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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03. 2019

#30. 학교 밖 배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018년 12년 26일. 온더레코드 weekly

배움의 공간을 고민해본적 있으신가요? 
C Program은 “새로운 배움을 담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할까?”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배움의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네 개 학교에 새로운 배움의 공간이 생긴 후 부터 지금까지 학교 공간에 관한 구체적인 대화를 만들어왔고, 새로운 배움의 공간을 상상하는 모든 교육자를 위한 매뉴얼도 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온더레코드는 어떤 공간일까요? 
저는 온더레코드 역시 배움의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배움을 고민하는 분들께 영감을 주는 자료와 사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배움의 공간의 기본이 자료와 사람일까요? 꼬리를 물고 묻다보니, ‘학교 밖 배움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하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세대에게 줄수 있는 경험과 역할이 학교 안 배움의 공간과 다르지 않을까요? 그 실마리를 얻고자 배움의 공간 교사 연수를 위해 군산을 찾은 한매니저를 온더레코드의 두 매니저가 따라 나섰습니다. 군산에서의 Learning Trip [학교 밖 배움의 공간을 배우다]를 전합니다.

온더레코드에서 
문숙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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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간 프로젝트 짚어보기

 2011년 개관한 군산 근대 역사 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층에서는 과거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2층은 1919년 3.1운동부터 1930년 일제강점기 시대 도시의 모습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박물관을 Learning Trip 장소로 결정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만 실제로 방문해보니 영상매체와 체험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어 ‘생각보다 재미있는데?’하는 감상을 안고 나왔어요. 하지만, 며칠 뒤 공간을 다시 떠올려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역사적 기록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모아둔 방이었어요. 

 박물관에 가면 그 시절 사람들이 남긴 수첩, 지갑, 편지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와..이런걸 어떻게 가지고 있지'하는 생각과 동시에 박물관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역사적 사실과 자료를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었고,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이 하기 어려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안 배움의 공간은 유연한 배움의 환경과 아이들 사이에 교류와 생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 학교 밖 배움의 공간은 학교 안에서 접할 수 없는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는 게 그 역할이겠다는 생각은 이 방을 바라보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지금, 학교 안팎의 배움의 공간이 긴밀하게 연결될 때 정말 멋진 배움의 환경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박물관도 어떤 관점과 주제로 둘러 보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배움의 공간 아닐까요? 

 박물관을 떠올리면 막연하게 답답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박물관에 갔을 땐, 오래된 물건의 퀘퀘한 냄새가 나는 넓은 공간에서 한 장의 감상문을 쓰기 위해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들을 꾸역꾸역 읽어야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학교를 벗어나 소풍을 떠났던 다른 곳을 떠올려보면 같은 느낌의 과학관이나 미술관을 갔던 기억 뿐입니다. 

 군산 근대 역사 박물관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1층을 지날 때 까지만 해도 ‘내 박물관을 비판해보리라.’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2층에 들어서며 곧 잊었습니다. 눈 앞에 갑자기 1940년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군산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둔 것이죠. 마치 드라마 세트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고무신 상점에는 고무신을 직접 신어볼 수 있도록 해두었고, 주점에는 술찌게미 향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썩은내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정말 막걸리향이 납니다.) 영화관에는 1945년의 영화가 나오고요. 이 모든 장소는 그 시절 군산에 있던 곳입니다. 토요일엔 배우들이 모여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너무나 당연하고도 어려운 것을 해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물관을 사원에서 광장으로” - <예술과 일상의 연결 : 사람과 사회에 귀 기울이기>칼럼 중

 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박물관은 사원같았습니다. 그 장소만의 룰이 너무나 명확해서 따라야만 했죠. 하지만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광장같았습니다. 관객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보였거든요.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동할 수록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만든 풍경은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죠. 사람이 모이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박물관이 학교 밖 배움의 공간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와 행동을 품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술과 일상의 연결 : 사람과 사회에 귀 기울이기> 칼럼 읽기


 다음 세대를 위한 배움이란 주입식 교육에서 자발적 학습, 암기하는 법에서 사고하는 법, 혼자 하는 것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역사는 어떻게 다르게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군산 근대 역사박물관에도 지게를 맨다거나 고무신을 신고 독립 운동가가 입었던 한복을 입어보는 소소한 체험 구역은 많았지만, ‘역사’는 대부분 줄글이나 유리 벽 뒤편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러닝랩 매니저분들과 함께였기 때문이에요.



 역사에 대한 관심도 깊지 않고 지식도 많지 않아서인지 안내 글에 쓰여있는 내용만 봐서는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혼잣말로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었다는 거지”라고 물으면, 옆에 있던 러닝랩 매니저분들이 앞뒤의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아리송한 것들은 그 자리에서 검색해보기도 하고요.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으로 한 면을 채운 벽 앞에서는 “나라면 이때 무얼 할 수 있었을까?”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군산의 마스코트와 같은 어청도의 등대가 있는데, 어청도는 문숙희 매니저의 외가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모형인가보다’하고 지나칠 법한 등대를 한참 같이 들여다보고, 어청도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하루에 배는 몇 번이나 운행하는지, 실제 등대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어청도에 가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도 들을 수 있었어요. 어청도에 얽힌 역사적 사건이 적혀 있는 곳에서는 “키, 이것 봐요!”라며 몇 번을 불렀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청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귀가 활짝 열리겠죠.


 결국 모든 배움의 핵심은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같은 시간도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배움의 공간도 어떻게 생겨야 하고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 이전에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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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19년 1월 2일부터 온더레코드의 운영시간이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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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엑스포 라이브 이노베이션 임팩트 그랜트 프로그램에 지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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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마지막 주, 온더레코드는 쉬어갑니다. (12/23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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