 옆 반이나 옆 동네에서 하고 있는 일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 고요한 독서보다 뜻밖의 대화를 기대하며 책을 펼치는 분, 각 분야의 거장보다 나와 함께할 동료를 만나고 싶은 분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문을 연 지 8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돌이켜보니 온더레코드에서 정말 놀랄 만큼 많은 분들을 만나고, 뜻밖의 대화를 나누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나게 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일들을 벌여보려 합니다.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만 언제든 함께, 즐겁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팀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에요. 다른 분들도 온더레코드에 오셔서 둘도 없는 파트너를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저희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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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동류암로 20 (성산일출봉과 가까워요. 맞은편에는 하나로마트와 스타벅스가 있어요.) 

- 여는 시간 :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플레이스 캠프 제주 내 카페 도렐의 영업시간입니다. 다른 숍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 유용한 tip : 플레이스 캠프 제주 내 편집숍에는 책, 생필품, 빈티지 옷, 안경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요.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충분히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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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리엔 엄마식당
종달리에서 엄마가 해준 따뜻한 한 상이 먹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햇빛이 잘드는 아담하고 예쁜가게입니다. 
*찾아가는 길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 5길 34


커큐민 흑돼지
제주도에 왔다면 흑돼지 한 번은 먹어야 제 맛이죠. 고기 모둠도 알차지만, 오이 무침이 가득 올려진 물냉면이 정말 맛있는 곳입니다.  
*찾아가는 길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36


지난 시리즈를 읽어보세요.
[러닝트립 1편] 세 매니저가 제주로 떠난 이유
[러닝트립 2편]
 여행vs삶의 공간, 제주시내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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