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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ul 31. 2019

고등학교라고  꼭 지루할 필요 있나요?

재미있는 교실을 만들고 교육 시스템을 뒤집는, 특별 활동

6년 간 전국의 고등학교를 탐방한 Jal Mehta와 Sarah Fine이 쓴 글입니다. 탐방 전 세웠던 두 가지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주요 교과 외의 특별 활동에 몰입하는 학생들에게서 교실 혁신의 힌트를 찾습니다. 지루하지 않은 고등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 Ping Zhu



"오히려 의미 있는 배움은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미국의 십 대들에게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지루함'입니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흥미로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189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공립학교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교실이 지적 영감을 주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2015년에 미국 학생을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설문조사에서 5학년은 75%가 학교에서 몰입하고 있다고 느낀 반면, 11학년은 32%만이 몰입한다고 답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등학교를 좀 더 사람답고, 지적인 흥미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는 시야의 방향이 올바르다면 바로 눈 앞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회학자와 영어 교사였던 저희가 몇 년 전 이 주제를 탐구하며 세웠던 두 가지 추측은 모두 틀렸습니다.


첫 번째는 혁신적인 학교는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동부부터 서부까지 교육 리더들이 추천한 공립학교 30개를 방문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그야말로 지루했죠. 학생은 꾸역꾸역 학습지를 채워 넣고, 답이 정해진 문제를 풀고, 수학공식 쓰듯이 글을 쓰고, 알고리즘을 그대로 따르고, 결과물을 이미 알고 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깊은 사고를 하기보단 진도를 나가는 것이 우선이었죠. 그 결과 낮은 단계의 수업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집중하지 않았고, 높은 수준의 수업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지적 호기심을 다 쏟아부어 암기에 열중했습니다. 교실의 수준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이거 왜 하는 거야?'라는 물음에 ‘모르겠는데요', '대학 갔을 때 도움되겠죠'라는 답변이 대다수였습니다.


두 번째 실수는 주요 과목 수업에서 깊이 있는 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입니다. 이후에 더 많은 학교를 둘러보면서 오히려 의미 있는 배움은 선택과목이나 동아리 활동, 특별 활동과 같이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에 시선을 옮겨 연극 제작 과정을 지켜보거나 토론, 친환경 엔지니어링, 젠더 이론, 철학적 문학과 같은 선택 과목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활동의 내용은 달랐지만 필수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은 특별활동을 할 때 교실을 펜을 잡고 받아 적기만 해야 하는 훈련장 같은 분위기로 느끼기보다는 디자인 스튜디오나 연구실처럼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몰입하는 생산적인 공간으로 느낍니다. 예상하지 못했을 뿐, 혁신적인 고등학교만이 아닌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깊이 있는 배움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부유한 교외지역의 큰 공립 고등학교의 연극 수업에서는 정규 수업들을 겨우겨우 억지로 듣던 학생도 이 수업 시간만 되면 능동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당당합니다. 연극 초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학생은 더 가속도를 내 열정을 다했죠. 이쯤 되면 더 이상 지식만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닌 가치를 창조하고 싶은 크리에이터입니다. 선생님은 가르치기보단 코칭을 하고요. 학생은 실제 직장에서처럼 수습제도를 통해 배우고 모든 과정에서 선생님도 학생도 권위자는 없습니다. 오로지 완수해야 할 연극만이 있을 뿐이죠.

 도심 빈곤지역의 공립학교의 토론 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사와 선배 학생들은 신입 학생들을 지도하며 매월 진행되는 토론대회를 준비합니다. 학생에게 목표의식과 긴장감을 부여하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토론을 통해 학생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입니다.




학교의 차이가 아닌, 하나의 건물에서도 두 가지 로직이 돌아갑니다. 하교 종이 울리기 전의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흡수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흥미와 정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반면 하교 종이 울린 후 일어나는 토론, 신문부, 연극부, 스포츠 활동으로 능동적으로 배우는 학생은 직접 해보면서 배우고, 배우며 가르칠 수도 있고,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다듬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관점입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회고할 때 제일 기억에 남는 일들로 왜 연극이나 토론 활동을 꼽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저희가 본 가장 효과적인 대부분의 주요 교과 수업은 특별활동과 능동적이라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학생에게 교과서를 훑어주기보다는 실제 세상에서 지식이 활용되는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킵니다. 예를 들어, 빈곤율이 높은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과학 시간에 학생들에게 본인이 직접 실험을 계획하고, 연구조사를 한 후 , 실험을 실행해 볼 수 있는 특별 과목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실험의 체계성은 학생마다 다르지만 모든 학생이 '과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은 과학이라는 학문이 단지 사실 교과서에 나열된 사실들과는 다르게 복잡하고 불확실한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수업은 드물까요? 선생님의 잘못은 아닙니다. 틀에 박힌 교실의 모습은 한 세기 이전에  이미 굳어진 공립 고등학교 시스템의 흔적입니다. 학생은 공장에서처럼 분류되어 시스템이 결정해주는 각자의 능력과 성적에 따라 여러 진로 트랙에 놓입니다. 성적은 실제로 얼마나 배웠는가가 아닌 얼마나 오래 의자에 앉아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기에 대학 입시에 대한 압력, 표준화시험, 배움의 깊이보다 폭을 중요시하는 커리큘럼 구조, 단순한 교사 평가, 높은 선생 대 학생 비율, 교사에게 지워지는 업무량의 부담, 그리고 짧은 과목별 수업시간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이 시스템의 결과는 어떤가요? 교사도 학생도 다들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방과 후 활동만큼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1. 학교에서의 배움 자체가 학교 내에서만이 아닌 벽 바깥의 세상과 연결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여러 특별 활동들은 실제 세계에서 활동하는 외부 전문가들, 직업인들과의 연결로 효과가 높아집니다. 반면 교과 과목들은 정보는 배우지만 이 정보가 도대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어렵죠. 주목할만한 학교들은 이 딜레마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반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직접 소통하도록 해서 전문적인 분야에서 학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박물관 또는 기업과 협업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업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채용하는 데 주력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차단되었던 배움의 영역이 트이는 좋은 방법이죠.


2. 선생님들에게는 자유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과목 당 더 긴 수업시간, 협업 기회들, 더 적은 업무량이 보장되어서야 교사가 학생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수업 내용에 있어서도 선생님들이 주제를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시스템 변화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교사가 규정을 준수하는 데에 집중하기보다는 학생을 가르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영역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시험 점수 잘 나왔나?” 가 아닌 “내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지?”를 묻는 것처럼요.


3. 무엇보다 고등학생에게 더 큰 자기 주도성, 책임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알아야 할 지식도 있지만, 대학과 그 이후의 삶에서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은 설득력 있게 말하고 쓰는 법, 다른 이의 주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법, 그리고 기본적인 지식을 융합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과 같은 것들입니다. 다행히도 배움을 놓치지 않고 실현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학생들이 공통교과를 배우면서도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과학적 수수께끼나 영어, 역사를 주제로 한 선택과목들을 선택하면 됩니다.




스스로 배움을 주도하는 특별 활동의 기회는 주요 과목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 직접 자신들의 배움에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할 자유를 주고, 직접 수업과 배움을 이끌어갈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들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도움을 준다면 배움의 깊이와 능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의 문제들은 미국 고등학교를 빠르게 재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목격한 이미 의미 있는 배움들이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한 학교의 교장의 말처럼, “대부분의 학교와 교실은 학생이 저항하고 싶게끔 설계되어 있어요.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가 아닐까요.

 




Jal Mehta와 Sarah Fine은 누구?

Jal Mehta는 하버드 교육 대학원의 조교수로, 양질의 교육을 더 큰 스케일의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법, 그중에서도 교사의 전문화에 집중한 연구로 교육자로서 인정받았습니다. 그의 저서로는 <질서의 매혹:미국 교육 재창조의 꿈, 기대, 그리고 불안한 탐색(The Allure of Order)>과 <디퍼 러닝을 찾아서 : 미국 고등학교를 재건하기 위한 탐색 (In Search of Deeper Learning :The Quest to Remake the American High School)>이 있습니다.

Sarah Fine 은 교사이자 교사들의 교사, 또 교육 연구자로서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하이테크하이 교육대학원(High Tech High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in San Diego)에서 교사 지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습니다. 디퍼 러닝 적용 고등학교들에 대한 전국적 연구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책 <디퍼 러닝을 찾아서>의 공동 저자입니다.

 


원문읽기 : High Schools Doesn’t Have to Be Boring 


번역. 김소은

편집. 황혜지,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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