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Mar 25. 2020

미디어는 여성을 어떻게 프레이밍하는가

[넷플릭스 깊이 보기] 다음 세대는 어떤 관점으로 콘텐츠를 봐야할까요?

지금 떠오르는 이슈를 교육자의 눈으로 읽는다면 어떨까요? 매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시의성 있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가 한 데 모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함께보고 이야기 나누어 본다면요? [넷플릭스 깊이 보기]에서는 온더레코드가 선정한 아래 네 편의 다큐멘터리를 재료로 온더레코드에 모이는 다양한 키워드의 교육자가 함께 보고, 깊이 대화 나눕니다. 혼자선 끝까지 보기 어려운 다큐멘터리에 대화의 영감을 더합니다.


온더레코드의 온라인 모임 실험인 [넷플릭스 깊이 보기]가 첫 다큐멘터리 <미스 리프리젠테이션>을  재료로 한 대화로 지난 3월 17일 시작되었습니다. 2011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미디어가 여성을 다루어온 방식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와 미래 세대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날의 대화를 전합니다.


오늘의 다큐멘터리

MISS REPRESENTATION

출처. 미스 리프레젠테이션(Netflix)

이 영화는 각계각층의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주류 언론의 여성 폄하 묘사가 여성 지도자들이 과소평가되는데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탐구합니다. (90분)



벌써 거의 10년이 된,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무런 정보 없이 페미니즘 관련한 거라는 것만 인식을 하고 봤는데 내용이 제가 추구하는 페미니즘과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보는데 즐거웠습니다. 특히 이 다큐는 미국 콘텐츠라 그런지 미디어가 다루는 여성성, 성적 대상화의 예시가 되는 장면들이 훨씬 과감하게 담겨있었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간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에 비해 미디어로 인해 파생되는 리터러시에 관한 문제와 관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 만들어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여전히 같은 그룹 안에서만 논의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1년에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과 문제의 본질이 여전히 동일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짚은 ‘cat fighting’,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이런 말들도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요즘은 점점 더 낮은 연령의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데, 그런 가운데 여전히 일부 미디어는 여성을 프레이밍 하고 소외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과 미래 세대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언어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정으로부터 자연히 학습하는 언어도 물론 많겠지만 ‘너는 남자니까 이러면 안 돼’ ‘너는 여자니까 이러면 안 돼’ 와 같은 언어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칩니다. 사실 여전히 교과서에도 성고정관념적인, 성차별적인 예시들이 많은데 알게 모르게 제 안에도 자리 잡고 있는 틀이 많다고 느끼거든요. 그때마다 제가 먼저 언어를 잘 배워서 선한 영향을 줘야 겠다고 느낍니다. 물론 제가 인지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실력 향상을 원하시는 학부모님들을 마주할 땐 저도 교사로서 모순을 느낄 때도 많지만요.

결국은 어른들이 잘 배워야 한다는 것


이전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교육을 한다고 되는 걸까? 하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언제나 결론은 결국 어른들이 잘 배워야 한다는 거였어요. 어른들이 잘 배워서 어떤 콘텐츠를 내놓을지, 어떤 관점으로 볼 지에 대한 대화와 생각을 조금씩 쌓아가는 게 리터러시를 정하는 거라고요. 영어 강사이신 허새로미님의 ‘나의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이라는 책에는 얼마나 한국어가 한국인에게 억압적일 수 있어서, 언어가 자신을 구속한다고 느낄 때에는 영어를 쓴다고 하시더군요. 통쾌했습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우리와 다음세대에게 아직 그 정도의 유쾌하고 통쾌한 가이드와 기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예 못 보게 해야 하는 걸까요? 미디어라는 게 더 많이 배우고 나누기 위해 있는 건데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짧은 경험이지만 중학생 친구들과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사용하는 언어들 중에 굉장히 공격적이고 혐오적인 말들이 많았습니다. 미디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 뜻을 모르고 쓴다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사람의 인식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이런 토론이 더 많이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배우고 이해할 기회도 생기는 거니까요. 요즘 '~충'으로 끝나는 말들이 참 많은데 '장난인데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기분이 나빴다고 용기 내서 얘기한 후에 상대방이 사과를 한 적이 있어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정말 모를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달은 계기였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도 모자란데 경쟁사회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더욱 가혹하죠. 이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가르치지 않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너무 없어서 더 갭이 커지는 것 같아요. 어른들끼리 '이런 건 아이들이 보면 안 돼'하고 재단해버리죠.



다큐멘터리는  결국 여성이 만든, 여성 롤모델이 등장하는 미디어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한 여배우가 추구했던, 하지만 끝까지 쟁취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배역'이라는 말이 정말 와 닿았습니다. 여성도 아이도, 마치 문장으로 풀어쓰면 세 문장 안에 끝날 것 같은 평평한 이미지들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평평한 이미지들을 잘 풀어서 입체화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개인이 나름의 입체적인 역할을 찾아야 하는 건지, 입체적 역할을 맡은 여성을 더 응원해야 하는건지, 혹은 더 찾아서 다른 형태의 메시지로 발신해야 하는 건지, 어디서 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모든 가능성이 총체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제 사회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여성들이 더 입체적인 모습이 된다면 미디어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보다 다양한 여성상을 보게 되고 미디어도 그걸 반영합니다. 늘 빠지지 않는 '문제 해결', '소통' 이런 단어들을 교육목표에서 많이 사용하고, 심지어 업무를 하면서도 쉽게 접하고 깊이 공감하는 단어입니다. 단순히 문제 비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해결책을 낼 수 있다고 알려주고 계속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서 풀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이 더 많이 생겨야 합니다. 여전히 말투가 비슷한 매체들이 많은데 누군가는 굉장히 전투적이거나 누군가는 부드럽고 또 누군가는 유머러스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의 힘을 합칠 때에도 옳은 목소리 하나를 정해두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내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미디어의 홍수에서  우리와 다음 세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만든,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미디어가 더 많아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다큐멘터리의 내용에 공감하는 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도 모두 이런 솔직한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며 오늘의 대화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너무나 어렵고 거대하게 느껴지는 질문들도 이런 대화의 자리를 통해 조금씩 잘게 나누고 영감을 나눈다면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온더레코드의 [넷플릭스 깊이 보기]는 계속됩니다.


*다큐멘터리 <미스 리프리젠테이션>을 다시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  링크  : https://www.netflix.com/title/70167128

 

편집&글. 온더레코드 인턴 장혜수


*온더레코드의 [넷플릭스 깊이 보기]에 참가하고 싶으신 분은 ,  https://forms.gle/vaJ4bwGfVqcQPDqW6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매주 수요일 온더레코드의 뉴스레터가 새로운 배움을 전합니다.

온더레코드의 소식이 궁금하거나, 자극이 필요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bit.ly/ontherecord-weekly

    


매거진의 이전글 온더레코드라는 공간의 사용자 경험은 어땠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