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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May 29. 2019

THINK Global School을
소개합니다.

THINK Global School(이하 TGS)는 ‘세상에 대한 지적 탐구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개인이 되도록 돕는 것(a true game-changer)’을 미션으로 2010년에 조앤 맥파이크(Joann McPike)가 설립한 국제 학교입니다. 조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사진작가로, 일터가 어디든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갖게 된 미션으로 TGS를 만들었습니다. 성인에게조차 각기 다른 환경에서 직접 경험을 통해 익히는 것이 성장의 가장 큰 근원이 될 때, 여행을 통한 생생한 현장 속에서의 경험이 청소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이 16세가 되던 해에 TGS를 열었고,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시도를 통해 지금의 체계를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배우기


“Make the world your classroom.” (출처: TGS 웹사이트)

TGS에서는 현재 2개 코호트*를 이루는 60명의 학생이 3년간 12개의 나라를 이동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12개 지역은 학생이 물리적으로 생활하는 환경의 특성이나 규모를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도시 ⅓, 중소도시 ⅓, 지방도시 ⅓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기에 따른 분류는 도시의 익숙한 전경과 낯선 모습을 담는 밸런스 또한 반영합니다. 일본을 예로 들면,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에서 커리큘럼을 진행합니다. 밀도가 높고 트렌드와 밀접한 ‘예상 가능한’ 환경 대신 원자력 발전이 인류에 끼친 잔인함과 기여하는 바를 함께 배우고,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던 도시가 다시금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겪은 변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이상적인 배움의 터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코호트 개념은 일반 학교에서의 ‘반’ 혹은 ‘학년’ 구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이,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3년간 12개 도시를 함께 이동하는 30명 규모의 그룹 단위를 일컫습니다. 실제로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만난 30명의 학생은 27개 국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낯선 환경에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전혀 새로운 문화를 학습하며,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3년 동안 12개 나라, 12개 도시에서 열리는 커리큘럼 (출처: TGS 웹사이트)쏘

더불어 지역의 역사 및 문화의 차별성,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높은 조직이나 기업과의 연결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는 소액금융 대출 수혜자를 통해 소액금융 대출이 빈곤 문제와 창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합니다. 보츠와나에서는 모레미 야생보호구역에서 야생동물의 행태를 관찰하고 이를 나타낼 수 있는 동화를 짓는 것이 문학 수업의 커리큘럼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성운동 당원들이 주최하는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여 현 정치 풍토를 읽고, 선택한 사회 이슈에 대한 정치 캠페인을 기획하여 시민들 앞에서 찬반 토론을 여는 것을 과제로 삼습니다. 스페인에서는 구겐하임 박물관 인턴십을 통해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의 구분 기준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각 나라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예시 (사진 © TGS)

해당 모듈의 주제와 커리큘럼을 통해 어떤 역량 혹은 스킬을 배울 수 있는가는 교사가 직접 디자인하고 학생들의 평가 및 수강 신청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학습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는 반대로 학생들이 직접 제안하고 교사의 평가를 통해 최종 산출물의 수준이나 형태를 정의합니다.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올해 1월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이전 모듈에서 완성한 프로젝트를 소개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당 모듈은 뭄바이에서 이커머스(e-commerce)를 주제로 진행되었고, 결과물은 주변 소도시에 거주하는 장인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생산하는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였습니다. 콘셉트를 제시하거나 웹사이트 디자인 안 수준이 아닌 원하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카드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실제로 구매가 가능한 채널이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약 7주 동안 시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결제 시스템을 포함한 온라인 마켓을 구현해 낸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은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미니 프로젝트였어요. 소도시에서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 생에 단 한 번도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도는 특히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남성이 동행하지 않을 경우 여성의 활동 반경이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커머스가 지역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바’를 탐구하기 위해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웹사이트뿐 아니라 인터뷰 덕분에 처음으로 마을을 떠나 대도시를 경험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 여성 임파워먼트(empowerment) 프로젝트로 연결되었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의 양성평등에서 나아가 문화에 따른 페미니즘의 역할과 범주에 대한 생각을 담은 비디오 포에트리(poetry)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라 글로만 전하는 점이 아쉽지만요.)


커리큘럼이 진행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 (사진 © TGS)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TGS는 누가 어떤 역량을 어떤 수준으로 학습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100여개의 러닝 타깃(Learning Target)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닝 타깃은 커리큘럼이 매번 다른 환경에서 사회와의 연관성을 통해 지속해서 변화하고 학생의 자율성과 관심사를 크게 반영할 때, 다양한 분야에서의 필수적 지식과 스킬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한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러닝 타깃은 해석한 내용을 토대로 표현하기, 수학적 논증과 모델링, 탐구력과 리서치 디자인, 과학과 기술의 활용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의 리터러시와 협업 능력, 공감 능력, 자기 관리 등의 역량 및 기술을 포함합니다. 모듈이나 프로젝트마다 학교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학생이 원하는 타깃을 태그(tag)하고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습득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면, 교사가 해당 타깃에 대한 숙련도를 모니터링하며 이후 추가로 필요한 타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러닝 타깃 테이블 (출처: TGS 웹사이트)

타깃에 대한 숙련도는 Novice(초보자) - Specialist(전문가) - Mastery(마스터)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합니다. 각 단계는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수준, 이해한 내용을 적절하게 비교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변경하거나 적용하는 수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거나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뜻합니다. TGS는 모든 학생이 기본 교과(수학, 과학, 영어, 사회과학, 제2외국어, 아트, 건강ㆍ체육, 진로) 전반에서 Specialist 이상, 최소 2개 교과 및 그 외 개인 관심사에 따른 선택 과목에서 Mastery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Mastery의 경우 1) 해당 영역에 대한 탐구를 1년 이상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2) 학교 밖 전문가와의 협업을 조건으로 합니다. 학생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명확히 하고 나면, 적합한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년 내내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수십 개가 돌아가는 동안 교사는 12개 도시에서 수백 통의 섭외 메일, 수차례의 기업 방문, 페이스북부터 링크드인(LinkedIn)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쌓는 데 열중합니다. 


교과별 성취 수준에 대한 평가와 숙련도에 대한 측정은 학생과 교사 간 지속적인 상호 피드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선택한 교과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학생이 자기 평가를 통해 A부터 C까지 스스로 등급을 제시하고 나면 교사가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와 포트폴리오, 제시한 등급을 뒷받침하는 에세이를 기반으로 그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고 피드백을 통해 최종 등급을 확정합니다. 학기 초, 그리고 모듈마다 Novice, Specialist, Mastery에 부합하는 수준을 함께 정의하고 서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TGS에서는 자체 개발한 체인지메이커 커리큘럼을 운영합니다. (출처: TGS 웹사이트)


모듈마다 학습한 내용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와 연 1회 심포지엄을 통해서도 평가와 측정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심포지엄은 정해진 틀 없이 부스 운영, 다큐멘터리 제작, 책 출판, 전시 기획, VR 프로그램 디자인 등 각자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쇼케이스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사람은 TGS 관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피드백을 위해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고, 그 외 TGS에 관심을 갖는 누구에게나 오픈된 이벤트입니다. (행사는 시작부터 종료 시점까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그만큼 학생들은 특정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부터 사전 정보가 많지 않은 대중에게까지 전달 가능한 수준으로 학습한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무엇을 얼마큼 이해했는가 뿐만 아니라 관심사를 기준으로 학습 과정을 어떻게 디자인했는가, 배운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가, 자신의 주관을 얼마나 객관적이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에 대한 평가가 진행됩니다.


                          2019년도 심포지엄은 오는 6월 5일 아테네에서! (출처: TGS 인스타그램)

 


맞춤형 학습, 맞춤형 학비

 

TGS는 성적이나 입학 전 ‘스펙’에 관계없이 재정 상황을 바탕으로 개인별 학비를 책정합니다. 실제로 학생 1명당 지불해야 하는 학비는 연 $85,800(약 1억 200만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가계별 연 소득, 연 지출, 부채, 기타 자산, 주택담보대출금을 제외한 주택 가치를 기준으로 해당 학생이 지불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의 학비를 산정합니다. 물론 지원 프로세스가 시작되고 나면 전문 프로그램과 애널리스트에 의해 학비가 계산되지만, 지원 전 단계에서 학교 웹사이트상에서 ‘내가 지불해야 하는 학비’의 대략적인 범위를 알 수 있습니다.


개인별 지불해야하는 학비를 계산하는 프로그램  (출처: TGS 웹사이트)

장학금이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거주 지역이나 가계소득에 따른 학비 차등 시스템 외에 개인별 맞춤형 학비 시스템이 무엇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같은 모델이 가능한 이유는 학교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조앤이 2개 코호트, 즉 60명 규모의 학생을 위한 모든 나머지 비용에 대한 후원을 약정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나 갖추기 어려운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면, TGS가 가진 커리큘럼이나 학비 개인화에 매료되었던 사람도 이전까지 떠올렸던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에 조앤은 “TGS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위한 럭셔리한 학교가 아니라,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자신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을 위한 최적의 학습 경험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금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최적의 학습 경험이 TGS가 유일할 수도, 유일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누구나 원한다면 지원해볼 수 있을 법한 옵션이어야 한다”라고요.


TGS is not for the best kids, but for the right kids.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학생이 총비용의 10%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이런 학비 모델이 없었다면 저는 이런 기회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아마 평생토록 이렇게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울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를 훨씬 더 제대로 누려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조앤이 얘기했던 ‘the right kids’의 정의가 와닿았던 순간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


TGS도 혁신적인(innovative) 학교이기보다 계속해서 혁신을 지속하는(innovating) 학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하고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 학교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IB 대신 새로운 “체인지메이커(CM) 커리큘럼”을 정식으로 런칭한 것이 불과 작년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직접 겪은 실패와 성공, 쌓아온 노하우를 나누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앞으로 60명의 정원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600명, 6000명의 학생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유효한 학습 환경이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TGS가 궁금한 학교와 교사에게 캠퍼스를 더 좋은 방법으로 오픈하고 커리큘럼이나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해요. 누구나 타고난 기회는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가 더욱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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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https://thinkglobalschoo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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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thinkglobalschool


글 : 러닝펀드 매니저 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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