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찾아서
2019년 온더레코드는 다음 세대가 직면하게 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배움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온더레코드가 찾은 첫 번째 키워드는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시리즈 글, 전시, 워크숍, 북 토크의 형태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룹니다.
미디어를 아는 것을 넘어서 미디어가 없으면 삶이 재미없어지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온더레코드 키워드 시리즈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꼽았을 때, 그 뜻을 ‘미디어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 몇 주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여러 의미와 행동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여러 정보 사이에서 헤매지 않도록 정리해보면, 미디어 리터러시는 (1)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콘텐츠가 누군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2) 미디어의 특징과 콘텐츠가 영향력을 고려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갑자기 등장한 키워드가 아닙니다. 1930년대부터 근 100년을 고민해온 주제입니다. 그 역사는 TV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매체가 삶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번에 키워지는 역량이 아니며,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책 [미디어 리터러시]는 1990년대의 주 미디어인 TV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각 사례는 광고, 영화, 뮤직비디오, 토크쇼, 날씨예보 등 각기 다른 콘텐츠를 다루지만 무엇을 왜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학생들이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
예를 들어 토크쇼를 재료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경우 선생님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마다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토론하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릅니다. 질문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2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흥미로운 이유는 질문하고, 답을 찾고, 표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본질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뉴미디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 역시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니아니 충분하지 않지요.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 빠른 변화를 맞이할 다음 세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분석과 평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미국의 학자 르네 홉스(Renee Hobbs)는 2010년에 진행한 연구 [Digital and Media Literacy:A Plan of Action]에서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2018년 유럽연합에서 발행한 리포트 [Teaching media literacy in Europe]에서도 르네 홉스가 제시한 미디어 리터러시 5가지 구성 요소를 기본으로 연구, 실천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2007년 유럽연합에서 발행한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지표에 성찰과 행동이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분석과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비판적 사고를 넘어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공유, 시의성 있는 창조의 감을 기르고. 책임감 있는 성찰과 미디어를 이용한 정치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필요합니다.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이해하지 않고 현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영어권 국가에서의 미디어 교육을 연구하는 앤드류 하트(Andrew Hart) 교수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그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반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100년 동안 논의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의 논의는 불과 40년. 한국에서 미디어 교육이 논의되기 시작한 80년대는 독재 정권이라는 시대적 상황 아래 있었고, 교육의 목적보다는 시청자 운동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가 깊어질 새 없이 정보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며, 기술을 잘 써먹는 측면이 강조되었고 현장에서는 '정보활용교육'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에게 '미디어 활용 교육'은 친숙한 반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지도는 낮습니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사회적 배경이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을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FORME에 접속해 보시면, 지금까지 쌓아온 정보의 양과 실제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 놀라실 거에요. 이제는 이런 노력에 힘을 더해야 할 때입니다. 요즘의 미디어는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반영하고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문화를 주도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등장 덕입니다. 뉴미디어 중 하나인 스마트폰은 TV가 일상에 정착한 속도에 10배쯤 빠르게 삶에 정착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미디어를 읽어낼 문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교육 현장까지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면, 매년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중고등 학생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전달 매체인 뉴미디어는 이전의 미디어와는 다른 특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스마트 디바이스는 개인의 미디어입니다. 주로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TV와는 달리 스마트 디바이스는 사용에 개인의 자율성이 크게 반영됩니다. 아이들은 보급률이 늘면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미디어 경험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둘째, 스마트 디바이스는 소비 경로이자 생산의 도구입니다. 아이들은 페이스북은 뉴스의 채널이자, 나만의 게시물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죠. 멀티미디어로서 기능합니다.
셋째, 대화형 상호작용이 가능한 특성은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주고받게 설계되어 개인이 주고받는 정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해졌습니다
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자율성과 생산의 도구가 아이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아래 새로운 리터러시들이 필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온더레코드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필요해진 새로운 리터러시에 차례로 집중합니다. 저희가 꼽은 3개의 리터러시를 소개합니다.
2016년 발행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청소년이 인터넷,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합니다. 뉴스를 전하는 주요 매체인 종이신문과 라디오는 메시징 서비스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뉴스를 다룬다는 것은 알 권리와 다양성 측면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짜뉴스'와 특정 관점에 치우친 정보가 급증하며, 신뢰도 높은 정보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뉴스 리터러시가 필요해진 이유입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902275
유튜브 리터러시의 필요성은 2019년 3월 10일 미디어오늘에서 발행된 금준경 기자의 기사가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대신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알려줘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르네 홉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구성요소(접근, 분석과 평가, 창조, 성찰, 행동)가 절실하게 필요한 영역 아닐까요?
메신저 리터러시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닙니다. PUBLY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누구니 넌?>을 발행한 최원석님과 통화하며 떠오른 단어인데요.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생각했을 때 미디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실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은 안부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정보를 주고받는 미디어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오픈채팅방, 플러스 친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터의 2018년 1월 기사를 보면, 아이들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bloter.net/archives/301054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인 메신저는 가장 빠르고, 영향력 있는 미디어일 수 있습니다. 내 친구, 내 가족이 보내준 정보니까요. '단체 채팅방'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이슈를 직면하고, 메신저에서 나누는 대화를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 안에서 읽어내는 메신저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온더레코드에서는 앞으로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필요해진 3개의 새로운 리터러시에 차례로 집중합니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어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100년도 더 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우리나라에서도 4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요즘 말로 힙한 주제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앞선 연구와 실천을 보며,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지 갈피가 잡혔어요. 앞으로 쓰일 이 글에 어떤 해답이 쓰일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매우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여정에도 함께 해주세요:)
미디어 리터러시 시리즈는 저희도 계속 자료를 찾고 인터뷰를 하고 공부하며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관련해서 주실 말씀이나 정보가 있다면 ontherecord@c-program.org로 편하게 연락 부탁드려요.
글: 온더레코드 매니저, 문숙희
이어지는 글
https://brunch.co.kr/@ontherecord/83
https://brunch.co.kr/@ontherecord/107
https://brunch.co.kr/@ontherecord/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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