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라이브. 책 <미래학교> 북 토크 (1)
북 저널리즘 온라인 라이브로 책 <미래학교>의 북 토크 ‘수업 X 교육; 배우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 열렸습니다. 학교 안팎의 교육 혁신가들을 만나고 실험에 투자해 온 씨 프로그램 러닝 펀드의 학교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담긴 책인 만큼 온더레코드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7주간 책의 내용을 연재해드렸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시 읽힐 수 있을까요? 북 토크를 시작하며 책의 두 저자인 씨프로그램의 엄윤미 대표와, 한성은 러닝펀드 총괄 및 거꾸로캠퍼스 COO가 다시 짚는 책의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미래의 교육이 바뀐다면 어떤 조직과 수업이 필요할까요? 이 책은 공간과 수업으로 시작해 전문가, 학교를 이야기하고 기술로 맺습니다. 기술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출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바뀜과 동시에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책의 뒤쪽에 배치했습니다.
진부고를 포함한 4개의 학교와 공간 프로젝트 '배움의 공간'을 2016년부터 함께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영상과 매뉴얼로 담았습니다. 특히 그때의 경험을 담은 매뉴얼은 현재 학교 공간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학교 공간은 가장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떠나 안팎을 넘나드는 배움을 상상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장소에 가서도 배울 수 있는 거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배움의 환경은 학교 담장 밖에 있다 - 40p
거꾸로 캠퍼스는 전문가가 있는 공간에 랩을 만들고 학교 안팎을 넘나들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씽크글로벌스쿨은 여행을 다니면서 배우는 학교로 여행만 다니는 게 아니라 각각의 도시에 갈 때 그 도시에서 배울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정하고 도시 안에 환경과 사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도시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이 두 학교는 칠판과 교실이 있는 공간이 아닌 스타트업 사무실 같습니다. 수업의 모양과, 수업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학습자 중심의 배움이나 프로젝트 중심의 배움에서는 스스로 주도해서 자원을 끌어당겨서 배움을 끌어가기에 공간을 넘나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간과 수업은 하나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이 함께 중요합니다.
교육의 방향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 54p
하지만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라고 하면 어떤 수준으로 가능한지 가늠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거꾸로캠퍼스의 경우 3-5명 정도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고 같이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서 사회문제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노불레스라고 노인들의 불편함을 줄이는 팀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유대감이 높은 학생이 모인 팀이죠. 보행 보조기구가 값이 많이 나가는 데다 이 기구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지형이 울퉁불퉁한 동네에 사시면서도 구매가 어렵다는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가격을 낮추고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폐유모차에서 시장을 찾았습니다.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조금의 수정으로 보행기로 쓸 수 있도록 바꾸어보고, 실제 사용하게 될 잠재고객을 찾아가 보고, 전문가 의견을 받고, 노인복지기관과 연결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 밖으로 범위를 넓혀갑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과외활동이 아닌 정규과목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위에서 사례로 들었던 두 학교에서는 별도의 과목별 프로젝트가 아니라 개인 관심사에 기반해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과목과 연결해서 배웁니다.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과 전문가를 스스로 섭외합니다. 필요할 땐 학교의 도움을 받으면서 만든 결과물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효할 때 흥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씽크글로벌스쿨의 경우 짧은 기간 동안 도시를 넘나들지만 결과물의 아웃풋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습니다. 마케팅 수업에서는 실제 상품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를 두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협업해야 할까요? 일회성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적시에 도움을 준다는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전문가가 디자인, 메이킹, 광고, 브랜딩과 같은 외부에서만 가져올 수 있는 세상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하면 교사의 전문성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학생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당장의 모습과 성장의 궤적을 함께 보면서 코칭하는 조력자의 모습은 교육자에게 더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참여는 학생의 관심사를 확장하고 호기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 학생이 가진 경험이나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배움의 새로운 범위와 경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 75p
거꾸로 캠퍼스의 경우 주제가 브랜딩이라면 브랜딩과 관련한 전문가가 게스트 에듀케이터로 1회 정도 오셔서 강의와 질의응답 세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 특화된 프로젝트성 수업을 정규 커리큘럼에 넣지는 못해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서 광고를 기획해보기도 합니다. 특히, 거꾸로캠퍼스의 알파랩에서는 기본 교과에서는 배울 수 없는 데이터 사이언스, 임팩트 비즈니스, 비주얼 디자인 등의 분야 특화된 것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 한 모듈 동안 전문가가 있는 공간에서 머무르기도 합니다. 전문가와의 협업은 거꾸로캠퍼스 선생님께도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로서 전혀 알지 못하는 특정분야를 커리큘럼과 연결할 때 접해본 적도 없는 분야를 어떻게 가르칠지, 가르치지 못하면 교육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분명히 있었죠. 교육자의 새로운 역할이 조력자라고 할 때 과연 조력자는 무엇이고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거꾸로캠퍼스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강력한 호기심 :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학생이 원하는 배움의 영역은 한정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능숙하게 연결되게 하려면 많은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연결되고 싶다는 흥미를 학생이 보일 때 재료를 떠올릴 교사의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2. 관찰력 : 거꾸로캠퍼스 선생님들은 학생과의 조합, 일상의 커뮤니케이션들을 기록합니다. 알파랩을 운영하고 방과 후를 돌리면서 전문가를 초대해도 그들은 학생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에서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콘텐츠가 훌륭해도 학습이 되고 있는지를 읽는 교육자의 센스는 없는 편입니다. 그 과정에서 브리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교육자여야 합니다. 학생의 빛나는 한 줄이나 고생하는 마음을 읽는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3.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 교사회의에서도 날 선 피드백을 주고받지만,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학생에게 전달되게, 학부모에게 전달되게 하지 말자고, 메시지를 깔끔하게 전달하자고 함께 다짐합니다. 특히 전문가를 마주하고 낯선 영역을 가르치고 도와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피드백에 훨씬 열려있는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모듈단위로 코칭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한 선생님 당 맡은 학생이 10명 정도라 익명성이 완벽히 보장되지 않더라도 짐작하면서 니즈를 캐치하고 있습니다.
수업이 다르게 정의되고 학교 공간이 달라지고, 공간을 넘나들며 전문가와 교사가 협업하는 모습은 미래에 대한 상상인지 학교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미래를 향한 세상의 변화가 빨라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 속도만큼 학교는 사회의 자원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 어떤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지 생각하면 학교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도 가까워집니다.
변화의 방향에 동의하더라도 어떤 조직과 대화가 변화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가라는 생각으로 쓴 챕터. 다 좋은데 학교에서 가능하냐고 물을 때 학교 조직이 변화하기 위한 논의를 여기서 시작합니다. 미네르바라는 학교가 흥미로웠다. 비영리와 회사를 같이 가지고 있어서 온라인으로 학생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투자를 받고 학생을 위한 장학금은 비영리로 받는 다원적인 구조의 회사입니다. 한쪽에는 교수가 학문을 전달하고, 한쪽은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데 그 사이에서 학생을 경험을 총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존의 학교 틀 안에서만 고민하지 말고, 학생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본다면 분명 수업도 중요하겠지만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기준과 목적이 명확하면 기술은 변화를 빠르게 만드는 자원이 됩니다. 이 챕터에서는 두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대표를 만났다. 최근 온라인 개학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클래스팅의 조현구 대표는 선생님의 시간을 조금 더 다른 곳에 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는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맞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기술이 최적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작년 탈고를 마치면서 2020년 4월에 온라인 개학의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지나도 이미 어제가 됩니다.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의미로 책 <미래학교>로 생각을 정리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발전하는데 그때그때의 생각의 챕터를 정리하지 않으면 비슷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교육이라는 게 한 번에 짠하고 해결되거나 책 한 권으로 정답을 내리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사태로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온라인 개학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교육은 큰 폭으로 도약했습니다. 5-10년 이후에는 다 하는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행사 주최. 북저널리즘
편집.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황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