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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ug 29. 2021

아이제 에르크먼의 '물 위에서'

[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18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독일에 10년에 한번씩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와 함께 유럽 3대 미술 축제로 꼽히는 현대 조각 전시 페스티벌입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약 네 달간 뮌스터시 전역에 작품이 설치되는데요. 12유로로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도 많은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사실 누구나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이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시작은 1960년대로 출발합니다. 조각가 헨리 무어(H. Moore)가 뮌스터 시에 아래 작품을 기증하려고 했는데요. 뮌스터 시민에게는 당시 그의 작품이 구체성이 떨어지는 괴상한 형체로만 보였고, 설치를 두고 논쟁이 일었습니다. 



그 와중에 뮌스터 시가 도시 환경을 위해 추가로 조각 작품을 몇 점 구매하기로 결정하자 시민들은 세금 운용을 두고 거세게 반대합니다. 이를 겪은 당시 뮌스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ssmann)은, 시민들의 안목을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1977년 9명의 작가를 초청해 ‘20세기 조각 역사’ 전시를 여는데요. 이게 바로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그래도 10년이라니... 하지만 부스만은 “조각과 사회가 변화하는데 10년은 필요하다”라며, "시대의 변화를 예술이 반영-숙성시키는데도 최소 10년은 걸린다"고 말하며, '4년 주기' 요구를 일축해버렸죠.  


가장 최근에는 2017년에 열렸는데요. 이때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이 아이제 에르크먼(Ayse Erkmen)의 <물 위에서(On Water)>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뮌스터 항구(강과 운하를 연결하는)에 설치되었는데요. 카페테리아, 바가 밀집한 북쪽과 산업 지구인 남쪽 사이에 흐르는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설치물로 연결해 둔 게 바로 작품입니다. 언뜻 물 위를 걷는 기적처럼 보이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전혀 가로질러 갈 수 없는 곳이므로 사람들은 기꺼이 신발을 벗고 이를 체험하느라 바빴죠.  



이 작품은 원래 도보로 20분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을 5분 안에 가로지르는 방법을 제안한 셈인데요. 예술은 때로는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솔루션 같기도 하네요.  


+

에르크먼은 국경이 지도에 어떻게 그려지는지, 지형 등의 장애물을 물리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Sculptures on the Air (1997): 여기에서의 Air는 공기 중이라는 말도 있지만, 방송 중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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