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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18. 2020

코로나 시대에 내다보는
미래학교의 모습은?

북저널리즘 라이브. 책 <미래학교> 북 토크 (2)

북저널리즘 온라인 라이브로 책 <미래학교>의 북 토크 ‘수업 X 교육; 배우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 열렸습니다. 학교 안팎의 교육 혁신가들을 만나고 실험에 투자해 온 씨 프로그램 러닝 펀드의 학교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담긴 책인 만큼 온더레코드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7주간 책의 내용을 연재해드렸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시 읽힐 수 있을까요? 북 토크를 시작하며 책의 두 저자인 씨프로그램의 엄윤미 대표와, 한성은 러닝펀드 총괄 및 거꾸로캠퍼스 COO가 다시 짚는 책의 내용에 이어 북저널리즘과 참여자와의 질문과 답을 기록했습니다.




북저널리즘이 던지는 질문 

책<미래학교>의 에디터 북저널리즘 김하나 CCO가 지금 함께 나누면 좋을 질문을 두 저자에게 던집니다. 



학교가 정말 필요할까요? 오늘 이 자리처럼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 경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시대에 학교가 꼭 있어야 할까요? 


엄윤미 대표 (이하 엄) :  이 책의 부제를 학교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학교가 지금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겠지만, 배움의 커뮤니티라는 핵심은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배움의 커뮤니티로서의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기술과 자원의 발전에도 배움의 커뮤니티에서 함께 하는 학습의 경험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해도 소통과 협업은 빠지지 않습니다. 미래의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죠. 이를 위해서는 배움을 돕기 위한 전문가, 조력자 등의 어른들이 필요합니다. 


2) 온라인 개학을 겪으면서 학교 건물, 수업 이외의 모든 것의 총합으로 두리뭉실하게 생각하던 학교를 해체해보니 학교가 사회에 미치는 역할과 학교가 가리고 있던 공공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학교의 역할과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사회의 시간표가 돌아가기 위한 공교육의 역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중요하더라고요.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꾼 학교들이 문을 빨리 열고 성공적인 레퍼런스들을 내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화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변화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교사가 어떤 역할에 익숙한지,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학생과 어떻게 소통하고 조력해왔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키포인트가 될만한 것은 무엇인가요?


한성은 총괄 (이하 한) :  

1) 온라인 개학이 아닌 개학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스킨십과 교류가 핵심입니다. 온라인에서 같은 밀도의 경험이 가능하려면, 오프라인 개학 전까지의 대처가 아니라 방학을 줄일 필요 없는 수준의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함께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2) 새로운 시도를 위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합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준비 단계에서 이전과는 다른 환경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들과 새롭게 필요한 규칙들을 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혀 다른 상상이 가능해졌습니다. 학교의 기본 가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전체 교육과정이나 학생들의 일과부터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조례를 하면 출석 체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단번에 알 수 없는 데다가, 접속 링크를 못 찾거나 깜박 잊고 노트북을 충전하지 않은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을 위해 조례 시간을 30분으로 늘리고, 늘어난 시간 동안 건강관리에 대한 체크인도 함께 진행합니다. 그 밖에도 온라인 상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피로도를 느낀다는 점을 감안해서 수업 시간은 줄이고 점심시간은 늘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표를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 익숙해질 때까지 한 학기 동안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진도를 빼는 데 욕심부리지 않고, 1년 단위로 이런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3) 과제 중심의 결과물 퀄리티 보다는 과정을 촘촘하게 만드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온라인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각 학생이 이해하는 정도나 하고 있는 작업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화상 회의실에서 대화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 마이스터, 뮤럴, 구글 문서 등 즉각적으로 작업물을 공유할 수 있는 협업용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무엇인지,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설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교사나 학생 간, 혹은 각 수업이나 프로젝트 팀에서 논의한 내용이나 함께 정한 규칙을 문서화해두었습니다. 대화로 나누었던 것들이 문서로 정리되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료한 가이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닐 때 생각해보면 학교가 구식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세상은 빨리 바뀌는데 과거에 박제되어 있는 기분이었죠. 책이나 수업에 대한 정보도 과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학생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고요. 지금 학교는 어떤가요? 


엄 : 세상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다는 스타트업에 있는 분들도 변화를 일일이 쫓아갈 수 없다고 할 때, 학교가 가진 내부 자원만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교가 여전히 많이 닫혀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학생의 안전이나 형평성이 중요하고, 공공의 자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교사라는 역할을 지식을 전달하고 규율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않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나왔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교사가 외부와 만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배워서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

2. 직접 배우기보다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세상과 학교를 연결하는 것 


첫 번째 방식에 익숙한 분들은 주말이나 방학 동안에도 짬을 내서 교육이나 연수에 참여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단체나 조직이 교육청과 연수원을 통해 교사를 만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이 방식은 연수를 만들고 교사를 모으는 시간을 감안하면 아주 빠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빠를 수는 있지만 종종 외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전문가를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방식으로 함께 협업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스타트업 모두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다른데 학교에서 바로 습득하고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교사가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오해도 더러 있습니다. 

두 가지 방식의 공통점은 교사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시는 분들이라는 점이에요. 한 아이의 성장은 가정, 학교, 사회가 2인 3각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학부모와 사회가 더 많은 응원과 도움을 드렸으면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진 개인이 늘어나면 앞으로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게 굉장히 큰 시스템이라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고, 리더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의 리더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한 : 씨프로그램 러닝펀드 총괄뿐만 아니라 거꾸로캠퍼스 COO라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교사 분들과도 서로 어떤 역할을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자주 대화를 나눕니다. 일반적으로 교사가 하나의 교실이나 학년을 리드할 수는 있지만 어떤 변화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하나의 팀이나 조직을 맡아서 리드하게 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거꾸로캠퍼스에서 하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학교가 아닌 다른 조직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모든 조직에서 리더가 하는 일은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한 역할을 할 훌륭한 팀원을 뽑고, 그 팀원들이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방어막이 되어주는 일이죠. 그럼에도 학교라는 곳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곳이 아니라 내 아이들의 생활을 맡기고 미래가 달린 인생의 구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의 리더라면 조금 더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개학하면서 컴퓨터가 없거나 기기가 부족해 고민이 많은 가정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 좋을까요?


엄 :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기기나 인프라 문제도 많이 다루게 되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기와 인터넷이 있다고 해도 디지털 리터러시가 없거나, 웹사이트에 낯선 부모나 어른이 주변에 있는 학생은 기기가 있어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기기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기업과 정부가 사회의 필수재라고 생각하면 빠르게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육이나 학교가 아닌 가정에 기대어 누리는 것들의 비중이 늘어날 때 복지나 공공의 자원은 어디에 투입되어야 할까요? 당장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격차가 나타나지만 가정환경의 차이는 대치동이나 비싼 과외에 멈추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입시교육이 아닌 역량이나 경험에 대한 교육에서 격차가 커질지도 모릅니다. 필수재가 아니어서 사회의 재원이 투자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던 분들에게는 낯선 분야라 부모의 사회적 자본에 많이 맡겨져 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아님에도 미래에는 유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교육의 영역에 대해 교육에 공공자원을 투입하는 분들이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참여자가 던지는 질문 

현직 교사부터, 미래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 예비 교육자, 교육과 학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책을 읽고 현장에서 가졌던 질문을 던집니다. 



책에서 예시로 든 거꾸로캠퍼스, 씽크글로벌스쿨 등의 학교에서 입시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엄 : 씽크글로벌스쿨의 경우 원하는 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합니다. 국제학교의 IB를 채택했다가 학생들이 훨씬 더 필요한 역량에 시간을 쓰길 바라며 IB 교육과정을 중단했습니다. 씽크글로벌스쿨은 대학 진학을 위한 별도의 커리큘럼을 제공하지 않고,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나의 마스터리(mastery, 씽크글로벌스쿨의 졸업 기준)를 완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학교에서는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원서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을 지원합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1 지망 학교에 합격한다고 해요.  



기본 격차가 있는 경우 새로운 배움을 시도했을 때,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더 소외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 교실에서 정말로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할까요?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한 : 거꾸로캠퍼스도 학생 간 격차가 있는 편이에요. 성적이나 입학시험처럼 정해진 기준을 두고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서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수업의 묘는 누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리더십이 중요한데,  성적이나 시험 점수가 높다고 해서 리더십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팀 프로젝트의 경우 팀원들의 논의 결과에 따라 주제를 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제에 얼마나 꽂혀있는가, 즉 주제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력에 따라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이 많을수록 다양한 분야 사이의 연결점을 더 쉽게 찾고 만들 수도 있겠지만, 기존 학교에서의 지식수준이 프로젝트 학습에서의 절대적인 우위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엄 : 기본기가 강조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격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캠퍼스에서의 프로젝트는 실제 사회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문제를 설정하기도 해서 팀에서 부족한 동료를 챙기는 넉살 같은 능력이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기존 학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성실한 학생이 보여주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미래의 학부모가 될 젊은 세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한 : 밀레니얼이 사상초유의 학력을 자랑하는 세대라고 합니다. 현재 주요 노동 집단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직접 겪는 변화들이 많습니다. 기존의 공식이 통하지 않음을 사회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어요. 학력이 대단한 효익으로 작동하지도 않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배웠는지와 상관없이 나만의 한 끗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결국 세대마다 서로 다른 국면을 맞이하면서 의사결정의 기준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세대는 지금과는 또 다른 경험치가 쌓여서 그들이 가진 최선의 결정을 하게 될 겁니다. 바라는 점보다는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살아남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윗세대가 전하는 이야기는 어차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테니까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법이 중요하다는 걸 언제 깨닫나요?


한 : 학생들 스스로 배우는 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전에 알지 못했다가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이 훨씬 더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배웠어야 하는데, 이렇게 배웠으면 OO학교는 갔지' 하는 이야기를 하곤 하니까요. 그런데 거꾸로캠퍼스에 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배움은 처음일 겁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우는 법을 배우는 데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태도를 체득하게 되는 거죠. 이런 방식이 당연해져서 오히려 일방적인 강의식의 수업을 듣거나 제공자 중심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효과가 없다’라는 피드백을 합니다. 결국 이상적인 배움의 환경을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경험을 쌓는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법을 가지게 됩니다.



행사 주최. 북저널리즘 

편집.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황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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