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을 지속하는 힘 : 한 배를 함께 탈 '투자자'
To. 투자를 고민하는 분들께
요즘 개인의 수익보다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또 '무엇이든지 많이' 보다는 '무엇을 위한 많이’에 대해서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이신 투자자 세 분을 모셨는데요. 바로 옐로우독 제현주 대표님, HGI 박소륜 이사님, D3 Jubilee 이덕준 대표님입니다. 투자를 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걸까요? 투자를 받는다는 것, 투자자가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투자를 받은 창업자가 투자자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임팩트 투자자 세 분과 함께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투자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떤 "교육"에 투자하시나요? 투자 포트폴리오 중 교육과 관련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식을 획득, 유통하는 방식(Knowledge Solution)으로서의 교육"
제현주 대표: 옐로우독은 자체 기금뿐 아니라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약속한 원칙과 전략에 따라 투자를 집행하는 운용사입니다. 저희는 크게 다섯 가지(Wellness solution, Knowledge solution, Commerce solution, mobility solution, property solution)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Knowledge solution에 해당합니다. 교육이라 부르지 않고 Knowledge solution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식을 획득하는 방식, 지식이 유통되는 방식에 대해서 기존 시스템, 비즈니스, 교육제도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핵심적인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 교육 접근성 측면에서 보편적인 지식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을 위한 솔루션들을 만들어 내는 곳에 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총 13개 기업 중 4곳, 에누마(Enuma), 헤이조이스(hey Joyce!), 째깍악어, 쿼라(Quora)이 해당됩니다.
"육아, 보육의 연장선 상으로서의 교육"
박소륜 이사: HGI는 육아 및 보육 문제의 해결이 전사적인 어젠다인데요. 육아 및 보육의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해보니 교육을 빼놓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교육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으며 출발점이 육아, 보육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영유아들의 교육, 미취학 교육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현재 째깍악어, 키두(kidu), 에누마(Enuma), 엄선 이렇게 4가지 포트폴리오를 현재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문제 해결이 조화를 이룬 교육"
이덕준 대표: 저희는 기술 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술혁신과 문제 해결의 교차점에서 투자 기회를 찾습니다. 사실 교육 분야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요새는 모바일, 클라우드 시스템 등으로 많은 것이 가능해졌죠. 기술 혁신이 교육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그 변화로 우리가 원하는 교육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면서 투자합니다. 저희 투자 포트폴리오 중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에누마(Enuma)와 노리(knowre)가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자로서 기본적으로 교육 접근성 문제에 관심이 있고, 교육 효율성이나 개인화(Personalization) 등의 가치도 다양하게 봅니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보고 투자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투자를 받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필해야 할까요?
"핵심 역량의 성장성"
박소륜 이사: HGI는 두 회사 대비 초기 단계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임팩트 투자를 하다 보니 투자 스테이지에 따라서, 회사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투자와 임팩트 측면에서 항상 균형 잡힌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면 투자에서의 회수 가능성, 즉 "확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세요. 테크 기반, 온라인 기반, 플랫폼 기반이어야 되지 않느냐는 오해를 조금씩 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투자처 중에 교육 영역은 아니지만 당뇨환자를 위한 매일의 건강 식단을 개발하는 헬스케어 회사가 있습니다. 온라인도, 플랫폼 비즈니스도 아니지만 성장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계시죠. 그 이유는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의 성장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의 핵심 역량은 식품 전문가가 내부에 있고, 임상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있고, 먹거리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는 거예요. 이 세 가지 핵심 역량이 갖추어져 있을 때 그분들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인정을 하고 다들 투자에 들어가는 거예요.
이처럼 확장성은 제한적인 게 아니라 각 회사의 핵심 역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투자자에게 그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침범할 수 있는 옆 운동장이 있는, 충분히 넓은 운동장 같은 시장"
제현주 대표: 옐로우독은 HGI보다 회사가 좀 더 완성된 상태, 활동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상태에서 투자를 하다 보니 임팩트보다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합니다. 저는 늘 회사에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먼저 봐야 되는데 바꿀 수 없는 두 가지는 "이 회사가 어느 시장에 있는가"와 "창업자"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프로덕트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는데 물론 이 세 가지가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시장이 어떤가의 핵심은 시장이 충분하게 큰가 혹은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인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시장을 정의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단 바로 진입 가능한 시장을 보고, 이 시장에서 무언가를 달성하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인접 시장이 있는가까지 총체적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 기업이 큰 기업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은 운동장에서 사업을 시작했는가, 침범할 수 있는 옆 운동장이 있는 가운데 사업을 시작했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사람에 대해선 뒤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셜 미션을 실제 임팩트로 바꾸는 구체적인 해답"
박소륜 이사: 저희가 항상 던지는 첫 질문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풀려고 하는 사회적 문제가 뭔지, 지향하는 소셜 미션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럼 그 문제를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나가실 건데요?"라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해오셨던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으로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금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있고, 그래서 사업을 통해 그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기를 지향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저희 같은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구체화하는 작업은 꼭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타깃 고객으로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구체적인 시사점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교육을 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솔루션"
이덕준 대표: 어떻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가는 모든 분야에서 어렵지만 특히 교육 분야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똑같은 솔루션이라도 Non profit을 적용해도 되고, Profit을 적용해도 되는 다양한 모습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베이스 교육을 하더라도 칸 아카데미는 비영리지만 코세라는 영리에요. 지금이야말로 미래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지향점을 두고 조금 더 새롭고 혁신적인,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뚝심과 열린 귀를 함께 가진 리더"
박소륜 이사: 사람은 정말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예요. 어떤 면을 보냐면 굉장히 뚝심 있지만 저희의 말씀을 들어주실 수 있는 분을 찾아요. 즉, 본인의 뚝심은 있으나 옆에서 객관적인 사람들이 말해주는 조언에 대해서 열린 귀를 가지고 계신 분들, 그런 성향을 가진 분을 선호합니다.
"좋은 팀 세팅을 포함해, 풀려는 문제를 제일 잘 풀 것 같은 리더"
이덕준 대표: 교육이라는 것이 정의가 계속 변화하고 다양해지잖아요. 어떤 작은 영역이더라도 그 분야에서는 이 팀이 제일 잘할 것 같다, 이 문제만큼은 제일 잘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느낌이 오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여기엔 좋은 팀을 만드는, 팀 빌딩을 해내는 사람을 포함하죠.
"하려는 사업과의 핏(Fit), 성장에 대한 욕구, 평정심 안의 장악력을 가진 리더"
제현주 대표: 앞에서 바꿀 수 없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첫 번째가 시장이고 두 번째가 바로 사람입니다. 제가 주로 사람을 보는 것이 이덕준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 비즈니스와 잘 어울리는 창업자라는 게 있어요. A라는 사업을 잘할 것 같은 창업자가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 사업과 잘 어울리는 창업자인가를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투자한 회사를 보면 "이 대표님은 딱 이런 거 할 거 같지 않아?"라는 느낌이 드는 분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 핏은 특히 그 비즈니스를 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와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가진 캐릭터와 철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느냐와도 관련이 있어요. 대화를 했을 때 가치관과 사업이 잘 맞는지, 사업과의 핏이 맞는지를 봅니다.
두 번째로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는가를 봅니다. 사업을 잘 꾸려 나가고 책임감이 있지만 어떤 사업을 키우는데 야심을 가지는 분과 아닌 분이 있는 거 같거든요. 야심이 큰 분들에게 자잘한 것들을 지원해 드리는 것은 투자자가 할 수 있지만 야심을 불어 드릴 수는 없죠. 그래서 뭔가 공격적이고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평정심 안에서의 장악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요동치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패닉하지 않고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않는 분들. 미리 100% 파악하긴 어렵겠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 안정감과 주도성을 같이 가지실 수 있는 (느낌을 주시는)지, 어떤 상황에도 불안정해 보이지 않는 리더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투자를 받으면 투자사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나요? 자주 만나서 전략 얘기를 하나요? 혹은 가끔 만나서 숫자를 보나요? 아니면 어려울 때 찾아가도 되는 건가요? 도대체 나는 어떤 관계를 얻게 되는 건가요?
"정보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되 필요에 따라 도움을 받는 유연한 관계"
박소륜 이사: 대표님과의 교류는 대표님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특별한 교류가 없이도 처음에 약속하신 모든 성과와 모든 임팩트를 만들어내시는 분? (웃음) 그러다 가끔 1년에 한 번씩 성과지표를 보내주시는데 박수쳐 드릴 수 있는 분인 것 같아요. 반면, 가장 최악은 너무 힘든 상황인데 연락 한번 안 해주시다가 정말 큰일이 났을 때 알게 되는 경우예요. 그래서 보통 정기적으로 퍼포먼스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요청합니다. 매일매일의 오퍼레이션과 같은 디테일은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이유는 대표님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실 때 조금이라도 더 영양가 있는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예요. 따라서 성과 등 관련 정보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받되, 사업에 관여하는 부분은 대표님의 요청에 따라 그때 그때 정합니다. 그런데 관여를 요청하는 부분이 대표님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 저희 입장에선 팀의 리소스를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입 대비 효과가 돌아오는 분들께 더 많이 배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하셨을 때 도움을 드렸는데 거기에 대해 전혀 팔로업이 없다거나 잘 안되었을 경우 왜 잘 안 됐는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 뭐가 필요한지 등 정기적으로 알려주시는 분들께 더 많이 도와드리는 게 되는 것 같아요.
"투자처 주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관계"
제현주 대표: 타이밍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보다 보면 어떤 시기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회사가 있더라고요. 특별 관리 시기랄까? 특히 다음 펀드레이징을 해야 할 때라거나 비즈니스 상에서 특정 이슈가 있다거나, 새로운 전략적인 결정을 해야 할 때라거나 하면 조금 더 타이트하게 관계를 가져가게 됩니다. 저희에게 요청도 많이 하시고, 연락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반면 조용한 시기도 있고 해서 업 앤 다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관계는 그 회사 대표님이 주도성을 가진 관계예요. 제가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든 무엇이든 플로우가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투자처의 대표님이 관계, 상황을 컨트롤하시고 저는 거기에 따라가도 문제가 없는 상황일 때가 가장 좋은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나 플로우가 삐걱거리거나 저희가 무언가를 자꾸 해야 되는 상황일 때 좀 안 좋은 상황이라고 느껴요.
투자를 받은 창업자가 어떻게 하면 투자자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적시에 적합한 도움을 받는 것"
이덕준 대표: 벤처 기업가한테는 투자한다는 의미가 자금적인 거래만은 아니에요. 투자한다는 것은 에쿼티 성으로 투자한다는 의미이므로 회사와 한 배를 같이 타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가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게 좋아요. 정기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유를 해야 투자자도 적시에 적합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기업가 입장에서 투자자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지어 투자받기 전에도 일부 업데이트를 하면 좋다고 얘기해요. 그게 신뢰관계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6개월, 1년 전부터 잠재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기보다 프렌드로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될만한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합니다. 저희가 투자를 안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를 연결해주거나 도움을 드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전부터 신뢰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시면 투자 이후에도 신뢰가 이어질 수 있어요.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가 의미 있게 쓰이도록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
제현주 대표: IR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질의응답을 할 때 제가 "어떤 투자자를 원하세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신 거예요. 그 이유는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라는 게 양방향의 관계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돈도 주고받지만, 보이지 않게 서로의 '시간'이라는 의미 있는 리소스를 주고받기 때문에 이왕이면 상대편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우리가 투자자로서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시간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훨씬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저희는 투자한 기업, 특히 대표님에 대해 나쁜 얘기를 절대 바깥에서 하지 않아요. 그만큼 한 배를 탄 것이란 의미죠. 따라서 투자자를 실망시킬까 봐, 나쁜 소리가 오고 갈까 봐 어떤 정보를 지연시켜서 안 주거나 숨기거나 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싸우더라도 한 배를 탔기 때문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용하셔도 되는 관계이기도 하거든요. 투자자도 자원의 한계, 시간의 한계, 능력의 한계가 있어서 요청하신 모든 것을 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믿고 이용하실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유념해주시면 좋겠어요.
"생각의 파트너이자 제3의 네트워크로서 적극 활용하는 것"
박소륜 이사: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생각의 파트너가 되어 드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분의 네트워크를 확장시켜드리는 거예요. 저희가 대표님만큼 고민을 할 순 없겠지만, 투자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의 성공, 실패 사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일부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직원을 구하든 판로를 개척하든 후속 투자를 연결하든, 저희 네트워크를 통해 적합한 인재와 파트너를 찾아드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부분입니다.
저희 네 회사는 물론, 일반 투자사들도 에누마에 투자를 많이 하셨는데요. 이렇게 다양하게 펀딩을 하이브리드로 받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어떻게 하면 하이브리드 펀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중간 지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적합한 자원을 매치하는 노력"
제현주 대표: 소셜 임팩트도 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단번에 만들기는 어려워요. 여러 가지를 시도해가면서 알맞은 중간 과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C Program과 옐로우독은 소셜 임팩트를 지향한다는 지점은 같지만, 운용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고 투자처에 요구하는 기준도 다릅니다. 에누마의 경우, 저희뿐 아니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벤처 캐피털에 그랜트까지 받고 계신데요. 에누마 대표님께서 펀딩의 소스를 찾아서 자금 성격에 부합하는 사업을 하시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신 것 같아요. 에누마에서 하시려는 일과 자금의 성격, 돈의 제약 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매치해서 밸런스를 만들어가시죠. 예를 들어 어떤 사회적인 의미가 있지만 당장 커머셜한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 그랜트를 받아 그랜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하는 방식입니다.
임팩트 투자사,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 모두 임팩트와 수익성 안에서 '중간지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임팩트와 수익성, 둘 중 하나를 찍어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중간지대를 넓히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거 같거든요. 이상적인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계속 중간지대를 시도해 나가는 것, 그러면서 중간지대에 적합한 그때그때의 자원을 매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느낍니다. 하이브리드 펀딩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역량과 돈을 버는 역량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노력"
박소륜 이사: 임팩트를 만드는 사업 활동과 돈을 버는 것이 상충하지 않는지 흔히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 바로 에누마라고 생각합니다. 에누마는 경제적인 환경이나 장애 때문에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User-friendly)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계신데요. 소셜 미션에 맞게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어떠한 교육 앱보다도 쉽고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들다 보니 그게 일반적인 교육 앱 시장에서도 통하는 "프로덕트의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임팩트 투자사는 임팩트를 보며 투자를 하고, 일반 VC에서는 일반 교육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는 핵심 역량을 보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역량과 돈을 버는 역량이 꼭 상충하는 것은 아니며, 그 중간에 충분히 교집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으로 "나는 임팩트가 OO라고 생각한다."를 이야기해주시면 어떨까요?
저는 이 회사가 점점 빠르게 성장할수록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 들 때 임팩트가 있다고 느껴요. 어떤 부분에서든지요.
<제현주 대표>
비즈니스가 사회에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고, 그 비즈니스가 잘 되었을 때 사회가 지속 가능해지는, 그 '지속가능성'이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덕준 대표>
어떤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게 임팩트로 해석이 되는 것 같아요.
<박소륜 이사>
이렇게 얘기를 들어보면, 투자자란 결국 우리가 '항해'라는 실험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배를 타고 거친 물살을 함께 헤쳐나가는 든든한 조력자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자든 기업가든 각자의 역할에 맞게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실험을 지속하는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