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17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오늘 소개할 작가는 라큅 쇼(Raqib Shaw)입니다.
이 작품은 라킵 쇼가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의 <인도인 두 명과 함께 있는 치타와 수사슴(Cheetah and Stag with Two Indians)>을 재해석한 것 입니다. 아모레퍼시픽 갤러리 소장품으로 저도 오픈 전시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가까이서 작품을 보고 그 충격으로 라큅 쇼를 알게 되었죠.
한눈에 보면 현대 미술 회화치고는 넘쳐난다(?)는 느낌이 드실텐데요. 수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뒤얽혀있는 이 작품은 마치 아시안 전통 신화 같기도 하죠. 라큅의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아야만 그 진가가 드러나는데요. 두껍게 칠해진 금색 도료와 애나멜 안료, 크리스탈로 장식한 것들이 눈에 보이시나요?
작품 설명을 더 하기 전에, 라큅 쇼라는 인물에 대해 좀더 설명 드릴게요.
라큅 쇼는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나 유년기는 히말라야의 카슈미르라는 나라에서 보냈고, 내전으로 다시 뉴델리로 이주합니다. 그곳에서 가업으로 인테리어 디자인과 보석, 카펫 등을 팔다가 1993년 일로 런던을 오가기 시작했어요. 런던에 올 때마다 내셔널 갤러리 회화들을 감상하는 게 그의 취미였다고 합니다. 1998년 런던으로 완전히 이주한 뒤 비로소 세인트마틴예술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죠.
그의 석사 학위 청구전이 2002년 열렸는데요. 이때 영국의 유명 갤러리스트인 글렌 스콧 라이트의 눈에 띄어 2003년 아트바젤에 그의 작품이 출품됩니다. 그리고 아트바젤에서 최고의 아트 딜러이자 갤러리스트인 제프리 다이치를 만나게 되죠. 런던에서 2004년, 뉴욕에서 2005년 개인전까지 열게 됩니다. MOMA는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품으로 구매까지 하고요. 2007년 소더비 옥션에서는 그의 삼면화 작품인 <쾌락의 정원 III>이 549만 달러(한화 60억)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때 라큅의 나이가 33세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작품이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현대 회화의 결에서 매우 다르다는 건 느껴집니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두꺼운 금색 도료로 윤곽을 그리고, 바늘처럼 예리한 깃펜이나 핀으로 애나멜 페인트를 찍어 그리며 입체로 만듭니다. 여기에 비즈나 크리스탈, 칠기 같은 소재들을 적극 사용해 가까이에서 보면 하나의 세공품처럼 느껴지죠. 실제 작품을 보면 한땀 한땀 만들어진 공예작품마냥 진품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회화의 구성도 독특합니다. 그가 즐겨 보았다는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들, 15세기-17세기의 명화나 종교화를 재해석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재해석할 때는 주로 아시아 전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가 종종 등장하는데요. ‘혼종’ 그 자체입니다.
라큅은 문화와 경험에 있어서도 혼종입니다. 카슈미르라는 힌두와 불교의 나라에서 무슬림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기본 교육은 크리스찬 선생님에서 받았다고 합니다. 또 인도에 태어나 살다가 영국에서 현대 미술 공부를 했으니까요. 현대 미술계에서 화려한 이력 만큼이나 그의 생의 이력도 꽤 화려하죠?
한국의 K옥션에서도 2020년 그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습니다. 1.5미터 캔버스 작품 ‘Fall of the Jade Kingdom II - Paradise Lost II (비취 왕국의 몰락 II - 실낙원 II)’이 1억 8천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갤러리에서도 전시되었던 소장품이기도 했어요.
아래 링크에 가시면, 라큅의 그림을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